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예술과 함께

피아노와 삼겹살

순돌이 아빠^.^ 2022. 11. 28. 09:26

저도 피아노를 배우기 전까지는 이게 이렇게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인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냥 별 생각 없었지요.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으로 건반만 계속 누르는 일이니 뭐 그리 힘이 들겠나 싶었던 거겠죠.

옛날 피아노 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면서 에너지가 딸릴 때는 사탕을 계속 먹었어요. 아예 피아노 옆에 사탕통을 올려 놓고 먹었지요. 그래서 결국 남은 건 이렇게 살만….ㅠㅠ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하하하 그냥 웃고 말았지요. 게다가 샘은 피아노를 전공하신 분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오늘 피아노 수업이 있었어요. 수업 하면서 제가 샘한테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샘, 안해본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하는 줄 정말 모를 거에요.

오늘은 이런 얘기를 했어요.

순돌이 아빠 : 제가 평소에는 고기나 기름진 음식을 잘 안 먹거든요.

샘 : 네 저번에 말씀 하셨어요.

순돌이 아빠 : 근데 어제는 연습하러 오기 전에 일부러 고기를 구워 먹었어요

샘 : 기운 내시려구요

순돌이 아빠 : 네

샘 : 하하하. 맞아요. 고기 먹어야 돼요. 저도 주말이 되면 고기 왕창 먹어요. 

정확한 이유야 모르겠지만, 아무튼 엄청난 에너지가 드는 일이에요. 제가 뭐 전공할 것도 아니고 어디 남들한테 보여 줄 일도 없이 그냥 혼자 딩가딩가 하는데도 그래요.

손으로 건반을 누르고 발로 페달을 계속 밟는데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겠지요. 그리고 뇌에 쓰는 에너지도 상당하지 싶어요.

악보를 보기도 하고 외우기도 해야지요, 건반을 누를 때마다 소리가 잘 나고 있는지 들어야 되지요, 샘이 이렇게 저렇게 해라고 하셨던 부분에서 조심 해야지요. 게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내야지요 ㅋㅋㅋ

보통 레슨을 1시간정도 해요. 그러면 30분 넘어가기 시작하면 이미 정신이 혼미해져서 달아나려는 정신을 붙잡아야 해요.

정말로 손끝이 달달 떨려요. 제대로 소리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긴장을 해서도 그렇고, 기력 쇠잔(?)으로도 그래요. 수업 시작 전에 사탕을 먹고, 중간에 물과 사탕을 다시 한번 먹기도 해요. ㅋㅋㅋ

한창 수업을 하다 보면 저절로 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수업하다 입고 있던 겉옷을 벗기도 해요. 등이나 옆구리에 땀이 흐르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 속옷이 축축해지기도 해요. 

샘 : 이 부분은 정말 표현을 잘 하셨어요. 칭찬해 드리고 싶어요.

순돌이 아빠 : 하하하 고마워요. (피아노 위에 엎드리는 시늉을 하며) 제가 이렇게 하려고 흰머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몰라요. ㅜㅜ

샘 : 하하하

도대체 내가 뭐하려고 이짓을 하고 있나 싶다니까요. ^.^

수업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다 넘어질 뻔 하기도 했어요. 다리가 후달거려서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돈 내 가면서, 삼겹살 구워 먹어 가면서 꾸역 꾸역 학원에 가는데는 이유가 있겠지요.

그 이유가 제가 행복을 꿈꾸는 마음으로 살게 하는 것일테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