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평화.함께 살기/삶.사랑.평화

지배 받는 자들이 말하고 쓴다는 거

순돌이 아빠^.^ 2021. 6. 30. 18:03

글쓰기는 위험할 수 있다. 어떤 배반이, 어떤 탄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르두아홀 내부에도 이 원고를 손에 넣고 기뻐할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 14

 

길리어드를 직접 체험한 사람의 이야기, 그중에서도 특히 소녀들과 여자들의 삶에 관한 기록은 너무나 귀하니까요.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빼앗긴 사람들이 그런 기록을 남기기는 어려운 일이지요. - 588

 

- 마거릿 애트우드, <증언들>, 황금가지, 2020

 

조선시대 노비들이 어떤 일을 겪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알기는 어려울 거에요

왜냐하면 노비들은 글을 읽기도 쓰기도 어려웠을 거니까요

조선왕조실록에 왕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얘기는 자세히 쓰여 있어도

조선노비의 삶과 생각 같은 게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 봤어요

몇몇 흔치 않는 경우를 빼면 여성들이 직접 쓴 기록도 많지 않구요

지배하는 자들, 자유로운 자들만이 자신의 마음을 말하고 쓸 수 있는 거지요

 

그러만큼 지배 당하는 자들이 말하고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말하고 쓰면서 자신이 지금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서로 나눌 수도 있을 거니까요

그러다보면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도 있고

그 길을 찾아 함께 노력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겠지요

 

반대로 생각하면 그러니까 양반이든 노예 주인이든

이들에게 말하지 못하게 하고 쓰지 못하게 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라거나 남들 앞에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과 우리 삶을 이해하고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기 위한

말하기와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