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지만
내가 직접 음들을 눌러보고 들어봤을 때의 감동이란...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화음 그 자체가 주는 감동에 마음이 뭉클해요
흐린날 저녁 노을이 안겨 주는 다채로우면서도 묵직한 느낌이랄까
아니면 빨간머리 앤이 부푼 기대를 품고 마릴라 집에 갔지만
다음날이면 어쩔 수 없이 떠나야하는 상황에서 울며 잠들던 날이 이랬을까도 싶구요
마지막 7마디를 눌러보는 것만으로도
눈물나요 ㅜㅜ
---------------
화음이 주는 감동에 대해 생각하며 좋은 기분을 안고 학원에 갔어요. 수업 시작 전에 연습을 하는데...학원에 있는 그랜드 피아노로 하니 집에서 할 때보다 더 잘 안 되더라구요. ㅠㅠ
샘 : 시작할까요
나 : 네
잘 되건 아니건 그건 어쩔 수 없고, 마지막 줄 화음을 느꼈다는 것으로 만족하자는 생각을 하면서...우당탕탕 둥당둥당 피아노를 쳤습니다.
나 : (살짝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속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피아노 위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히---
샘 : 오~ 완전 좋은데요
나 : (고개를 들며 뜻밖이다라는 표정으로) 네?
샘 : 다른 것보다 여기 화성 부분이 정말 또렷이 잘 들려요.
나 : 그래요?
샘 : 화성이 잘 들리면 각 음이 잘 안 들리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각 음이 잘 들리면 화성이 잘 안 들릴 때가 있잖아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나 : 네
샘 : 근데 지금 연주하신 거는 화성도 잘 들리고 각 음도 다 잘 들렸어요
나 : 그래요? 그러잖아도 이번엔 이 부분이 정말 감동이어서 잘하고 싶었는데... 히~~~^^
'예술 > 예술과 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스케치 – 별이 진다네 (0) | 2021.06.15 |
---|---|
임현정의 베토벤 (0) | 2021.06.11 |
내가 니 애비다! (0) | 2021.02.17 |
작곡을 해보시는 건 어때요 (0) | 2021.02.05 |
선율의 조화, 만남의 조화 (0) | 2020.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