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프타가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는 장면에서 마음이 쿵! 했습니다. 아...인간이란...정말...
저는 글이나 영화를 보면서, 그 속에서 저를 느낄 때 마음이 쿵 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한스 카스트로프가 이런 생각을 했지요.
‘나는 여기에 손님으로 와 있을 뿐이다. 나는 건강하며, 고맙게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인간이며, 다음 강연 때는 여기에 있지 않는다’
종류가 무엇이건, 까닭이 무엇이건, 정도가 어떠하건 우리의 마음도 삶도 조금씩 병들어 있는 건 아닐까요? 한스 카스토르프가 처음 요양원을 찾았을 때 자신은 병 들지 않았고, 건강하다고 했던 것처럼...어쩌면...우리는 건강하고 싶어서, 건강하다고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제가 저를 가리켜 ‘정신상태가 온전치 못해서...’라고 할 때가 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제가 제 마음의 상태를 보면 이런 저런 문제를 안고 사는 것 같아요.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갑자기 우울하기도 했다고,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닌데도 불쑥 화를 내기도 했다고, 그만하자 그만하자 하면서도 쓸데없이 같은 생각을 되풀이 했다가...순돌이와 산책을 하다 푸른 하늘을 보며 감동하기도 했다가, 요 며칠처럼 드보르작 교향곡 7번에 빨려 들기도 했다가, 이 책처럼 좋은 글을 읽으며 깊이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가...
그러고 보니 <마의 산>의 한스 카스토르프와도 어느 만큼 닮은 것도 같고...
아무튼 내가 병들어 있고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면 조금 더 나아질 길을 찾을 수도 있는 건 아닐까 싶고 그래요.
세계를 덮은 죽음의 향연 속에서도 사랑이 태어날까요...
토마스 만, <마의 산>, 동서문화사, 2017
“험담이란 말입니까? 신랄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요. 나는 좀 신랄하답니다...그러나 신랄하다는 사실 그 자체에는 당신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엔지니어 씨, 내 생각에 신랄은 암흑과 추악의 힘에 대한 이성의 무기, 가장 빛나는 무기입니다. 날카로움은 비평 정신이며 비평은 진보와 계몽의 근원입니다.” - 86
이탈리아 사람이 나무라듯 말했다.
“그게 둔감(鈍感)이라는 것입니다. 비평하십시오! 자연은 그 때문에 당신에게 눈과 오성을 주었으니까 말입니다. 당신은 나를 신랄하다고 말씀하셨지만, 내가 신랄하다면 거기에는 아마 교육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문주의자들은 누구나 모두 교육자적인 소실을 가지고 있습니다...인문주의자에게서 교육자의 임무를 빼앗아가서는 안 됩니다...또한 빼앗을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은 인문주의자에게만 전승되었기 때문입니다. - 90
지금 곧 교정해 두지 않으면, 성격으로 굳어질 위험한 경향이 당신 마음속에 존재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생각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무를 느낍니다. - 132
두 사람은 관공서에 존경심을 품는 독일 청년답게 진지하고도 겸손하게, 공손함에 가까운 태도로 잠자고 서 있었다. - 172
베렌스 고문관은 머리칼도 희고, 한스 카스트로프의 아버지뻘의 나이였다. 더욱이 요양원 원장이고 최고의 권위자이다. 젊은 한스 카스트로프가 불안한 마음에서 찾고 있었던 것도 아버지와 같은 권위였다. - 193
세템브리니의 신기한 성격, 반항벽, 비평벽-감상적이고 수다스럽기는 하지만-을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세템브리니 자신도 교육자로 자처하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감화를 주고 싶어했다. 그리고 한스 카스토르프도 감화를 받는 것을 희망하고 있었다. - 193
한스 카스토르프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이탈리아인의 말을 주의 깊게 음미하며, 묘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감화를 받으려고 경청했다. - 197
한스 카스토르프는 이미 말한 대로 자기 쪽에서 적극적으로 세템브리니의 견해를 듣고 그것으로써 생각을 검토하려고 했다. - 206
“인제 걱정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보도록 해야지. 가족들이 자네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한스 카스토르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글세, 그럴까?”
