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이 동네로 이사 왔을 때
그때는 경의선이 그랬어요
전철 경의선이 아니라 기차 경의선일 때였죠.
한 시간에 한 번씩 운행하는 기차를 타려면
교통카드로 찍는 게 아니라 기차표를 사서 들어가야 했어요
서로의 얼굴을 마주 칠 일 없는 의자에 앉았구요
지금은 커다란 건물에 들어서기 위해
일단 계단을 오르거나 엘리베이터를 타야 해요
승강장에서 열차에 오를 때 계단 같은 건 없구요
하지만 그때는 반대였어요
건물에 들어가 지날 때까지 계단 같은 건 없었어요
오히려 영화 속 장면처럼 열차에 오를 때 계단을 올라야 했지요
몸이 불편하거나 무거운 짐을 들었거나 관계 없이요
다가가는 건 쉬우나
마지막에 오르기가 어려운 것 같았지요
남들이 근사하다고 하거나 멋지다고 하거나
그 속은 아무도 몰라요
남들이 볼 수 있는 건 근사하다고 하거나 멋지다고 할만한 것 뿐이니까요
열심히 사는 것 같아도
겨우 버티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
헤헤거리며 웃고 있는 것 같아도
억지로 목메임을 참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그 속은
그 속끼리 만나야 알 수 있을 거에요
그 속을 알만한
그런 속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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