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더 폴>에 보면 폴은 연쇄살인범이에요. 그리고 폴의 직업은 상담사에요. 아프고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듣고 그들이 좀 더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할 사람이 오히려 살인범인 거지요.
상담사라서 그런지...폴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요. 그리고 그들을 설득하고 이용하고 조종하지요. 심지어는 피해자들까지 그가 범인이란 걸 모를 때는 호감을 느껴요. 케이티는 폴이 범인이란 걸 알면서도 폴이 원하는대로 행동을 해요.
있을 법한 일이기도 하고, 무서운 일이기도 해요.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어떨지 잘 알아서 이용하고 조종한다는 거요.
얼마전에 테레비를 보니 기氣를 이용해 사람을 치료한다는 사람이 나오더라구요. 그 사람이 환자를 앞에 세워두고 으라차차 손짓을 하면 암도 낫는다는 거에요. 심지어는 코로나도 치료한대요. 어치없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의 말을 믿고 치료를 받는다는 거에요. 그런 식의 치료를 받다 남편을 떠나보낸 어떤 여성이 인터뷰를 하더라구요. 그때는 절박했었다고, 지금은 후회한다고..
꼭 사기꾼이 아니라더라도...정치며 종교며 언론 같은 것들이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이용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간절히 바라는지, 어떻게 해야 그들의 분노를 일으켜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이게 할 건지 등등이요.
사기꾼에게 속아 치료를 받고, 그럴싸한 말에 넘어가 물건을 사고, 저 놈이면 믿을만 하겠다 싶어 투표를 하고,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무릎 꿇고 기도를 하고, 그들의 말처럼 세상이 곧 망할 것 같고...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지만 누군가 내 마음을 잘 알아 이리저리 끌고다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더 폴>에 깁슨이라는 경찰이 나와요. 깁슨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아는 편이에요.
폴이 체포된 뒤에 폴의 어린 딸 올리비아가 경찰에 와서 몇 가지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해요. 그 속에는 뻔한 거짓말까지 들어 있지요. 그런 올리비아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말해요.
올리비아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면서도 본능적으로 아빠를 보호하려고 드는 거라고...
연쇄살인범을 아빠로 둔 딸의 모습을 보며 그 마음을 느끼는 거지요.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구요.
폴이 총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어요. 깁슨이 병실을 왔다갔다 하는데 침대에 누워 있던 어떤 할머니가 말을 해요. 모르는 분인데...할머니가 의식이 또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깁슨을 보고 자기 딸이나 아니면 그 누구라고 착각했나 봐요.
정말 너 맞지?
네가 와서 정말 다행이구요.
thank god you're here
얼마나 걱정했다고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얘야 네가 와서 기쁘구나
할머니가 이렇게 말을 하는동안 깁슨은 할머니 곁에 앉아요. 그리고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가만히 쓰다듬지요. 할머니는 이제야 안심이 된다는, 웃음띤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큰 숨을 내뱉고는 가만히 눈을 감아요.
이 드라마에서 인상적이 장면이 많았는데...저는 병실에서의 이 장면이 참 마음에 많이 남더라구요. 여러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범인을 쫒느라 정신이 없는데...또 갑자기 범인이 다른 놈의 총을 맞아 쓰러지고...피해 여성과 범인이 함께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깁슨은 힘겨운 모습으로 누워 있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복잡한 심경에 잠겨서 가만히 손을 잡고 쓰다듬는 거에요.
깁슨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고 느끼면서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고 도와주려하고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용기를 줘요. 평소에는 별 표정도 없고 무뚝뚝하게 일에만 몰두하는 것 같지만 누군가 어렵고 힘든 일에 처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마주하면 표정이 흔들리고 감정이 울컥하기도 하는 거지요.
인간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알기는 어려워요. 뜻하진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를 보고도 저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를 아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구요.
그리고 우리 가운데 몇몇 사람은 폴이나 깁슨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몇몇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폴처럼
상대의 마음을 이용하고 조종해서
내 욕심을 채우려 하지요
그 몇몇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깁슨처럼
상대의 마음에 귀기울이고 공감하며
도움을 주고 살아갈 힘을 불어넣기도 하구요.
저요?
제 안에는 폴도 있고 깁슨도 있어요.
그리고 기왕이면 폴보다는 깁슨이 좀 더 큰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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