“지금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겠지만, 수요일이 되고 목요일이 되면 걱정하겠지”
“뭘, 아무도 오늘 내일 하고 기다리지는 않아. 내가 돌아가기 전부터 언제 돌아올 거라고 기다린다든가, 날짜를 세고 할 만큼 다들 한가하지 않거든. 내가 돌아가는 날이 돌아가는 거지. 그러면 티나펠 종조부는 ‘오, 너 돌아왔구나’하고, 야메스 삼촌은 ‘그래 재미있었니?’ 하면 그것으로 끝이야, 내가 안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거야. 정말이야, 물론 조만간 알려 드리긴 해야 하지만...” - 237
베르크호프에서는 가벼운 증세의 환자는 가벼이 여겨졌고, 한스 카스토르프는 주위 사람들의 말투로 가끔 이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벼운 증세의 환자는 여기서 통용되는 기준에 따라 멸시당했는데, 그 증세가 무거운 환자들뿐만 아니라 같은 ‘가벼운 증세’의 환자들로부터도 그러했다. 물론 ‘가벼운’ 사람들의 이런 태도는 스스로를 멸시한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었지만, 주위의 기준에 따라감으로써 건강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자기들의 자랑을 지킬 수 있었다. 인간이란 이런 것이다.
...
적어도 규칙이라든지 제도라는 이름이 붙는 것에는 어떤 것이든 경의를 표하는 한스 카스토르프는, 베르그호프의 이 정신에도 경의를 표했다. - 263
병을 앓기는 했지만 요아힘
은 군대적인 진지함을 다분히 지닌 이웃이었다. 물론 요아힘의 이 진지함은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요양 근무로 만족하려고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요양 근무는 요아힘에게는 평지에서의 의무 수행의 대용물이 되었고 천직으로도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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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규율이 엄한 이웃이 없었떠라면, 이때까지의 모든 경험으로 보아 한스 카스트로프는 ‘연필을 빌리는’ 행동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 266
“내가 계획하고 있는 것을 자네에게 들려주지. 우리는 여기서 죽어 가는 사람들과 비참한 불행이나 슬픔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고 있는데, 아무도 그런 것은 알 바 아니라는 얼굴을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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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요양원에 있는 중환자와 위독한 환자에게 접근하기로 했네. 나에게도 좋으리라고 믿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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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위독한 환자 중의 한 사람이 생일을 맞이했는데, 우리가 그것을 알았다고 하자....그렇게 될 때 우리가 그에게 또는 그녀에게 화분을 방으로 보내면 어ᄄᅠᆯ까? ‘완쾌를 빕니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무명의 환자로부터’ 이렇게 써써 마링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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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 그녀는 마음이 쓸쓸할 때이니만큼 문 너머로 다른 사람을 통해 우리에게 감사의 말을 하게 될 터이고, 어쩌면 우리를 잠깐만이라도 방 안으로 들어가게 하겠지.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 환자가 분해되어 사라지기 전에 인간다운 말을 몇 번 나누게 될 거야. - 372
사촌들과 같은 3층에서, 그들의 방과 그다지 멀지 않은 방에 라일라 게른그로스라는 이름의 소녀가 누워 있었는데, 알프레다 간호사의 말에 따르면 내일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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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냄새와 꽃 향기가 자욱하고 축축한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면서 아름다운 수국 화분을 골라 “진심으로 완쾌를 빕니다...무명의 동숙자들로부터‘라고 쓴 종이쪽지를 붙여서 그 소녀의 방으로 배달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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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위독 상태에 있었던 소녀는 타인의 호의를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녀는 수국 화분을 머리맡에 놓고, 그것을 눈과 손으로 어루만지며 물을 주는 데 무척 신경을 썼따. 심한 기침이 발작해도 걱정스런 눈길로 꽃을 바라볼 정도였다. - 378
