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하는 등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습니다.
이런 공격의 이유가 윤석열이 속한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위한 것이든
아니면 지지율도 낮고 그런 마당에 이참에 내가 얼마나 센 놈인지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유독 시멘트 분야부터 공격에 나선다고 하니, 이것저것 다 필요없고 그냥 지 친구들을 위한 것인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4288696i
위 기사에 나오는 국회의원 이름 가운데 일부가 이번에 대통령 관저에 따로 초대받아 만찬인지 술판인지를 벌인 친윤 4인방에 포함되었지요.
아무튼 대통령인 윤석열이 명령을 내렸고, 이어 국토교통부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 등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로 유명한 책이지요.
이 책은 나치 독일에 협력하며 유대인 학살에 가담했던 아이히만의 재판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고, 나치 독일 유대인을 어떻게 학살 했는지 그 과정에 관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아이히만은 자기는 그저 위에서 시켜서 한 일일 뿐이라고 했지요.
나치였거나 학살에 가담한 자라고 하면 한눈에 봐도 알아볼 수 있는 아주 나쁜 괴물일 것 같지만,
어찌보면 일상 생활에서는 전혀 구별하기 어려운 평범한 사람이 악의 한 가운데 있었던 거지요.
<재즈맨 블루스>라는 영화에 보면 백인으로부터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 바이우를 도와주는 아이라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그는 유대인입니다. 독일이 자신과 가족을 기차에 실어 수용소로 보냈지요. 거기서 다른 가족은 죽고 자신은 살아 남은 겁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으로 돌아가면, 아이라와 그의 가족을 기차에 싣고 수용소로 가는데는 많은 공무원/노동자들의 기여가 있었을 겁니다. 기차 운행 시간을 짜고 기차를 운전하고 기차 운행 신호를 보내고 기차의 문을 열고 닫고 등등의 일을 누군가는 했을 겁니다.
그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알고 있었을 수도 있고, 알고 있으면서 모른체 할 수도 있고, 아예 모를 수도 있지요.
그냥 자기는 주어진 업무 지시대로 기차를 운행하고 수신호를 보냈을 뿐이라고 할 수도 있구요.
히틀러와 괴벨스, 나치 등이 독일의 국가를 장악하고, 국가와 공무원들을 이용해 이런 일을 벌인 거지요.
윤석열과 한동훈, 검찰 등이 대한민국의 국가를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국가와 공무원들을 이용해 화물연대와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69499.html
이날 오후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국 시·도 경찰청장 화상회의를 열어 “시멘트 운송 업무 복귀 거부자 등 수사를 위해 시·도 경찰청에 집중수사팀, 경찰서에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신속 수사를 해달라”며 “배후세력까지 수사해 업무개시명령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전담수사팀, 배후세력 떠드는 거 보니 경찰이 윤석열 정권의 앞잡이, 돌격대가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220
일선 경찰들의 생각이야 경찰청장과 다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기도 할 거고,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뜻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청장이 시키니 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키는 대로 하자니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수도 있지요.
위 사진을 보면 업무개시명령서 관련 작업을 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직원의 손이 보입니다. 이 사람도 대통령과 장관이 시키니까 일을 하는 거겠지요.
이 사람의 일은 어찌보면 간단합니다. 업무 지시를 받았고, 서류를 만들라고 하니 만들고, 봉투에 넣으라고 하니 넣는 겁니다.
이 직원은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는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렇다고 화물연대에 무슨 악감정이 있는 것도 아닐 테구요.
유대인을 실어나르는 기차를 운행한 기관사는 유대인에게 특별한 악감정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직원이 그렇듯 그냥 시키니까 하는 거지요.
악행을 계획하고 지시한 놈들은 몇 놈 되지 않을 겁니다.
히틀러나 괴벨스 등 몇몇이 계획을 하고 지시를 하면 전체 국가가 엄청난 인력과 무력과 행정력을 동원해서 지시를 이행하는 거지요.
윤석열이든 김건희든 한동훈이든 몇몇이 계획을 하고 지시를 하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엄청난 인력과 무력과 행정력을 동원해서 지시를 이행하기는 마찬가지구요.
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책임과 잘못은 당연히 그 일을 계획하고 지시하는 지배자나 권력자에게 있습니다.
악인이 개인의 삶으로 끝나면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 악인이 권력을 쥐고 그 권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다른 이들을 지배하게 되면 일이 점점 더 커지는 거지요.
그들의 숫자가 몇 명되지 않을지라도,
그들이 권력을 이용해 공무원들을 움직이고 경찰력을 동원하고 검사/판사들이 함께 날뛰면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는 겁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11301604001
여기서 또하나 중요한 문제는 악에 동참하려는 의지도 악을 실행할 이유도 갖지 않은 사람들까지 동원된다는 겁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언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악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지요.
챨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그저 시키는대로 움직일 뿐이지요.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지시를 하면 공무원들은 계획을 짜고 예산을 집행합니다. 그러면 노동자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고립 시키는 장벽을 쌓는 거지요.
그 공무원에게는 팔레스타인인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팔레스타인 노동자가 팔레스타인을 고립시키는 장벽 쌓는데 동원될 수도 있지요.
유대인이 유대인 학살에 동원/이용 되듯이 말입니다.
악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
악한 자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이용해
악을 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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