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예술과 함께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순돌이 아빠^.^ 2023. 3. 25. 08:15

피아노 수업 시간이에요.

순돌이아빠 : (손가락으로 악보를 가리키며)샘도 예전에 이런 거 공부하면 이렇게 표시를 많이 했어요?

제 말뜻은 제가 잘 못하니 이것 저것 하나 하나 표시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표시해놔도 잊어버리거나 생각을 못할 때가 많거든요 ㅋㅋㅋ

샘 : 하하…저요?...제 책에도 표시가 많았죠. 다만 아버님과 다른 점은 표시를 제가 하지 않고 저의 선생님이 하셨다는 거에요

순돌이아빠 : 네?

샘 : 어릴 때는 정말 기계처럼 쳤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연주가 어떤지 생각지도 못했어요. 

순돌이아빠 : 아…

샘 : 아버님은 아버님이 느끼고 생각하시는 게 있으시니까 직접 이렇게 표시하시잖아요. 저는 그러지 못했거든요.

순돌이아빠 : 네…

샘 : 세월이 가고 나이가 더 들고 이것저것 해보고 나니 그제서야 조금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다른 사람 연주도 좀 더 들리고…

https://youtu.be/yzCVG9Eh_xU

백건우- J.S. Bach: Ich ruf zu dir, Herr Jesu Christ, BWV 639

어디 피아노만 그럴까 싶어요.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것 같아요.

 

내 앞에 바짝 다가와 있을 때는 잘 모르고 잘 느끼지 못하다가 

세월이 흐르고 또다른 것들 속에 이리저리 지내고 나서야 

그때의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흐릿하게나마 알게 되고

이제나마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렴풋 손 닿을 수 있을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