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아주 밝은 5월의 봄날이었습니다. 바람도 살랑살랑 부는 게 이렇게 빛나는 날이 또 있을까 싶더라구요.
피아노 수업을 했습니다. 시작은 스케일과 아르페지오.
결과만 보면 아주 단순한 곡입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도미솔도 미솔도미~~~
첫 도를 누르기 전에 몇 초의 시간이 있습니다. 숨도 크게 쉬고 손도 흔들며 긴장도 풀고 그러지요.
그 몇 초 사이에 속으로 생각을 했어요.
오늘의 밝게 빛나는 날씨를 스케일에 담고 싶어요
우당탕탕 치고 나니까 선생님이 환히 웃으시며 말씀 하십니다.
샘 : 소리가 너무 따뜻해요!
순돌이 아빠 : (창밖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오늘의 날씨를 담고 싶었어요
샘 : 정말 그렇게 됐어요.
순돌이 아빠 : 헤헤~ 다행이에요.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가슴으로 손을 모으며) 전 이럴 때가 너무 기분이 좋아요. 제가 뭔가 표현하려 하고, 그걸 다른 사람이 함께 느껴주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샘 : 음악을 통한 이심전심? ㅋㅋ
기분 좋은 순간이기도 하고, 신기한 순간이기도 했어요.
일단 제가 스케일을 치기 전에 샘한테 아무 말도 안 했거든요. 속으로만 오늘의 날씨를 담고 싶다고 한 거였는데, 그걸 피아노 소리로 샘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 했어요.
게다가 스케일이라는 게 다른 곡들처럼 구체적인 멜로디가 있다기 보다는 말 그대로 도레미파솔라시도, 레미파솔라시도레...뭐 그런 건데...
암튼 멜로디도 있지만 건반을 눌렀을 때 나는 그 소리 속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노란색이라고 다 같은 노란색이 아니듯이 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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