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가 얼마나 심한지 인정하지 않고, 내 경과가 어떤지에도 연연하지 않은 채 엄마와 언니는 앞을 바라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더는 할 수 없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을 때, 혹은 그전에 강제로 입원해야만 했을 때, 혹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적인 정신이상으로 무너졌을 때마다 언니는 약간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면서 내게 다가와 말했다.
"뭐, 다시 괜찮아지겠지. 나는 네가 아직도 아주 멀고 낯선 곳에 있따는 걸 알아. 게다가 지금은 어떤 구멍에까지 빠져 있고. 그런데 괜찮아. 다시 약간 돌아가면 되지 뭐. 다시 길을 찾을 거야"
10년 동안 늘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매번 실망했을 텐데로 언니의 결론은 항상 똑같았다.
"알았어. 이번에도 길을 잃어버렸네. 괜찮아, 이건 돌아가는 길일 뿐이야. 얼른 그냥 계속 가. 그러면 올바른 길을 찾을 거야"
10년 동안 똑같았다. - 207
내가 목표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엄마와 언니가 항상 시선을 앞으로 고정시키고, 내가 나를 포기할 권리를 절대 주지 않은 덕분이다. 어쨌든 하루가 넘도록 그렇게 내버려둔 적이 없었다. 이런 노력에도 내가 목숨을 끊으려 하면 그들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 이렇게 말했다.
"단지 조금 돌아가는 것뿐이야. 넌 할 수 있어. 어서!"
이렇게 말하는데 내가 어떻게 포기할 수 있었겠는가? - 208
- 아른힐 레우벵,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생각정원, 2020
똑바르지도 않고
평평하지도 않고
빛나는 것만도 아닌
길
'사랑.평화.함께 살기 > 삶.사랑.평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낌이나 정서에 대해 안다는 거 (0) | 2020.07.14 |
---|---|
희망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0) | 2020.06.30 |
천천히 시간을 들여 귀담아 듣는 (0) | 2020.06.30 |
절망에 빠진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안정되게 하는 (0) | 2020.06.30 |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무언가 해주고 싶은 (0) | 2020.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