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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개와 함께 - 소녀와 개>를 보고

순돌이 아빠^.^ 2021. 4. 6. 13:17

<빨간머리 앤>을 보고 나서 한 며칠 넷플릭스를 안 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오늘 다시 열어서 뭐 재미 있는 거 없나...뒤적이다가 <개와 함께>를 보기 시작했어요.

1화가 <소녀와 개>에요. 뇌전증을 앓고 있는 커린과 그녀의 가족, 그리고 커린의 생활을 도와줄 로리라는 개에 관한 이야기에요. 커린이 수시로 쓰러져 발작을 일으킬 수 있으니 로리가 곁에서 함께 지내는 거지요. 

 

보는 내내 자꾸 눈물이 나더라구요. 커린이 처한 상황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그러면서도 개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가 느껴지면서 또 마음이 뭉클하더라구요. 인간과 개가 바닥에 누워 서로의 손을 맞잡는 장면만 봐도...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유대'라는 말이에요. 개를 훈련시키는 사람들이 강조하고 또 강조했던 말이 유대bonding였거든요. 

 

음...유대라는 거...그냥 강아지가 귀엽다거나 그냥 개를 좋아한다고 하는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뭐랄까...

 

저는 강아지 순돌이와 함께 지낸지 5년쯤 되었어요. 순돌이와 함께 지내기 전에도 개를 좋아했어요. 지나가다 강아지가 보이면 아이고 예뻐라 하기도 하고, 다가오는 강아지가 있으면 쓰다듬기도 하고 그랬지요. 

 

근데 우연히 스쳐지나는 강아지를 예뻐하는 것과 함께 지내면서 느끼는 유대는 참 많이 다르더라구요. 뭐랄까 좀 더 깊고 끈적끈적하다고 해야할지...아니면 좀 더 묵직하고 애틋하다고 해야 할지...아무튼 그래요. 

강아지가 생긴 게 귀여워서 좋아하는 거 아니냐구요? 음...그런 면도 있어요.

 

말을 잘 들으니 좋아하는 거 아니냐구요? 음...그건 좀...왜냐하면 우리 순돌이는 말 잘 안 들어요. 좋고 싫음이 뚜렷해서 조금이라도 싫은 걸 시키면 으르렁대고 난리나요.

 

강아지 이름을 부르면 반려인에게 조르르 달려오곤 하는 영상이 떠돌곤하는데... 우리 순돌이는 절대 안 그래요. 지 이름을 부르면 그냥 멀뚱멀뚱 쳐다봐요. 그러다 지가 오고 싶을 때만 다가와요. 

 

제가 자주 가는 우리 동네 야채 가게가 있어요. 순돌이도 늘 함께 가는데, 오죽 했으면 거기 일하시는 분이 저흴 보고 이렇게 말해요.

 

어이~ 까칠이 왔어~~~ ^^

 

우리 순돌이는 말을 잘 듣지도 않고 순하지도 않아요. 그래도 함께 비비고 쓰다듬고 몸을 맡대고 자고 장난감을 잡아당기며 놀고 뽀뽀하고 먹을 거를 나눠먹고 가만히 쳐다보고 길을 걷고 그러는 동안 정이 많이 들었어요.

 

<개와 함께>에 나왔던 '유대'라는 게 이런 건 아닐까 싶어요.

 

한 존재가, 한 생명이 다른 존재와, 다른 생명과 유대를 맺고 유대감을 느낀다는 것은 참 뿌듯하기도 뭉클하기도 한 일 같아요.

커린은 아파요.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도 커린은 자전거를 탈 수 없어요. 누군가 늘 커린을 지켜보고 있어야 해요.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쓰러지거나 하면 얼른 약을 먹여야 하니까요.

 

그런 커린 때문에 로리를 데려왔어요. 그리고 아픈 커린을 도와주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 안정과 기쁨과 행복을 로리라 줄 거라 생각해요. 

 

인간이 주기 어려운

더 크고 더 깊고 더 많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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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와 친밀감 

 

앞서 논의한 것처럼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이별과 이혼을 포함하는 스트레스 사건 후에 더 많은 성장을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 이론가들은 이것이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지지적인 네트워크를 더 많이 발달시켜왔고, 이별 후에 기댈 수 있는 친밀한 친구들을 더 많이 갖고 있는 반면, 남성들은 이전 연인 외에는 친밀감을 느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여성들이 이별 후에 더 많은 성장을 보고하는 이유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우리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사회적 지지가 더 많을수록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사건 후에 더 많은 성장을 보고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 103

- lopez 편, <긍정심리학3-역경을 통해 성장하기>, 학지사, 2017

 

누군가와 유대를 형성하고 친밀감을 느낀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안정감이나 행복감을 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도 그것을 이겨내고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의지와 용기를 북돋울 거라 생각해요.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누군가와 유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친밀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불안하고 외로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세상이 온통 엉망진창 문제투성이로 느껴지고, 작은 일에도 크게 화가 나고 깊이 실망할 수도 있을 거구요. 

 

존 보울비가 <애착 – 인간애착행동에 대한 과학적 탐구>서 밝히려고 하고 강조했던 것도 그런게 아닐까 싶구요.  

 

갑작스런 위험이나 재난이 닥칠 때, 사람들은 잘 알거나 믿을 만한 사람과 가까이 있으려 한다는 것은 거의 명백하다.

 

영화 <캐롤>에서 캐롤과 하지는 부부였지만 이혼을 해요. 이혼 과정에서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캐롤과 하지는 큰 차이를 보여요.

 

많은 돈과 지위를 가진 하지가 아내였던 캐롤에게 보이는 태도와

그동안 누리던 돈도 지위도 모두 버리게 된 캐롤이 남편에게 보이는 태도의 차이. 

 

유대를 형성하고 친밀감을 느끼는 삶과

유대를 형성하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상태.

그로 인해 달라지는 많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