청년들은 소령 부인을 위로하려고 병세가 나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따. 그러나 소령 부인은 흐느껴 울기만 하면서,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호의와 수국에 대해서, 그리고 뭉병으로 딸의 기분ㅇ르 조금이라도 바꿔주고 기쁘게 해준데 대해 감사의 말을 했다. - 380
이 중환자는 아직 스무 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머리가 좀 벗겨졌고 흰 머리칼이 섞였으며, 창백한 얼굴은 무척 초췌했다. 손도 코도 귀도 큰 사나이였지만, 두 청년의 문병에 눈물을 글썽이며 기뻐했다. 그가 두 사람에게 인사하고 꽃다발을 받을 때에는 마음이 약해져 정말로 울었다. - 381
이런 일이 있은 지 얼마 안 되어 한스 카스트로프와 요아힘은 카렌 카르슈테트를 돌봐 주게 되었는데, 그들은 이 소녀를 특별히 잘 돌봐 주었다...꽃을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그들은 ‘마을’의 작은 발코니로 불쌍한 카렌을 찾아갔고, 곧 세 사람은 스케이트 경기와 쌍썰매 경주를 구경하는 등 예외적인 계획을 가끔 꾸미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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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카스토르프도 엄밀한 의미에서 자기를 이 위의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고원을 운동장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의 스포츠에는 아무런 흥미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불쌍한 카르슈테트 소녀에 대한 동정심은 한스 카스토르프의 마음에 얼마쯤 변화를 가져왔고, 요아힘도 비기독교적인 인간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그 일에 반대할 수가 없었다. - 394
불쌍한 카렌은 환성을 지르고는 곧 기침을 했다. 그녀는 아주 재미있어 하며 손가락 끝을 벌린 형태로 두 손을 모아 박수를 쳤다. 카렌은 진심으로 행복한 것 같았다. - 396
영화를 구경한 뒤 세 사람은 한패가 된 슈퇴어 부인에게 이끌려서, 그리고 불쌍한 카렌을 기쁘게 하기 위해-카렌은 너무나 기뻐 두 손을 꼭 잡고 있었다-요양 호텔읠 카페로 들어갔다. - 399
즉 그 인문주의자는 한스 카스토르프에게 나프타와 가까이 하지 말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도 세템브리니 자신은 나프타와 교제하고 나프타와 논쟁을 벌였다.
교육자란 모두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 그들은 자기들은 ‘면역’이 되었다면서 흥미로운 대상을 계속 가까이하면서도, 젊은이에게는 그것을 금지시키고 흥미로운 대상에 ‘면역’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 490
요아힘은 얼마 뒤 수행할 입대 선서에 대해서도 감격의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장엄한 의식에 따라 연대기聯隊旗를 앞에 세우고, 연대기와 군기를 향해 선서한 뒤에 연대에 편입하는 거야”
“뭐라고? 진짜야? 나무토막에 묶인 헝겊에 대고?”
“암, 물론이지. 그리고 포병대에서는 대포를 향해 선서한다네. 상징의 의미에서”
“거참, 감상적이고 광신적인 관습인데?” - 531
기독교도의 두 아이가 수수께끼의 죽음을 당한 것 때문에 민중의 폭동이 일어났을 때 엘리아는 참살당했다. 그는 불붙는 그의 집 대문에 못이 박혀 죽었던 것이다. 그 뒤 폐를 앓아 누워 있던 아내는 어린 라이프와 네 형제 자매를 데리고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고향을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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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는 어머니에게서 흉부 질환의 싹을 이어받았으나, 아버지에게서 멋집 몸집과 비범한 오성을 물려받았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강한 본능, 정신적 공명심, 귀족적 생활 양식에 대한 강한 동경과 결부되어 그가 태어난 계급을 빠져나가려는 강한 욕망을 낳게 되었다. - 553
