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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부부, 그리고 복종과 폭력

순돌이 아빠^.^ 2020. 11. 25. 16:18

릴라는 자신이 그 빌어먹을 사내들이라는 단어를 거친 사투리로 내뱉는 순간, 스테파노가 평정심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테파노는 그 커다란 손으로 릴라의 얼굴을 때렸다. 너무나 강한 충격에 마치 모든 진실이 폭발하듯 눈앞에 드러나느 것처럼 느껴졌다. 릴라는 놀라움과 불타는 듯한 뺨의 고통에 흠칫했다. 
...
스테파노는 릴라를 쫓아다니기 시작한 이래로 처음으로 침착성을 잃었다. 그때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따.
"왜 나를 이렇게까지 하게 만드는 거야? 왜 그렇게 도가 지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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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것은 아무것도 없어. 리나. 몇 가지만 확실하게 하면 돼. 당신 이름은 이제 체룰로가 아니야. 카라치 부인이라고. 그러니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해 - 42

 

지금 이 순간 릴라에게 가장 두렵고 고통스러운 것은 약손가락에서 반짝이는 큼직한 결혼반지였다. 
...
이 금빛으로 반짝이는 동그란 물건은 대체 뭐지? 내 손가락에 끼어 있는 이 동그란 물건은 대체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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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는 스테파노가 해변에서 수영복 차림이었을 때를 기억해냈다. 가슴은 널찍했고 무릎뼈는 움푹한 그릇을 엎어놓은 것처럼 두툼했따. 한때나마 매혹적으로 느껴졌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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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릴라를 매혹했던 식료품점 주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자신감이 넘치고 야심에 참, 하지만 언제나 정중했던 그 청년. - 45

 

스테파노는 릴라를 다시 붙잡고는 다리를 벌려 릴라 위에 올라탔다. 두 손으로 릴라의 손목을 옴짝달짝 못하게 만들었다.
...
"함께 있으면서 네 몸에 손가락 하나 갖다 댈 수 없는 게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는지 알아? 이젠 결혼했으니 얌전히 있어. 걱정하지 말고"
스테파노는 몸을 숙여 릴라의 입숙ㄹ에 키스하려 했지만 릴라는 온 힘을 다해 고개를 저었다. 온몸을 비틀면서 반항했다. 
"날 놓아줘. 당신을 원치 않아! 원치 않아! 원하지 않는다고!"
결국 스테파노도 참을 성을 잃고 소리를 높였다.
"열 받게 하지 마. 리나"
그는 두어 번 같은 말을 점점 소리를 높여가며 반복했따. 아주 먼 옛날, 태어나기 전에 이미 부여받은 임무를 되새기기라도 하듯이.

'사내답게 행동해야 해. 스테파노. 지금 굴복시키지 않으면 평생 굴복시키지 못할 거야. 네 아내에게 자신이 계집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라고. 계집이라면 사내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야"
...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젊은 신랑의 얼굴에 그때까지 핏속에 조심스럽게 숨기고 있던 돈 아킬레의 흔적이 다시 모습을 나탸내기 시작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특성이었지만 드러내기에 적당한 순간까지 감춰둔 것뿐이었다.
...
동네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기 위해, 릴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스테파노는 애써 다른 사람인 양 행동했던 것이다. 정중한 태도 덕분에 얼굴선이 부드러워졌고 눈빛은 언제나 온화했으며 언제나 중재하는 듯한 어조를 유지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으로 힘을 감추는 법을 익혀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모습이 이제 허물어지고 있었다. 
...
"얼마나 큰지 보여? 그렇다고 해. 그렇다고 하란 말이야"
스테파노는 파자마에서 뭉뚝한 성기를 꺼내 보였다.
...
릴라가 반항을 멈추지 않자 스테파노는 세게 뺨을 두 번 때렸다....어찌나 아픈지 순간 릴라는 반항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결국 릴라는 반항을 멈추고 소리 없는 공포에 몸을 내맡겼다. 스테파노가 몸을 일으켜 릴라의 잠못을 들어 올리면서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지금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곧 알게 될 거야. 내일이면 네가 먼저 사랑해달라고 애원할걸. 지금보다 더 사랑해 달라고 무릎을 꿇고 애원할 거야. 나는 내 말을 잘 들어야만 널 사랑해주겠다고 할 거야. 그러면 넌 내게 복종해야 하겠지" - 52-54

 

- 엘레나 페란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한길사, 2020

그렇게 죽고 못사느니 쫓아다니더니

결혼 첫날에 스테파노는 릴라를 때렸습니다

그리고 그건 시작이었습니다

 

결혼과 함께 시작된 폭력

부부로 사는동안 계속되는 폭력

 

릴라만

스테파노만 그런 건 아니겠지요

 

결혼을 했으니 

이제 남편 뜻대로 해야 된다면

부부가 됐으니

이제 아내를 때려도 된다면

 

결혼을 한다는 것은

하인이나 종이 된다는 것이고

부부가 된다는 것은

노예가 되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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