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울려 퍼진다. 그때 오네긴이 모습을 나타내어...주위에 앉은 신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무대 쪽으로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시선을 던지더니 옆으로 얼굴을 돌려 하품을 한다. “전부 갈아치줘야 해-그는 중얼거린다-발레를 너무 오랫동안 봐와서 그런지 이젠 디들로마저 지겹기 짝이 없군” -20
현관 옆에서는 하인들이 양가죽 외투로 몸을 감싼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관객들은 발을 구르고, 코를 풀고, 기침을 하면서 야유를 하고 박수를 친다.
...
말들은 추위에 떨고 조이는 마구(馬具)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몸부림을 친다. 마부들은 모닥불 주위에서 주인들을 언짢게 생각하며 추위를 피하기 위해 손을 비빈다. - 20
- 푸시킨, <예브게니 오네긴>, 동서문화사
같은 곳 같은 시각에
누구는 신나게 놀며 떠들고
누구는 추위에서 떨며 투덜대는
같은 인간이기는 하지만
다른 지위에 있는 존재들이 겪는
다른 삶의 순간들
주인들은 마부들에게 별 관심이 없을 겁니다
마부들은 주인들을 언짢게 생각하구요
누군가의 마음에 계속해서
불쾌함과 분노,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겉으로는 별 일 없이 늘 그대로인 것 같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끊거나 무언가가 쌓이고 있는 거지요
명절이나 제사 때
누구는 테리비보고 고도리치고 술마시며 노는데
누구는 하루죙일도 모자라 2박3일동안
계속해서 허리가 부러지고 어깨가 빠지도록
음식 만들고 설거지 하고, 설거지 하고 음식 만든다고 하면
먹고 노는 사람의 마음이야 즐겁겠지만
죽어라고 일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분노와 짜증이 쌓이지 않을까요
체념과 우울이 가득할 수도 있을 거구요
누구는 즐겁게 노는데
누구는 마음에 분노와 우울을 쌓는다면
그 사회, 그 집단은
누군가의 괴로움을 바탕으로
누군가가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해도 되겠지요
'지배.착취.폭력 > 지배.착취.폭력-여러가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Deadly blast rocks Kabul, Taliban claims responsibility (0) | 2018.01.28 |
---|---|
권력과 감정 (0) | 2018.01.15 |
모욕하기와 창피주기, 만족감과 쾌감 (0) | 2017.12.08 |
지위, 그리고 가학성과 지배욕 (0) | 2017.12.08 |
지배와 저항에 대한 분노 (0) | 2017.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