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예술과 함께

화음이 주는 감동

순돌이 아빠^.^ 2021. 2. 23. 08:54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지만
내가 직접 음들을 눌러보고 들어봤을 때의 감동이란...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화음 그 자체가 주는 감동에 마음이 뭉클해요
흐린날 저녁 노을이 안겨 주는 다채로우면서도 묵직한 느낌이랄까

아니면 빨간머리 앤이 부푼 기대를 품고 마릴라 집에 갔지만
다음날이면 어쩔 수 없이 떠나야하는 상황에서 울며 잠들던 날이 이랬을까도 싶구요

마지막 7마디를 눌러보는 것만으로도
눈물나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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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이 주는 감동에 대해 생각하며 좋은 기분을 안고 학원에 갔어요. 수업 시작 전에 연습을 하는데...학원에 있는 그랜드 피아노로 하니 집에서 할 때보다 더 잘 안 되더라구요. ㅠㅠ

 

: 시작할까요

나 : 네

 

잘 되건 아니건 그건 어쩔 수 없고, 마지막 줄 화음을 느꼈다는 것으로 만족하자는 생각을 하면서...우당탕탕 둥당둥당 피아노를 쳤습니다.

 

나 : (살짝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속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피아노 위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히---

샘 : 오~ 완전 좋은데요

나 : (고개를 들며 뜻밖이다라는 표정으로) 네?

샘 : 다른 것보다 여기 화성 부분이 정말 또렷이 잘 들려요. 

나 : 그래요? 

샘 : 화성이 잘 들리면 각 음이 잘 안 들리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각 음이 잘 들리면 화성이 잘 안 들릴 때가 있잖아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나 : 네

샘 : 근데 지금 연주하신 거는 화성도 잘 들리고 각 음도 다 잘 들렸어요

나 : 그래요? 그러잖아도 이번엔 이 부분이 정말 감동이어서 잘하고 싶었는데... 히~~~^^

샘이 내 공책에 적어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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