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예술과 함께

쇼팽과 한 고개 넘어가기

순돌이 아빠^.^ 2021. 9. 13. 09:58

기온이 오락가락 하거나 계절이 바뀔 때쯤 되면 제 몸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져요.

 

콧물과 재채기가 계속 나와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기도 하고, 한겨울에도 땀이 계속 나서 하루에 속옷을 몇 번씩 갈아입을 때도 있어요. 어떤 때는 머리가 아파서 사람을 힘들게도 하구요. 그리고 이번에는...

갑자기  주둥이에서 피가 질질 새는 거에요. 처음엔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를 닦을 때 잇몸에서 피가 살짝 나는 정도가 아니라 물풍선에서 물이 조금씩 새어나오듯 피가 슬그머니 피부를 뚫고 바깥 세상으로 도망가더라니까요. 

 

그러다 곧 안심(?)하게 됐어요.

 

아~~~ 이번에는 주둥이구나 

 

싶더라구요.

 

한 이틀 주둥이가 우리하게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주둥이가 아프니깐 뭘 잘 먹질 못하겠더라구요. 할 수 없이 부드러운 음식만 안 아픈 쪽으로 우물우물 ㅠㅠ

어제 낮에는 편의점 가서 컵라면을 먹었어요. 늘 먹던 신라면을 먹을까 하다 이제 가을도 오고 해서 김치 사발면을 먹었지요. 가을과 김치 사발면이 무슨 상관이냐구요? 저도 몰라요. 아무말 대단치에요 ㅋㅋㅋ

 

정말 맛있었어요. 후루룩 쩝쩝대며 먹을 수가 없어서 입에 조금씩 넣고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먹을 수 밖에 없었어요. 일부러 면을 평소보다 좀 더 익혔구요. 

 

신기하더라구요.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다는 것도, 그 속에 진짜 김치가 들어 있다는 것도, 게다가 국물에서  정말 김칫국물 맛이 난다는 것도 모두 신기했어요. 아주 훌륭하고 똑똑하신 분들이 만들어낸 걸작품이에요 ^^

한낮에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뜨거운 컵라면을 먹고 나니까 좀 덥더라구요. 곧바로 시원한 딸기 우유를 먹었어요. 딸기 우유를 사면 1개를 더 끼워주더라구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2개를 시원 맛있게 꿀꺽꿀꺽 했지요. 이름이 딸기딸기우유여서 그런지 맛도 딸기딸기 했어요 ^^

 

그런데 문제는...1시간 정도 뒤부터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하더라구요. 아마도 딸기우유를 갑자기 너무 많이 먹었나봐요. 딸기의 저주? 처음 계획대로 바나나 우유를 먹을 걸 그랬나?

 

몇 번이나 화장실을 오락가락 ㅠㅠ

 
 

Chopin: Nocturne No. 13 in C Minor, Op. 48 No. 1

Provided to YouTube by Universal Music Group Chopin: Nocturne No. 13 in C Minor, Op. 48 No. 1 · Daniel Barenboim · Frédéric Chopin · Frédéric Chopin · Frédéric Chopin · Frédéric Chopin Chopin: Nocturnes ℗ 1982 Deutsche Grammophon GmbH,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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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토마토 쥬스만 먹고 잠자리에 누웠어요. 평소에도 일찍 자지만 어제는 더 일찍 누웠어요. 특별히 잠이 오는 건 아니었지만 주둥이가 빨리 나으려면 푹 쉬는 게 좋겠더라구요.

 

평소에 뭐 특별히 많은 일을 하는 것도 없는데 또 푹 쉬어줘야한다는 게 어이 없기도 하고 살짝 짜증도 났지만...뭐 어쩌겠어요...

 

타이레놀을 한 알 먹은 뒤 심신안정을 위해 쇼팽의 음악을 틀었어요. 내일 아침에도 좋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야겠다 싶더라구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클래식 음악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라고 느끼게 해 준 음반이에요. 

 

2개의 테잎으로 되어 있던 거였지요 

 

https://youtu.be/mtgwdDHUUEs

 

Chopin: Nocturne No. 4 in F Major , Op. 15 No. 1

Provided to YouTube by Universal Music Group Chopin: Nocturne No. 4 in F Major , Op. 15 No. 1 · Daniel Barenboim · Frédéric Chopin · Frédéric Chopin · Frédéric Chopin · Frédéric Chopin Chopin: Nocturnes ℗ 1982 Deutsche Grammophon GmbH,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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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음악 때문이었을까요? 아침에 일어나니 아프던 것이 많이 좋아졌더라구요. 내 이럴 줄 알았어요. 이런 저런 난리가 나도 언젠가 이또한 지나간다니깐요 ^^

 

쇼팽과 함께 한 고비 넘긴 기분이에요. 아니지, 무슨 큰 병에 걸린 건 아니었으니까 고비라는 말보다는 그냥 고개라고 할래요.

 

쇼팽과 함께 한 고개를 넘어온 기분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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