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희망>이라는 시리즈의 5화에 보면 이런 장면이 나와요.
알렉스가 길을 가다 가정 폭력 피해자 쉼터에서 자신을 도와주었던, 지금은 쉼터에서 나간 대니엘과 마주쳐요. 그런데 대니엘이 남편이 가까이 오자 알렉스를 모른체 하는 거에요.
그길로 알렉스 쉼터로 달려가서 담당자에게 대니엘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해요. 분명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거라 생각하는 거지요. 담장자는 연락처를 알려 줄 수 없다면서 이런 말을 해요.
어떤 문제에 직면했는지 누가 알겠어요.
who knows what she's up against.
수 세대에 걸친 학대의 고리를 끊으려고 하는지도요
she might be trying to break a cycle of abuse going on for generations.
대화의 맥락을 떠나 수 세대에 걸친 학대의 고리라는 말이 정말 마음에 쿵! 하고 다가오더라구요.
지금 알렉스는 함께 살던 남자 숀의 폭력과 학대를 피해 매디를 집을 나와 있는 상태에요. 어린 딸 매디는 숀이 알렉스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지요.
알렉스가 집을 나와서 독립을 결심하게 된 것도 매디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인지도 몰라요. 숀이 매디를 직접 공격하진 않았다 하더라도 엄마가 학대를 당하는 것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이에게는 큰 충격과 상처일 거에요.
게다가 숀이 알렉스에게 그짓을 하는데 매디를 보다 직접 공격하는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어요.
알렉스가 남의 집 청소하는 일을 하다 우연히 아동 학대 정황을 발견하게 돼요. 조그만 창고 같은 곳에 아이가 갇혔을 거라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그 순간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요. 숨이 가빠지고 땀이 나면서 공황 상태에 빠지는동안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이 마음에 다시 떠오른 거지요.
아빠에게 자기가 어렸을 때 싱크대 찬장에 숨은 적이 있었냐고 물었어요. 아빠는 그런 일 없다고 했지요.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헤어진 것은...아빠가 감당하기에는 엄마가 좀 힘겨운 사람이었다는 거에요.
그런데 알렉스가 공황 상태를 겪으며 떠올린 어린 시절의 얘기는 달라요. 엄마가 이상했던 것이 아니라 아빠가 엄마를 때리며 학대 했고, 그 과정에서 알렉스가 싱크대 찬장으로 숨은 거지요. 숨어 있는 알렉스를 엄마가 데리고 먼 곳으로 도망(?) / 피신(?)을 떠났던 거구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알렉스는 일하는동안 매디를 맡겨 두었던 아빠 집으로 가서 얼른 아이를 들쳐안아요. 숀에게서 벗어났듯이 아빠에게도 벗어나기 위해 서두르지요.
아빠 : 매디 안아보기라도 하면 안 돼?
can i at least aive maddy a hug?
알렉스 : (아빠를 향해 소리치며) 애 건드리기만 해봐요! 난 아빠를 피해 숨었었어!...우리가 알래스카 간 건 엄마 애인 쫓아갔던 게 아니라 아빠한테서 도망쳤던 거야.
don't you fucking touching her! i was hiding from you...we didn't go to alaska because mom was chasing after some boyfriends, we went there to run away from you.
알렉스의 엄마 폴라가 아빠의 학대를 피해 떠났듯이, 알렉스 또한 숀의 학대를 피해 떠난 거지요. 매디는 어린 시절의 알렉스인 셈이구요.
참 마음 아파요. 엄마가 그렇게 아빠를 피해 아이를 안고 먼 길을 떠났는데, 엄마가 그랬듯이 알렉스 또한 어린 아이를 안고 남자의 학대를 피해 길을 떠났으니까요.
매디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매디는 학대 받지 않고 사랑 받으며 살 수 있을까요?
알렉스와 매디는 수 세대를 걸쳐온 학대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요?
저희 동네에도 학대 받으며 사는 여성이 있어요. 본인은 본인대로 괴롭고, 아이는 아이대로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요.
또 그러면 그거 다 녹음해뒀다가 경찰에 신고하고, 이혼해요...라고 말은 하지만...당사자도 이런 저런 생각도 하고 알아도 보고 하지만...
쉽지 않아요. 학대하는 남편/남자로부터 벗어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이혼을 요구했다가 또 남자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고, 이혼을 못하겠다고 하면 그 다음 과정도 힘들고, 이혼을 한다고 해서 남자의 폭력이나 학대가 끝난다는 보장도 없고...
또 이혼을 하면 당장에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오랫동안 주부로 살던 여성이 이제 나이도 꽤 있는 상태에서 애를 데리고 혼자 살면서 돈도 벌도 아이도 키운다는 게...
알렉스와 대니엘이 남편의 학대를 피해 집을 나왔을 때 겪게 되는 여러가지 일들이 당사자에게는 너무 너무 힘든 일일 거에요.
그러니 계속 같이 사는 것도 고통스럽고, 그렇다고 이혼을 하자니 그것도 막막한 거지요.
옆에서 그 얘기를 듣는 저도 화나고 답답하고 안타깝고 그래요.
그 여성은 그 여성대로 안타깝고, 아빠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하는 그 아이는 그 아이대로 안타까워요.
언제쯤이 되어야 그들은 남편과 아빠의 학대에서 벗어나 밝게 웃으며 살 수 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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