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12월23일 <한겨레>에 실린 여러 이야기들 가운데 예술과 관련된 제 생각이에요 ^^
1.안톤 체호프 <갈매기>
미수의 연출가 이순재…미래가 좌절당한 ‘갈매기’의 시대 그렸다
새해가 되면 여든여덟, ‘미수(米壽)’를 맞는 배우 이순재. 구순을 목전에 둔 이 노배우가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의 연극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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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위 기사에 이런 말이 나와요
원작자 체호프는 이 작품을 ‘사랑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이순재는 줄거리의 저변에 깔린 사상적 배경에 더욱 주목한다. “당시 체제에선 젊은이의 미래가 없으니 바꿔야 한다고 설파하는 작품이에요. 체호프가 서민, 빈민층에 대한 연민 속에 귀족사회의 붕괴와 개혁을 주장한 작품인데, 당시 시대상을 여실히 반영해서 사상적 배경이 깊지요.” 그는 “군사정권 시절엔 이념적으로 오해받을까 봐 이 작품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며 “이번엔 원작에 담긴 체호프의 정신을 그대로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도 이 작품을 사랑과 예술에 관한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순재가 말한 저변에 깔린 사상적 배경도 마음에 와 닿네요.
2. 한겨레 그림판 - 권범철
이 그림을 보면서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더라구요.
윤석열이 오른손으로 노동자를 두들겨 팰 때,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고 있잖아요.
저런 놀이를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요. 저렇게 하는 건 더 강하게 때리기 위해 양손의 힘을 같이 쓰려고 한다는 걸.
그리고 그냥 손으로만 때리는 게 아니에요. 온 몸의 반동과 근력을 이용해서 때리는 모습이지요.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72765.html
대통령의 노조 혐오에 노정·노사 관계 벼랑 끝
북핵 위협 비유·부패 세력 몰기 등경제 위기에 구조조정 우려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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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면서 예술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합니다.
예술이란 무엇이고, 예술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위 권범철의 그림 속 인간이나 이 밀레의 그림 속 인간이나 모두 움직이고 있고 힘을 쓰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두 작품 속 인간의 모습은 닮았다고 하겠지요.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고 있고 근육과 힘을 사용하는 이유가 달라요. 권범철 그림 속 윤석열을 다른 사람을 때리고 괴롭히고, 그 속에서 즐거움이나 만족감을 얻기 위한 거에요
그에 비해 밀레의 작품 속 인간들은 누구를 때리거나 괴롭히는 게 아니에요. 저 나무를 가지고 돈을 벌든 집을 짓든 땔감을 하느 어쨌거나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하는 거에요.
윤석열이 사용하는 힘의 에너지는 어디서 왔을까요.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겠지요. 그 음식은 어디서 왔나요. 노동자들의 세금으로 음식 재료를 사고 조리사를 고용해서 지는 먹기만 한 거겠지요.
그에 비해 밀레 그림 속 인간들이 사용하는 힘의 에너지는 어디서 왔을까요. 그들 또한 음식을 먹었겠지요. 그리고 그 음식은 어디서 왔나요? 자신과 그의 가족들이 직접 힘들게 노력해서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해서 거둔 거겠지요.
윤석열과 밀레 그림 속 인간들의 체형을 비교해 보세요. 사실 별로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다지 많이 먹을 필요도 없을 것 같은 윤석열은 살이 피둥피둥 쪘어요.
그에 비해 새벽부터 저녁까지 온갖 힘든 일을 매일 매일 해야 하는 밀레 그림 속 사람들은 살이 찌기는커녕 말라보이지요.
제가 밀레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 속에는 밀레와 함께 살아가는 농민들의 삶과 노동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귀족들의 초상화나 부르주아들의 우아한 모습을 그렸다면 그만큼 좋아하지 않았을 거에요.
3. 강재훈의 살핌 -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축 성탄,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 원하옵건대 조금만 더 낮은 곳으로 임하시옵소서. 가진 게 넘쳐도 만족할 줄 모르고 거짓과 몰염치의 탈을 쓴 채 더 가지려 탐욕에 눈먼 이들 곁에 계시지 마시고, 아무리 기를 쓰고 애를 써도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안타까운 이들을 보살피소서. 그리하여 온 세상의 평화가 이루어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72796.html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저의 마음과 저의 삶이
낮은 곳을 향하길 기도합니다.
4. 전진하는 인간 전진하는 세계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하는 베토벤 교향곡 1-9번을 다 틀어놓곤 해요. 그리고 전곡을 통해 제 머리에 떠오르는 한 마디는 ‘전진’이에요.
끝없이 전진하는 인간, 전진하는 세계의 모습이 떠올라요.
제가 베토벤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제가 베토벤의 작품을 통해 용기를 얻는 이유이기도 해요.
한가로이 꽃길을 걷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장난치며 즐겁게 뛰어다니는 것도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진하는 모습이에요.
인간과 세계의 모습을 통해 예술 작품이 만들어지고, 예술 작품을 통해 다시 인간과 세계에 대해 느낄 수 있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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