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착취.폭력/지배.착취.폭력-여러가지

민중 선동가와 전문가, 나라와 정치

순돌이 아빠^.^ 2022. 11. 8. 09:24

이들은 언제나 이 선주를 에워싸고는 자신들에게 키를 맡겨 주도록 요구하며 온갖 짓을 다 하네. 그리고 때로 자신들은 설득에 실패하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설득에 성공하게라도 되면, 그들을 죽여 버리거나 배 밖으로 던져 버리거나 하네. 그리고선 점잖은 선주를 최면제나 술 취함 또는 그 밖의 다른 것으로써 옴짝달싹 못하게 한 다음, 배 안에 있는 것들을 이용해서 배를 지휘하네.

이들은 참된 키잡이와 관련해서 일너 사실을 알지도 못하네. 즉 그가 참으로 배를 지휘하기에 적절한사람이 되려면, 한 해와 계절들, 하늘과 별들, 바람들, 그리고 그 기술에 합당한 온갖 것에 대해 마음을 쓰는 게 그에게 있어서 필연적인 것이라는 걸 말일세.

그래서 남들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키를 어떻게 조종할 것인지에 대한 기술적 지식을 가질 수 있다거나 수업을 받음과 함께 조타술을 습득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이들은 하지 못하네.

이런 일들이 배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정작 조타술에 능한 사람은 이런 상태에 있는 배를 탄 선원들한테서 영락없는 천체 관측자나 수다꾼으로, 그리고 자신들에게는 쓸모 없는 사람으로 불릴 것으로 자네는 생각지 않는가? - 393

여기에서 배는 나라를, 선주는 민주 정체의 주인인 민중을, 그리고 선원들은 민중 선동가들인 현실의 정치가들을 각기 가리키고, 선주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을 죽이거나 배 밖으로 던져 버린다는 것은 정적의 처형이나 국외 추방을 빗대어 하는 말로 이해하면 되겠다. 

‘키의 조종’은 나라의 경영, 즉 통치를 빗대어 한 말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조타술은 치술을 상징하고 있다. 치술도 하나의 테크네인 한 학문적이고 습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강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최면제나 술 먹임 등은 정치꾼들이 민중의 건전한 감각을 온갖 방법으로 마비시키는 것을 두고 빗대어 하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진정한 조타수냐 아니냐는 오로지 그의 기술에 달린 문제이지, 남들이 그의 조타를 원하느냐 아니냐는 상관없는 일이다. 대화편 <정치가>에 보면, 환자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의사가 진정한 의술을 행사하는 한, 어떤 방법으로 치료를 하건, 그가 부자이건 가난하건, 우리는 그를 의사로 본다는 언급이 나온다. - 393-394, 옮긴이 해설

- 플라톤, <플라톤의 국가>, 서광사, 1997

배와 항해에 대해서는 잘 모르면서
사람들을 선동하여 지휘권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잘 하는 건
배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아는 것도 아니고

돛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도 아니고
암초와 물의 깊이를 가늠하는 것도 아닙니다

mbn
아이앰피터

이들이 잘 하는 건
모르는 것을 숨기고 아는 척하는 것입니다

할 수 없으면서
할 수 있는 척하며 꾸미는 것을 잘하고

경쟁자가 있으면 패거리를 만들어 싸워 제거하고
갸우뚱거리는 사람을 현혹하여 믿게 만드는 것을 잘합니다

서울신문
ytn

배가 부서지고 서서히 바다에 잠기고 있는데도
그들은 자신의 잘못은 아니라며 발뺌을 할 겁니다

배가 오래 돼서 그렇다거나 바람이 거세서 그렇다거나
선원들이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겠지요

jtbc

진정으로 배에 대해 잘 알고 항해에 노력을 쏟는 사람은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 하겠으나

항해가 어찌되든 사람이 어찌되든 관심 없는 자들은
힘겹게 얻은 지휘권이나 권력을 계속 유지하는 일에만 관심을 둘 겁니다

나라와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면서
사람들을 선동하여 정치에 앞장서는 사람들도 있지요

