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그가 적절하게 수행한 그의 역할이었고 그의 위대함은 자신의 산물이 아니라 게임의 결과라는 사실을 완벽하게 인식하고 나서 그는 이런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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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위대함은 그가 현실과 명성으로 이어지는 편한 길과 값싼 타협을 거절할 만큼 열정적이었다는 데에, 또 자신은 단지 기능이었고 하나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며 따라서 “아라비아에서 했던 일로부터 어떤 식의 이익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망각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그는 자신이 얻은 모든 예우를 거부했다. 그의 명성으로 인해 제의가 들어온 일자리는 거절해야 했고, 돈을 받고 자기 이름으로 언론에 글을 쓰면서 자신의 성공을 부당하게 이용할 수 없었다.
감동적인 비통함과 위대함으로 가득한 로렌스의 이야기는 단순히 유급 관리나 고용된 스파이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진정한 요원, 관리의 이야기이며, 역사적 필연성의 흐름으로 들어가서-끌려 들어가서 세계를 지배하는 비밀 요원이나 관리가 되었다고 실제로 믿는 사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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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머가 인도를 위해 이집트를 통치하고 로즈가 또 다른 팽창을 위해 남아프리카를 지배한 것처럼 로렌스는 어떤 다른 배후의 예측할 수 없는 목적을 위해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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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흐름에 투신했고, 한 개인으로서 그에게 남아 있던 것은 어떤 불가해한 품위와 “올바른 길로 나아갔다”는 데 대한 자부심뿐이었다. - 427
-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1>,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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