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예술과 함께

예술과 자기만의 색깔

순돌이 아빠^.^ 2023. 1. 8. 14:10

1.

피아노 수업 시간이었어요. 음악도 피아노도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를 샘과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THE NEW YOUR TIMES

순돌이아빠: 제가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어서 바이올린을 시작했다가 어려워서 포기했지요. 

샘 : 하하하

순돌이아빠: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어서 피아노를 시작했는데…그 꿈은 아직 포기 안 했어요. 히히

샘:하하하…근데 아버님의 연주를 들으면 아버님만의 색깔이 있어요

순돌이아빠: (뜻밖의 얘기라 놀라며) 네?

샘: 아버님이 연주를 하시면 뭐랄까…순돌이아빠만의 느낌, 색깔 같은게 묻어나요.

순돌이아빠: (뭔가 기분이 좋아지면서도 애매한듯) 아…네…감사합니다…

2.

예전 피아노샘이 수업 중에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어요.

샘 : 제가 어릴 때부터 피아노만 쳤잖아요. 그러고 대학을 딱 들어가니까…이걸 계속 해야 되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여행도 다니고 다른 과 수업도 듣고 그랬어요.

순돌이아빠 : 그랬군요…

샘 : 대학까지 졸업 했으니 피아노는 어느정도 칠 수 있지만… 인문학적 소양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순돌이아빠 : 아…

그래서 다음 번 수업에 제가 톨스토이의 책을 선물하기도 했어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3.

황석영이 쓴 글은 <장길산> <삼국지> <오래된 정원> 같은 작품을 읽어 본 것 같네요

https://www.yna.co.kr/view/AKR20150910228700005

 

황석영 "젊은 작가 작품에 '철학' 안 보여…문예창작학과 때문"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소설가 황석영(72)씨가 "오늘날 한국문학이 '이 꼴'이 된 것은 문예창작학과 때문"이라며 최근 한국문학 추세...

www.yna.co.kr

위 기사를 보면 황석영이 문예창작과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해요. 

더쿠라는  커뮤니티에 황석영의 이야기를 옮긴 글이 있는데, 거기에 문예창작과를 나왔다는 분들이 단 댓글이 몇 개 있어요

https://theqoo.net/square/2676537139

 

황석영 "문예창작과가 한국문학 망쳐" 문창과 비판 - 스퀘어 카테고리

https://img.theqoo.net/NacnQ "오늘날 한국문학이 이 꼴이 된 것은 대학의 문예창작과 때문이다. 문창과는 문장 쓰는 기술만 가르치는 곳" "원래는 작가에게 출신 학과란건 중요하지 않았었다. 난 예술

theqoo.net

문창과 출신이지만 완전 공감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창과 출신 공감…ㅎㅎ

문창과 전공생인데 글쓰다보면 진짜 인문학 철학 미학 공부를 깊게 안한게 후회 됨. 정말 필요해 내 생각을 설명과 상세 묘사로 그치지 않고 표현하려면...맞는 말만 하셨다

주접ㅋㅋㅋㅋ듣는 문창과 공감한닼ㅋㅋㅋㅋㅋ하나같이 맞말이네ㅋㅋ

문창과 출신 인정ㅎㅎ..

입시 미술처럼 그냥 입시용 문장이 있을뿐 작품은 없다

이렇게 댓글을 다신 분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나 자신의 삶과 관련된 이야기를 황석영이 비판하고 있는데도, 이런 말씀을 하신 거네요

음…저야 황석영의 말이 맞는지 아닌지 몰라요. 그런 걸 판단할 능력도 없구요. 

다만 가끔 그럴 때는 있어요. 꽤나 유명하신 분이 쓰신 글인데…읽고 있으면…허전해요.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분은 자기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글들을 읽고 쓰신 거 같네…

밀레
고흐

똑같이 농민들이 일하다 쉬는 장면인데 밀레와 고흐의 그림에는 큰 차이가 느껴지기도 하구요.

4.

심심해서 넷플릭스를 뒤졌거리다가 별 생각 없이 TALVAR라는 영화를 봤어요. 영화를 보고 나니 당장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거 진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 건가?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세세한 장면들을…상상만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2008년에 실제 있었던 일과 이후의 수사와 재판 과정을 바탕으로 했더라구요. 

 5.

https://youtu.be/rnNMhe8-u6w

Mozart: Piano Sonata No. 16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2악장 수업을 할 때였어요. 처음 시작하는 ‘시’음을 어떻게 내면 좋을지 애매해서…몇 번이고 다시 다시 할 때였어요. 

샘 : 오~ 이번에는 시가 정말 좋았어요. 제 맘에 쏙 들었어요. 

순돌이아빠 : 그래요, 헤헤헤…(손가락을 가리키며) 저 그림이 도움이 됐어요. 

샘 : 그렇군요.

학원 피아노 앞에 2023년 달력이 걸려 있어요. 어떤 식물 그림인데 파스텔 톤으로 곱게 그린 것이었어요. 

‘시’를 어떻게 소리낼까 궁리하다 그 그림을 보고 나니 어떤 느낌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래서 그 느낌을 표현하려고 건반을 눌렀더니 샘이 좋다고 한 거에요.

바흐 인벤션 2번을 연습할 때였어요. 음표를 따라 건반을 누르는 것도 어렵고, 또 이 곡에 맞는 음색을 내는 것도 어렵더라구요. 

샘: 깊지만 때리는 소리는 아니고 따뜻하면서도 알맹이가 있는 소리를 내야 해요. 한 음 한 음 빠지면 안 되구요.

순돌이 아빠: 네

이런 샘의 그런 얘기가 놀랍지도 않아요. 그까짓 거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운 얘기도 맨날 듣다 보니 또 그러나보다 하는 거에요 ^^;;;

샘: 오~ 이번에는 정말 좋았어요. 너무 감동적인 연주였어요. 각 음들이 살아있어요

순돌이아빠 : 헤헤 그래요? 어떻게 소리를 낼까 고민하다…제가 좋아하는 발레가 <지젤>이거든요.

샘: 그렇군요

우리집 냉장고에 붙어 있는 지젤 포스터

순돌이아빠: 건반을 누르면서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생각했어요. 무용수들이 춤을 출 때 그냥 냅다 쿵쾅쿵쾅 하는 거 아니잖아요.

샘: 맞아요

순돌이아빠: 그리고 함께 춤을 추면 서로의 호흡도 잘 맞아야 하구요.

샘 : 맞아요. 정말 그렇게 왼손과 오른손의 호흡을 맞춰야 해요.

순돌이아빠: 남자 무용수가 앞에 나왔다 여자 무용수가 앞에 나왔다, 함께 춤을 췄다 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피아노를 쳤지요 ㅋㅋㅋ

그렇게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나 자신의 감각과 경험이 그만큼 소중한 일인 것 같구요

 

자신의 감각과 경험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자기만의 색깔도 갖게 되는 것 같구요 ^^

https://youtu.be/wZ3fjtlfRzE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 1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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