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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성을 표현하고 조절하기

순돌이 아빠^.^ 2021. 6. 2. 07:14

바닷가에 놀러갔을 때 열세 살 난 아들과 아빠가 서로 넘어뜨리는 레슬링놀이를 하고 노는 걸 지켜본 적이 있어요. 내가 “그만해요!”라고 말하면서 내가 남편에게 늘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가 아들과 조금은 과격할 정도로 놀 때 언제나 그와 비슷한 말로 중재를 했거든요.

다른 가족을 보니 내가 얼마나 이 두 사람을 어린애 취급 했는지 알겠더군요. 서로 목조르기나 소리치거나 때리는 게 소년이 아닌 남자들끼린 친밀감을 나누는 행위인데 말이요.

남자들끼리는 어린애처럼 신체적인 공격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 355

 

내가 상담했던 가정을 예로 들면 아버지와 아들은 같은 비디오 게임에 열중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서로 유대관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는 뇌의 성장을 저해시키고 푹력적인 성향을 주는 게임기를 없애고 싶어했다. - 357

 

- 마이클 거리언, <남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좋은책만들기, 2012

저희집 순돌이가 좋아하는 놀이 가운데 하나가 아빠와 격하게(?) 몸싸움 비슷한 걸 하는 거에요.

대체로 처음에는 가볍게 끈 당기기에서 시작해요. 그러다 순돌이가 제 손을 살짝쿵 깨물기 시작하면 그게 신호가 돼서  점점 격하게 놀아요. 

 

아빠의 손과 팔을 깨물기도 하고

제가 순돌이 발을 잡으려고 하면 펄쩍펄쩍 뛰면서 달아나기도 하고

제가 순돌이를 잡아서 억지로 눕히면 앙!~ 하면서 벌떡 일어나서 제게 왈왈!! 소리지르며 달려들기도 하고

마치 진짜 공격을 할듯이 자세를 낮추고 저를 째려보면 으르릉 대기도 하고 그래요.

 

이럴 때는 저도 이렇게 말을 해요

 

그래 오늘 니가 죽나 내가 죽나 끝을 보자

어? 아빠 손을 깨물었어? 그럼 난 니 꼬리 잡을테다 

 

지금까지 5년 가까이 순돌이와 이런 장난을 쳤지만 한번도 다친 적은 없어요. 순돌이가 저를 깨물기도 하는데...소리는 앙~ 크게 내지만 송곳니로 살짝 건드리는 정도지 정말 짜증났을 때 콱 깨무는 것과는 달라요.

그래도 어쩔 때는 좀 세게 깨물어서 정말 아플 때가 있어요. 

 

아~~~아이고 아빠 죽네~~~~엉엉엉~~~

 

하면서 뒤로 발랑자빠져서 손가락을 붙들고 우는 척을 해요. 그러면 순돌이가 펄쩍펄쩍 뛰던 것도 멈추고 갑자기 당황한 표정을 지어요. 자기도 실수한 걸 아는지 조용히 다가와서 제 손가락의 아픈 부위를 계속 핥아요. 미안하다는 표시인 것도 같고 아픈 부분을 치료(?)해주고 싶은 것도 같아요.

 

그렇게 한동안 놀다보면 저도 지치고 순돌이도 지쳐서 한숨 세~ 쉬고는 자요. 

 

뛰어다니고 소리치고 레슬링(?)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아무렇게나 저를 공격하거나 그러지는 않는 거지요. 어느 정도가 공격성을 띤 장난이고 어느 정도가 진짜 공격인지를 아는 것 같아요.  

공격성이라는 게

꼭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공격성은 때에 따라 필요할 수도 있어요.

가지고 있는 공격성을 무조건 없애라 하기도 쉽지 않구요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는 그 공격성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조절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남자니까 무조건 싸워서 이겨야 돼'도 아니고

'평화를 위해서 우리 모두 공격성을 버립시다'도 아닌 거지요

일본군이 조선으로 쳐들어 와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괴롭힌다고 하지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소에는 본 적도 없는 공격성을 나타날 수도 있겠지요.

 

미얀마 군인들이 미얀마 시민들을 공격해요. 그러니까 미얀마 시민들이 미얀마 군인들을 향해 물러가라 꺼져라 라고 하기도 하고 일부는 총을 들고 싸우기도 해요. 평화도 좋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당하고만 있을 수도 없잖아요. 때로는 싸워야 평화를 얻을 수도 있는 거구요. 

태권도에서 겨루기를 하든 아니면 저와 순돌이가 격하게 장난을 치든 어느정도 조절되고 관리되는 상황에서 공격성을 표현할 수도 있을 거구요. 공격성을 표현하되 상대를 정말 해치거나 그럴 정도는 아니도록 하는 거지요.

 

출근해서 일하다 욕을 먹고는 집에 와서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려고 한다면 그것은 저지되어야 하고 자제되어야겠지요. 공격성을 드러내고 싶다면 욕을 한 그 인간한테 가서 하면 될 거구요. 

 

동네 어느 사람이 자기가 돈이 좀 많다고 으시대고 자랑하는 거에요. 우습기도 하고 어이 없기도 하지만...제가 거기에 대꾸할 필요도 없고 해봐야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겨버리는 거에요. 

 

어릴 때부터 다른 종교는 모두 사탄이고 우상 숭배라고 배워온 사람이 있다고 치지요. 특별히 나쁜 사람은 아닌데 늘 그렇게 살아왔던 거에요. 그러면 '야이 개독 새끼야!'라고 하기보다는 어떤 마음인지를 들어보고 함께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면 좋겠지요 

아이 로봇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한 생명체가 걷는다는 행위는 

굉장히 복잡한 기능인 것 같아요

많은 근육과 뼈와 신경이 복잡하게 움직이는 거지요

나아갈 때와 멈출 때를 판단해야 하고

적절히 힘을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해야 할 거구요

그게 아직까지는 인간과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일 것도 같구요

 

걷는다는 게 그 정도인데 

한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가고

한 사회가 안전을 지키며 평화롭게 살려면

정말 많은 것이 서로 얽히고 움직이고 조절되고 표현되어야 할 것 같아요

 

생각이나 말로는 하루아침에 다 이룰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은 정말 정말 세세한 운동과 변화의 과정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과정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이해를 넓혀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더 나은 삶 더 나은 사회를 향해 가는 도전의 과정이기도 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