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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느끼고 감탄하며 표현하는 능력

순돌이 아빠^.^ 2021. 2. 3. 08:01

넷플릭스 드라마 <빨간머리 앤> 시즌1:1화에 앤이 처음으로 매슈 아저씨를 만나 마차를 타고 나무와 꽃이 많은 길을 지나 집으로 가는 장면이 있어요.

 

앤 : 아저씨 여기를 뭐라고 불러요?

oh mr. curtbath. what do they call this place?

매슈 : 애비뉴라고 해. ,꽤 예쁜 곳이지. 

the avenue. i suppose it is kind of pretty.

앤 : 예쁘다거나 아름답다는 말은 적당하지 않네요. 그 정도로는 모자라요. 여기는 경이로워요.  경이로워요. 제 상상력으로 멋지게 만들 필요가 없는 곳은 처음 봤어요. 다들 애비뉴라고 부르겠지만 저는 앞으로 이곳을...환희의 하얀 길이라고 부를래요. 

oh, "pretty" doesn't seem the right word to use. nor "beautiful", either. they don't go far enough. it's....wonderful. wonderful. the first thing i ever saw that couldn't be improved upon by the imagine. other people may call it "the avenue," but i shall always call it "the white way of delight" 

 

너무 아름다운 장면이에요. 환한 빛과 꽃과 나무들. 늘 그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별 일 아닐 수 있어요. 제가 사는 동네의 멋진 나무들도 맨날 보다보면 별 느낌이 없거든요. 

 

누군가에게는 별 느낌 없는 그곳에서 앤이 말해요. 그냥 예쁘다고 하는 것으로는 모자라다고, 경이롭다고. 원더풀 원더풀 힘 주어 말해요. 다른 사람들이 그냥 애비뉴라고 그냥 그 길이라고 했던 것을 앤은 환희의 길이라고, 커다란 기쁨의 하얀 길이라고 불러요. 

 

youtu.be/q8_rD6qGYXY

매슈 : 여기는 베리 연못이란다.

this here is barry's pond. 

앤 : 그 이름도 별로네요. 저는 여기를...뭐라고 할까요? 반짝이는 물결의 호수. 네 그게 딱 좋겠어요.

i don't like that name, either. i shall call it...let me see..."the lake of shining waters" yes. that's the right name for it.

 

말로 하자니 좀 그런데...정말 앤이 바라보는 장면을 함께 보면 왜 앤이 베리 연못이 아니라 반짝이는 물결의 호수라고 했는지 알거에요. 혀를 쭈욱 내밀며 "그게that's"라고 힘 주어 말을 할 때의 표정은...저도 괜히 웃게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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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버마)에서 다시 쿠데타가 일어났어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집에서 내쫓았던 이들이, 또 뭐가 모자라 저런 일을 저지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저런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요. 힘으로 다른 사람을 억누르고 제 욕심을 채우는 능력이요. 

 

youtu.be/XHOvZPpHYok

대한민국의 집값은 너무 비싸요. 그러잖아도 삐싼데 오르고 또 오르니 문제네요. 집값이 오른다는 건 누군가는 그만큼 돈을 벌고 재산을 늘린다는 거지요. 그리고 또 누군가는 올라가는 전세와 월세 내느라 쌔가 빠지고 안절부절하고 허덕이게 되구요.

 

저런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요. 남이야 어찌되든 말든 내 재산만 늘리면 그만이라는 능력이요. 

앤은 조금 다른 능력을 가졌어요. 앤이 가진 능력은 다른 사람을 괴롭힐 일이 없어요. 오히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조금 더 밝게 하고 설레게 해요. 무덤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매슈 아저씨를 웃게 하고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게 하고 빈자리를 허전하게 느끼도록 하지요. 

 

앤이 가진 능력은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뺏을 일이 없어요.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새로움을 안겨줘요. 늘 봐왔던, 그냥 별 의미 없이 스쳐지나가던 것들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하고 느끼게 하는 거지요. 그냥 다른 것이 아니라 경이롭다wonderful고 하고, 환희delight라고 하고, 반짝인다shining고 하는 거지요.

 

앤이 살아온 과정을 보면 이 모든 것들이 더욱 놀라워요. 앤이 부잣집 아이로 태어나 별 걱정없이 룰루랄라 잘 살아와서 그렇게 신나고 들떠 있는 게 아니에요. 고아로, 가난한 아이로, 괴롭힘 당하며, 남의 집에서 두들겨 맞으며 살아왔는데도 그런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는 거에요.

 

세상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떠받들어줘서 신이 나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주변 것들을 떠받들면서 즐거워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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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하얀 길the white way of delight>

온갖 괴로움과 깊은 외로움과 삶의 힘겨움을 안은 채로

꽃과 나무와 호수를 보면서 기뻐하고 경탄하고 크게 소리 높여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앤이에요.

 

두근거리고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밝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