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돌이와 산책을 하다 길가 의자에 앉았습니다. 한 아저씨가 다가오시더니 순돌이를 보며 말씀 하십니다.
아저씨 : 아이고 예뻐라
순돌이아빠 : (순돌이를 쓰다듬으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안녕하세요~
아저씨 : 이러니 어찌 사람들이 안 예뻐 하겠어.
순돌이아빠 : 감사합니다 ^^
누가 순돌이 보고 이쁘다고 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아저씨 : 나도 14년을 키우다 보냈어요
순돌이아빠 : 아…
순간 살짝 당황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아저씨 : 벌써 3년이 지났는데 너무 너무 보고 싶어요
순돌이아빠 : 아…네…
제가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에요.
그리고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 주셨어요.
아저씨 : 그래서 이렇게 여기 담고 다녀요.
순돌이아빠 : …….
아저씨가 내미셔서 사진을 보긴 봤는데 제대로 못 보겠더라구요. 마음이 울컥해서 보기 어렵기도 하고, 눈물이 맺혀 잘 안 보이기도 하고.
아저씨는 핸드폰을 다시 챙겨 넣으시고 가시던 길을 가셨습니다. 뭐라도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순돌이아빠 : : (아저씨 뒷모습에 대고) 안녕히 가세요…
순돌이와 함께 있을 때 예쁘다고 하시는 분도 많지만, 먼저 떠나 보낸 강아지 얘기를 하시는 분도 많아요.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닌 거지요.
그런데 오늘 유난히 저까지 눈물이 났던 이유가 있어요.
점심밥을 먹으며 한 유튜브 영상을 봤어요. 반려견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의 얘기더라구요.
순돌이와 산책을 하다 보면 길에서 아주 나이 많이 든 강아지들을 만나게 돼요. 겨우 겨우 몸을 움직이는 애들도 있고, 강아지 유모차(?)를 타고 다니는 애도 있어요.
그런 애들을 보면 제 마음도 무거워질 때가 많아요. 언젠가 우리 애도 저렇게 될텐데…지금은 저리 우당탕탕 논다고 정신이 없지만…
한 번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순돌이가 크게 짖었어요. 옆에 계신 분께 말씀 드렸어요.
순돌이 아빠 : 정말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죠…
아줌마 : 괜찮아요. 저도 강아지 키워요.
순돌이 아빠 : (살짝 안심을 하며) 감사합니다.
아줌마 : (저를 보시며) 저 강아지 셋 데리고 다니던 그 사람이에요.
그렇게 보니 낯이 익더라구요. 서로 인사를 하거나 그러진 않아도 늘 같은 길을 오가다보면 늘 비슷한 반려견과 반려인을 만나게 되더라구요.
게다가 걔들은 셋이 함께 다녔는데…둘은 서로 이리저리 엉키기도 하고 비틀거리기도 하면서 겨우 다니더라구요.
순돌이 아빠 : 아…안녕하세요…
아줌마 : 얼마전에 둘은 보냈어요. 이제 하나 남았어요.
순돌이 아빠 : 아…
늘 강아지와 함께 다시니시던 분이 어느날 혼자 다니시는 걸 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심장이 쿵해요.
동네를 다니면 노인분들을 자주 만나게 돼요. 같은 동네에 함께 살다보니 서로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대강 알지요.
그러면 정말 세월이 가는 게 느껴져요. 주름은 더 많아지고 걸음은 더욱 느려지더라구요.
그런 모습을 보면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되겠지 싶은 마음이 가끔 들어요.
나도 나이들고 주름이 늘고 걸음이 느려지겠지 싶은 마음이 들면…그렇게 안타깝거나 슬프지는 않아요.
사람이라는 게 그렇고, 인생이란 게 그렇지 싶구요.
그런데 나이들어 힘겹게 걸어가는 강아지를 보면 그렇게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아요. 내가 나이드는 건 괜찮은데 순돌이가 나이들고 움직이기 어려워지고…언젠가 멀리 떠날 생각을 하면…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눈물나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떠난 강아지를 너무 너무 보고 싶어하시는 아저씨를 만난 거에요.
그런 얘길 처음 듣는 것도 아니어서, 아저씨가 좀 더 나이가 젊었으면 제 마음이 덜 아팠을 거에요.
본인도 나이가 들어 기운 없어 보이고, 머리에 하얀 세월을 쌓아가시는 분이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낯선 사람에게 사진까지 보이시며 그런 말씀을 하니까 제 목이 메고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어제 동물병원에 갔었어요. 기생충 약도 바르고 구충제도 먹고 그랬지요. 그리고 발바닥에 약간 문제가 있다해서 치료용 샴푸를 처방 받아 왔어요.
수의사가 그러더라구요.
얘도 이제 40대잖아요. 좀 더 신경을 쓰셔야 할 거에요.
순돌이가 2016년 7월30일에 태어났으니까 이제 6년하고도 몇 달을 더 살았어요. 그런데 사람 나이로 치면 벌써 40대라네요.
순돌이의 시간은 너무 빨라요. 아직도 제겐 그저 틈만 나면 성질부리는 아기 꼬마 같은데…
우리의 첫만남을 아직도 기억해요.
제가 ‘순돌아~~~’하면서 손가락으로 바닥을 톡톡톡 치니까 처음 보내는데도 아장아장 제게 걸어 왔지요.
지난 세월동안 함께 많은 일을 했는데 유독 그 장면이 계속 기억나네요.
그때는 지금처럼 입도 튀어나오지 않은 곰돌이 시절이었죠. ^^
순돌이도 나이가 든다는 건 얼굴을 보면 느껴져요. 사람처럼 주름이 막 늘고 그런 건 아닌데…확실하게 뭐라 말을 하긴 어렵지만…너도 나이드는구나 싶어요.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언젠가 순돌이가 저보다 더 나이 많아질때가 오겠지요. 그 시간을 늦출 수도 막을 수도 없을 거구요.
오늘은 오늘대로 즐겁게 지내길 바랄뿐이네요.
아빠가 별다른 거 하지도 않았는데...성질은 좀 적게 부렸으면 좋겠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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