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분석에 따르면 인종편견이 단지 의견에 불과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세기의 전환기에 제국주의 시대와 이른바 ‘아프리카 분할’(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서유럽 열강이 아프리카대륙을 식민지화한 과정)을 거치며 상황이 바뀌었다.
인종편견은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았고 열강들을 이 이데올로기를 무기화해서 땅을 빼앗고 자본과 노동을 갈취하는 정치적 폭력의 도구로 삼았다.
인종편견은 인종차별주의로 변모했고, 인종차별주의는 사람들이 자신을 향한 인종차별적 언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될 정도로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았다.
한나는 현대 대중사회를 휩쓴 두 가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로 계급 차별과 인종차별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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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는 “이데올로기는 역사의 열쇠나 모든’ 우주의 수수께끼’의 해결책 또는 자연과 사람을 지배하는 숨겨진 우주의 법칙에 대한 은밀한 지식을 소유한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단순한 의견과는 다르다”라고 말한다. - 190
이데올로기는 공포가 확산될 때 힘을 얻는데 이러한 이데올로기와 마주했을 때 분별 있게 판단하거나 생각하지 못하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가 없다. - 196
한나는 마르틴 루터의 말을 인용해 사람이 외로울 때 얼마나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는지 강조했다. 외로운 사람은 현실이 아닌 상상에 뿌리를 두고 생각의 논리를 펼치기 때문이다. - 197
전체주의는 사람들의 사유 능력 및 그들 자신과 맺는 관계를 망가뜨려, 인간 사이에 공간을 파괴한다. 내 생각에만 사로잡혀 고립되면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 - 198
- 사만다 로즈 힐, <한나 아렌트 평전>, 혜다, 2022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해 적대적인 이데올로기 선전을 펼친 윤석열 정권.
수십, 수백억의 재산을 가지고
나랏돈 수천 수조원을 흥청망청 써대는 인간들이
화물차 기사들을 향해 귀족이라고 비난함.
이러한 이데올로기 공격이 시민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쳐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임.
화물차 기사들이 삶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오직 반노조 정서를 이용.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맹목적인 반노조 이데올로기를 가진 이들의 의식을 움직이기 쉬움
맹목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백인들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줌
흑인이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짧은 말 한마디로도 그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폭력을 저지름
나치의 유대인 지배와 공격
백인의 흑인 지배와 공격
남성의 여성 지배와 공격
부르주아의 노동자 지배와 공격
그리고 이데올로기와 맹목성
이데올로기를 통해 맹목적인 인간이 되고
맹목적인 경향을 가진 인간이 쉽게 이데올로기를 수용하는 듯
반대로 <빨간머리 앤>의 앤이나 길버트처럼
타인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사물과 현상을 차근히 생각해 보는 인간일수록
이데올로기에 빠질 가능성이나
맹목적인 인간이 될 가능성이 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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