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라는 갑작스럽게 공책을 대학살 장면과 피투성이 이미지로 채우기도 했다. 릴라는 절대로 '나는 살해될 것이다'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역에서 일어난 범죄에 대한 기록을 공책에 남겼고 가끔은 이를 재구성하기까지 했다. 여성을 대상으로한 살인사건들에서 릴라는 범인의 분노와 피투성이가 된 범죄현장을 강조해서 묘사했다. 뉴스에는 보도되지 않은 구체적인 내용을 덧붙이기도 했다. 눈에서 눈알을 파내고 칼로 목을 베고 내장을 찌르고 가슴을 관통하고 젖가슴을 잘라내는 장면, 배꼽 아래까지 칼로 그어 배가 터지고 날선 칼날로 성기를 긋는 장면을 적나라라하게 묘사했다. 자신도 실제로 당할 수 있는 처참한 죽음을 언어화함으로써 두려움을 최소화하고 통제 가능한 것으로 만들려는 것 같았다. - 479
- 엘레나 페란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한길사, 2020
생판 모르는 남도 아니고
어쩌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사람도 아니고
늘 나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늘 나와 함께 밥을 먹는 그 사람이
나의 뺨을 때리고
나를 발로 차고
나에게 물건을 집어던지고
나를 죽이겠다고 달려든다면
꿈에라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시뻘겋게 튀어나오는 눈으로
씨발년이니 썅년이니 개같은 년이니 온갖 욕을 해대며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와 휘두르고
너 같은 년은 절대로 가만두면 안된다고 한다면
그런데도
그렇게까지 하는데도
그 사람의 속옷을 빨아 옷장에 챙겨넣고
그 사람의 성기가 내 몸을 후벼파는 것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은
news.v.daum.net/v/20201125182609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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