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sQ7UGSI4txo&list=OLAK5uy_klJ-yEE20nRmidvlV_2jK2sG9-PCR7BcU
새로 음반이 나왔다고 해서 틀었습니다.
처음 지코의 이야기부터 정미조, 정승환과 함께 하는 곡들도 좋았고
마지막에 담긴 <책>까지 모두 아주 좋았습니다.
삶의 시간을 통해 깊어진 사람의 음악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회상만 남은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여전히 새로움을 담고 있는 음악이다 싶습니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여름의 푸른 하늘은 겨울과는 반대로, 땅 위에서 빽빽한 나뭇잎으로 엉기어 맺히고 대지에 자리잡는다. 그 나뭇잎에 내리는 비도, 무성한 나뭇잎의 변하지 않는 환희의 저항을 무너뜰지 못하고 방울방울 흘러내린다.
...
나는 작은 손님방에 앉아 저녁 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책을 읽으며 뜰의 큰 마로니에 잎사귀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그때 나는 알고 있었다. 소나기는 큰 마로니에 잎을 밫나게 할 뿐이며, 큰 마로니에는 마치 여름이 잡힌 담보물처럼 화창한 날씨의 계속을 보증하려고 비 오는 밤이 새도록 서 있기도 약속하고 있다는 것을, 또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하룻밤만 새면 탕송빌의 흰울타리 위에는 하트 모양의 수많은 작은 잎이 여전히 물결치리라는 것을.
- 마르셀 푸르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동서문화사, 2014, 202쪽
나무 위에 비가 내리듯
머리에 하얀 백발이 수북히 쌓여도
언제나 좋은 음악을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삶에 여러 모습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최백호의 <찰나>를 닮아가고 싶습니다
책 - 최백호
책을 읽으면 머리카락 몇 올이 돋아나는 것 같아
아주 큰 무엇은 아니고 딱 그만큼만 아주 작은 그만큼만
그래도 옷에 묻은 흙을 털고
신발 끈을 조여매는 힘은 생기지
노래도 그래
먼 기적소리처럼
가슴 뛰던 젊은 날의 울림은 아냐
그냥 헌 모자 하나 덮어쓰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으로 가고 싶은 정도이지
책을 읽으며 노래를 들으며
아직은 눈물 흔적 지우고 살아
내가 그래
당신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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