나프타와 요아힘의 세계가 같은 점은,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었다. 이 점에서 두 세계, 즉 예수회와 군대 계급은 똑같으며, 평화의 자식인 한스 카스트로프는 나프타가 중세의 호전적인 수도사 유형을 이야기하는 것을 아주 흥미있게 들었다. 그 수도사들은 피로와 쇠약함이 극치에 다다르기까지 금욕적이었고, 그러면서도 종교적 정복욕에 불타서 신의 나라, 초자연계의 세계 제패를 실현하기 위해 피를 흘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앙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과의 싸움에서 죽는 것을 침대에서 죽는 것보다 명예로운 죽음이라 생각하고, 그리스도를 위해 죽이고 죽음을 당하는 것은 죄악이 아니라 최고의 명예라고 여겼다. - 561
나프타는, 세템브리니가 ‘개인주의자’라고 자청하는 것을 엄금했다. 왜냐하면 세템브리니가 신과 자연의 대립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개인의 이해와 전체의 이해의 싸움이라고 주장하며, 따라서 생활과 이어진 시민적 도덕, 즉 생활을 목적으로 생각하여 비영웅적인 행동을 실리만을 따지고 국가의 목적을 도덕률이라고 생각하는 윤리성을 옹호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나프타 자신은, 인간의 내면 문제는 감각과 초감각의 싸움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기에 자신이야말로 참되고 신비로운 개인주의자를 대변하고 있으며, 참된 의미로 자유와 주체의 옹호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 582
한 마디로 말해서 한스 카스토르프는 이 위에서 용감해졌다. 자연의 힘에 대해 용감하다는 것은, 자연의 힘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라 의식적인 외경심을 의미하며, 친근감으로 죽음의 공포를 억제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친근감? 물론이다. 한스 카스토르프는 문화인다운 가냘픈 가슴속에 자연의 힘에 대한 친근감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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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 있는 호텔식의 고독이 아닌, 깊고 위대한 고독을 바람직하고 희망적인 것으로 바뀌게 한 자부심과 자연의 힘에 대한 친근감이 서로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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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카스토르프는 두 다리가 눈투성이가 되어, 어던지 모를 새하얀 산비탈을 올라가고 있었다...거기에는 끝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위쪽이 희고 어렴풋하게 하늘과 서로 합쳐져 어디서부터가 하늘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봉우리도 산등성이도 보이지 않고 모두 희미한 무(無)였다.
...
그리고 지금 그의 심장, 자연 속에서 고동치는 인간의 심장에 대해 어떤 감동에 휘말려 경건한 친근감마저 솟아올랐다. - 594
그 산줄기의 협곡과 고갯길은 눈에 부드럽게 덮여 있어서 쉽게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았으며, 또 오라고 손짓하는 듯했다. 겹겹이 싸인 산들의 웅장한 모습은 한스 카스토르프의 마음을 유혹했다. 그래서 돌아가는 것이 늦어질 위험을 무릅쓰고 황량한 침묵의 세계, 무섭고 차디찬 세계로 깊이 들어가게 했다. 그럴 시간이 아닌데도 금세 어두워져서 하늘은 회색 베일이 주위에 드리워진 것 같았다. 한스 카스토르프의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이 공포로 바뀌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 599
분한 노릇이었다. 심한 저주의 말이 한스 카스토르프의 굳어진 입술에서 순음이 탈락된 채 흘러나왔다. 방향을 알기 위해 헛간 주위를 돌면서 자기가 헛간 뒤쪽에서 다시 헛간으로 접근한 것, 꼭 한 시간 동안 완전히 아무 소용 없는 가소로운 노력을 계속한 것을 알았다....제 딴에는 악전고투를 하며 바로 가고 있는 줄 알지만, 실은 빙빙 돌면서 사람을 속이는 1년의 순환과 마찬가지로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는 어리석은 원을 그린 것이다. 사람은 이렇게 빙빙 돌며 헤매다가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 법이다. - 606시
그가 빠져 있는 망상은 병적인 시기심과 쉴 새 없는 박해증으로 바뀌어 자기 주변에 숨어 있는, 또는 모습을 바꾸어 배회하는 불결한 유대 계통의 것을 밝은 데로 끌어내어 짓잛아야겠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요컨대 그에게 유일한 장점은 유대인이 아니라는 것으로, 그런 장점이 없는 사람을 적발하고 탄핵하는 것에 정력을 쏟는 것이 그가 날마다 하는 일이었다. - 858
'사랑.평화.함께 살기 > 삶.사랑.평화-책과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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