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tv를 돌리다 잠깐 본 방송이 있습니다. 명품 소비에 관한 거더라구요.
정말 저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하고...남의 세상 얘기 같기도 합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1회를 보면 이지안이 커피 믹스를 먹는 장면이 몇 번 나옵니다.
일하는 회사에서 슬쩍 해 온 거지요. 누가 회사에 있는 커피 믹스를 슬쩍 할까 싶지만...
낮에 건설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식당에서 설겆이를 합니다.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을 또 슬쩍(?)하지요. 밤늦게 집에 와서 비닐 봉지에 든 음식과 함께 커피를 먹습니다.
더이상 돈을 내지 못해 요양병원에 있던 할머니를 집으로 모셔 와서도 커피를 먹고, 나쁜 놈한테 두들겨 맞고서도 커피를 먹습니다.
한 개도 아니고 두 개, 세 개를 한꺼번에 타서 먹습니다. 달달하니 맛있어서 먹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왠지 그 장면에 마음이 뭉클하더라구요.
예전에 학교 등록금을 벌려고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음식 만들고 나르고 설겆이하고 쓰레기 치우고 하다보면 정말 힘들더라구요.
그때 한 아줌마, 그러니까 저와 성씨가 같아서인지 아무튼 유달리 친근하게 지냈던 아줌마가 저에게 몰래(?) 다가와서 요구르트 하나를 까서는 얼른 입안에 넣어주시더라구요. 남들 모르게 저한테만. ㅋㅋㅋ
삐질삐질 땀 흘리며 일하다 먹은 시원한 요구르트가 어찌나 달고 좋던지 ^.^ 학생들은 먹기 싫다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 그 요구르트가...
에구 쓸데없는 소리네요 ^.^
이지안이 커피 믹스를 좋아해서도 먹겠지만...가난한 사람에게 커피 믹스는 짧은 시간에 얼른 먹고 기운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건 아닐까 싶더라구요. 지치고 몽롱한 정신을 깨울 수도 있구요.
그러니 두 개, 세 개를 한꺼번에 먹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https://tv.kakao.com/v/383768340
있어도 있는 것 같지 않고
없어도 없는 것 같지 않은 회사에서 챙겨온 커피 믹스
누군가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허기지고 무거운 몸을 풀어주는 것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있어도 있는 것 같지 않고
없어도 없는 것 같지 않은 어두운 방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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