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솔라라에게 갑자기 결혼식 증인을 부탁하는 순간부터, 스테파노가 성스러운 유물보다 더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했던 구두를 신고 마르첼로가 피로연장에 모습을 나타냈던 그 순간부터, 스테파노가 처음으로 폭력을 행사한 신혼여행부터, 스테파노가 그녀안에 심어놓은 살아 있는 그 존재가 내면의 공허감 속에 자리 잡게 됐을 때부터, 릴라는 커져만 가는 참을 수 없는 느낌과 갈수록 자신을 압박해오는 온몸을 으스러뜨릴 것 같은 엄청난 힘에 압도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지배적인 것이 되었다. 라파엘라 카라치는 제압당해 형체를 잃고 스테파노의 모습에 융해되어 그의 종속적인 존재인 카라치 부인이 된 것이다. - 168
- 엘레나 페란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한길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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