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희망> 5화에 보면 가정 폭력 쉼터 직원과 알렉스가 쉼터를 나가 집으로 돌아간 대니엘에 대해 대화를 나눕니다.
알렉스 : 이해가 안 돼요. 어떻게 학대하는 사람과 같이 살죠? 대니엘도 잘 알면서
i don't understand. how can she stay with somebody that is abusing her. she knows.
직원 : 대니엘은 자신을 속이고 있는지도 몰라요. 살기 위해서요.
well. danielle might be lying to herself in order to survive.
살기 위해서 자신을 속인다...참 마음 아픈 얘기에요. 그냥은 못 살거든요.
남편이 자신을 여러 차례 때리고 학대했고, 심지어는 목까지 조른 놈이고, 자신은 틈만나면 두들겨 맞고 잘못한 것도 없이 늘 욕 먹고 쓰레기 취급당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이...대니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어요.
남편이 술을 먹으면 좀 그러지만, 평소에는 그래도 나한테 잘 해 준다고 스스로를 달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돈도 없고 오갈데도 없고 아이를 맡길데도 없으니...그래도 다시 한번 속는 셈치고 살아보는 게 낫겠다고 하고 있는지도 모르구요.
누가 대니엘을 탓하거나 잘못됐다고 할 수 있겠어요. 안타깝고 화가 나지만 대니엘 탓을 할 수는 없어요. 대니엘이 그 상황에서 벗어나길, 더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남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야지요.
마땅히 지낼 곳도, 일하는동안 아이를 맡길 곳도 없어서 알렉스가 잠깐동안 아빠 집에서 지냅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 아빠가 엄마를 학대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그 집에서 나와버립니다. 그러곤 엄마 폴라를 찾아가지요.
알렉스 : 왜 말 안 했어? 아빠한테 맞은 거?
why didn't you ever tell me that he hit you?
폴라 : 이런 망할. 왜 그 어두운 기억을 끄집어내니?
oh damn alex. why would you want to bring up that dark shit, huh?
알렉스 : 많이 맞았어?
did he hit you a lot?
폴라 : 모르겠어. 난 그런 생각 안 하잖아. 내가 생각하는 거는 앞으로 나아가는 거.
i don't know. i don't think about that stuff, you know? i thing about forward motion.
그러면서 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부산하게 움직이면서 여러 다른 말들을 쏟아냅니다.
폴라는 늘 뭔가 들떠있는 것 같고 정신없이 이것저것 하는 것 같습니다. 예술과 음악과 치유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지요.
하지만 정작 딸인 알렉스가 자신의 아픈 과거를 끄집어내니까 그런 얘길 왜 꺼내느냐며 대화를 피합니다.
폴라만 그럴까요
어쩌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고 끄집어내고 싶어하지 않고 말하고 싶어하지 않고 회피하고 싶고 그냥 잊어버려고 노력하며 살겠지요.
아프고 아픈, 두렵고 두려운 그 기억을 자꾸 떠올리면 살 수가 없을 것 같으니까요. 그나마 버텨오던 삶이 완전히 무너질 것 같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그때의 고통이 새롭고도 생생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폴라가 처음부터 그런 성격이나 취향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남편으로부터 남자로부터 두들겨 맞고 학대 받으며 살았고, 그로부터 도망친 뒤에 그렇게 변했는지도 모르구요.
살기 위해서요. 그렇게라도 살기 위해서요.
때리고 학대 했던 아빠는 새로운 아내를 만나 애도 낳고 뭔가 안정된 듯이 살고 있지만
맞았고 학대 당했던 엄마는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오늘도 지난 고통이 마음에 떠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괜히 소리 치고 크게 웃고 이리 저리 몸을 흔들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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