한명의 의사가 탄생하기까지 
오랜 기간 많은 공부와 수련이 필요하듯이

나라와 정치에 나서기 위해서도
오랜 기간 많은 공부와 수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라가 잘 운영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힘과 권력을 쥐는 것만 원하기 때문입니다

jtbc

또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인간의 마음이 어떤지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으니
사고가 벌어지고 문제가 생겨도 이를 해결할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습니다

마치 자격도 면허도 없는 사람이 00병원을 차려놓고
환자를 치료하지는 못하고 진료비만 받는 꼴입니다

운전면허도 없는 제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컨테이너를 운반할테니
트럭과 운임비를 내어달라고 하는 꼴이구요

뉴스타파

배가 무사히 항해를 마치고 목적지에 닿으려면
사회가 정치를 잘해서 점점 더 나은 사회로 가려면

결국 남는 방법은 선주든 선원이든, 시민이든 민중이든
항해와 사회의 안녕에 무지하고 무관심한 이들을 몰아내고

참으로 배와 항해에 대해, 사회와 정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자리와 권한을 주어 일을 맡기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윤석열과 김건희의 스승(?) 비슷한 인물로 알려진 천공. 사진:ytn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서 다리를 크게 다쳤다고 하지요
누구에게 아이를 데려가시겠습니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리 등 모르는 게 없고
이승과 저승, 과거와 현재에 통달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데려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인류의 미래나 인간의 운명 같은 것은 잘 몰라도
사람의 상처와 치료 방법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에게 데려가시겠습니까

스탈린이 죽었다

<스탈린이 죽었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 보면 소련의 독재자였던 스탈린이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변에 있던 놈들이 의사를 불러 오라고 합니다

그런데 불러올 의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에 안 든다고, 반역자라고 많은 의사들을 죽이거나 수용소에 가뒀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차지하고 지키느라 정작 사람을 치료할 전문가들마저 죄다 없애버린 거지요

인생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를 담고 있는 장예모와 공리의 영화 <인생>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홍위병들이 마음에 안든다고 의사들을 죽이고 쫓아냈더니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전문가가 없는 거지요

홍위병에게 손 흔드는 마오쩌둥. 서울신문

권력을 위해 선동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다보니

선동가는 살아남아도 제대로 일을 할 사람이 없는 겁니다

묵자

옛 성왕은 정사를 펼 때 덕 있는 자를 높은 자리에 앉히고 현자를 높였다. 비록 농업과 상공업에 종사하는 자일지라도 능력만 있으면 과감히 발탁해 높은 작위를 내리고 두터운 녹봉을 주었다.

관직에 나아갔다고 늘 귀한 것도 아니고 백성 또한 늘 천한 것도 아니었다. 능력이 있으면 등용되고 능력이 없으면 좌천되었다. - 195

무릇 현자를 숭상하는 것은 정치의 근본이다. - 197

- 묵자, <묵자>, 인간사랑, 2018

농업과 상공업에 종사하더라도 능력이 있으면 중요한 직책을 맡긴다고 했습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검사 출신이든 판사 출신이든 능력이 없으면 자리를 주면 안 되겠지요

선왕의 글로 원로의 얘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무릇 나라를 세우면서 도읍을 정하고 제후들을 봉한 것은 그들이 교만하고 태평하게 지내도록 하려는 취지가 아니었다. 경대부와 관장을 둔 것 또한 그들이 편히 지내도록 하려는 취지가 아니었다. 오로지 직책을 나눠 맡아 천하를 고르게 다스리고자 한 것이다”

천하 만민을 유익하게 해주고, 재해를 없애주고, 가난하고 외로운 자를 부귀하게 해주고, 위태로운 것을 편하게 해주고, 어지러운 것을 다스리라는 취지이다. - 253

- 묵자, <묵자>, 인간사랑, 2018

경향신문

사람이 아프면 몸의 상태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인 의사에게 치료를 맡기듯이
나라가 아프면 사회의 상태에 대해 잘 아는 정치인에게 일을 맡기는 게 좋겠지요 

다시는 선전에 속고 선동에 휘둘리지 않도록
지혜를 기르고 마음의 깊이를 쌓는 것도 필요할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