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서와 마찬가지로 베이비 석스의 인생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체스판의 말처럼 이리저리 옮겨졌다. 베이비 석스가 사랑했던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그저 알고 지낸 사람까지도 죄다 도망치거나 교수형을 당하지 않으면 다른 집에서 빌려가거나 임대되거나 팔려가거나 다시 사오거나 비축되거나 저당잡히거나 상으로 주어지거나 도난당하거나 잡혀갔다.
결국 베이비는 자식이 여덟명이었고 아이 아버지가 여섯 명이었다. 그녀가 인생이 더럽다고 한 것은 체스 말에 그녀의 자식들이 포함된다고 해서 체스 놀이를 멈추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핼리는 그녀가 가장 오랫동안 곁에 둘 수 있었던 자식이었다. 이십 년, 어린 두 딸이 작별 인사를 할 틈도 없이 팔려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어야 했던 일에 대한 보상이었다. 또한 셋째 아이인 아들을 데리고 있게 해주는 조건으로 넉 달 동안이나 감독 조수에게 몸을 대줬는데, 아들은 이듬해 봄 목잿값으로 팔려가고 자신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남자의 아이를 배고 만 일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 아이는 그녀가 사랑할 수 없었던 자식이었고, 나머지는 사랑하지 않기로 작정한 자식들이었다. - 46
위험해. 폴 디는 생각했다. 정말 위험해. 한때 노예였던 여자가 뭔가를 저렇게나 사랑하다니. 무척이나 위험한 짓이었다. 특히 사랑하는 대상이 자기 자식이라면 더욱더. 그가 알기로는 그저 조금만 사랑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모든 걸, 그저 조금씩만. 그래야만 사람들이 그 대상의 허리를 부러뜨리거나 포대에 처넣는다 해도, 그 다음을 위한 사랑이 조금은 남아 있을 테니까. - 82
- 토니 모리슨, <빌러비드>, 문학동네, 2018
자유가 없기에
사랑도 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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