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맨 먼저 하는 일이 알 자지라에 접속해서 팔레스타인 관련 뉴스를 확인하는 겁니다. 지난밤에는 이스라엘이 또 무슨 악독한 짓을 했는지, 그리고 혹시나 공격을 멈춘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많이 무겁고 힘겹고 괴롭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죽이려고 저짓거리인지 화도 많이 납니다.
또 달리 마음이 괴로울 때는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는 A와 메신저로 대화를 할 때입니다.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곳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입니다. A는 서안지구 북부 툴카렘Tulkarem에 살고 있습니다. 저도 툴카렘에 대해 조금 압니다. 왜냐하면 제가 툴카렘에서 한동안 지냈기 때문입니다.
저도 한동안 지냈던 툴카렘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얘기도 나누고 차도 마시고 지금도 연락을 주고 받고 있는 A가 지금 거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얘기를 하고 영상을 보내줍니다.
이스라엘이 우리 동네를 공격하고 있어. 사람들이 계속 죽고 있고...우리 집 가까운 곳에서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무서워...머리 위로 이스라엘 비행기들이 계속 시끄럽게 왔다 갔다 해...
뉴스를 보고 있으면 정말 화가 많이 나고 우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욕이 절로 튀어나옵니다.
그리고 A와 대화를 하고 있으면...슬프고 안타깝고 미안하고 괴로워요.
뉴스도 뉴스지만,
내가 아는 누군가가 지금 겪고 있는 일에 대해 실시간으로 바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니...
저에게 전해지는 것이 이 정도면 실제 상황은 1만배, 1천만배 더 힘들겠지요.
폭탄이 터지고 총을 쏘고 이스라엘 군인들은 비행기와 탱크, 장갑차나 불도저를 몰고 다니며 죽이고 때려부수고 수갑을 채워 사람을 끌고 가고...
총 소리, 폭발 소리, 비행기 소리, 비명 소리, 건물 무너지는 소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아프고 상처 입고 불안해 하고 가슴 아파 울고 있을지...
제가 A에게 저의 아픈 마음을 이야기하면 A는 오히려 이렇게 말합니다. 주먹을 불끈 쥔 그림까지 보내면서.
걱정마. 우리는 팔레스타인인이야. 이러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계속 그래 왔던 거잖아. 이대로 죽든지 아니면 인간답게 살든지 그뿐이야.
폭탄이 터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곳에 있는 친구가 '이대로 죽든지 아니면 인갑답게 살든지'라고 하는데...정말 뭐라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우리가 흔히 '아이고 힘들어 죽겠어'라고 말을 하곤 하는데...진짜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직접 그런 말을 하니...
A의 아이들도 어느새 자라서 대학생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애들 얘기, 하는 일 얘기, 주변 사람 얘기 등등을 좀 더 많이 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그런 말을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얼마전에는 제가 별 생각없이 이런 얘길 메신저에 남겼습니다.
지금 팔레스타인은 밤 11시겠네. 굿 나잇~~~
그러자 조금 있다 답이 왔습니다.
사실...잠을 잘 못자. 상황이 이러니까...이스라엘은 계속 공격을 퍼붓고...아니면 계속 뉴스를 보게 돼...
순간 아차 싶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왜 '굿 나잇'이란 말 하나 편하게 하지 못하게 되었는지...
A가 팔레스타인인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합니다.
하루빨리 이스라엘이 살인과 폭력을 멈추고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유와 평화 속에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굿 나잇'이 말 그대로 '굿 나잇'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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