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고생스러워도 난 코초 아닌 어디서도 살고 싶지 않았다. 겨울에 골목마다 진흙탕으로 변해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까이 사니 굳이 어디 멀리 갈 필요가 없었다. 여름에 숨 막히는 더위가 찾아올 땐 가족이 모두 옥상에서 나란히 누워 자면 그만이었다. 옥상에서 이웃들과 수다 떨고 웃으며 잠드는 날도 많았다. 농사일이 힘들어도 소박한 행복을 누릴 만큼의 돈은 벌 수 있었다. 난 어릴 때 버려진 상자와 쓰레기로 미니어처 코초를 만들며 놀았을 정도로 마을을 좋아했다. - 40
세상의 모든 좋은 어머니들이 그렇겠지만, 코초는 어머니 샤미가 인생을 바쳐 우리를 먹이고 희망을 갖게 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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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 테러범들이 있을 때에도 어머니는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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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1년간 하루하루의 중심에 어머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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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간 매일 아침 밀가루 반죽이 탁 탁 탁 화덕 벽에 부딪치는 소리와 상큼한 버터 냄새에 잠을 깼다. 그걸로 어머니가 곁에 있는 걸 알았다. 난 잠에 취해 어머니가 있는 화덕 앞으로 갔고, 겨울에는 화덕 옆에 앉아 손을 쬐면서 온갖 얘기를 늘어놓았다. 학교, 결혼식, 언니 오빠와 싸운 일 같은 사소한 이야기 말이다. - 41
겁먹고 놀란 상태인 우린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캐스린, 니스린, 질란, 로지안과 같이 있게 해 주신 신께 감사했다. 가족이 곁에 없었다면 아무 힘이 없어 너교을 놓았을지도 모른다. 운이 나쁜 사람도 있었다. 한 여자는 코초에서 알던 사람 모두와 헤어지자 참지 못하고 울었다. ‘다들 아는 이들과 함께 있는데 난 아무도 없어요’ 그녀는 무릎위에서 손을 비비며 울먹였다. - 169
- 나디아 무라드, <더 라스트 걸the last girl>, 북트리거,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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