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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속에서 죽어가는

순돌이 아빠^.^ 2006. 7. 11. 18:54
암흑 속에서 죽어가는
 
버지니아 틸리(정치학 교수. 남아프리카 공화국)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납치된 한 명의 군인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대해 연일 폭격을 퍼붓고 있다. 또한 팔레스타인 의회 의원들의 3분의 1가량을 무더기로 연행해 가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는 자치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희망을 좌절시키는 것이며 이스라엘의 와해 공작으로 이미 쇠약해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산산 조각내는 행위이다.

 

하마스가 장악한 팔레스타인 정치에 대한 통제를 다시 회복하려는 파타의 의도나 하마스와의 경쟁 관계는 현재로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게 되었다. 오슬로 평화 협정 모델의 완벽한 붕괴, 팔레스타인 영토를 갈기갈기 찢어놓으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은 마침내 곧 현실이 될 전망이다. 아마도 팔레스타인은 각 정파를 넘어 또다시 단결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으로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다.
 

정치와 외교 전망도 간단치 않은 문제지만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정치에 초점을 맞출 수만은 없다. 이스라엘의 전투기들이 연일 가자 지구 전역을 공격하면서 끝내 가자 지구에 있는 단 하나의 발전소까지 파괴했다. 가자 지구에 있는 130만 인구 중 절반이 넘는 70만 명이 현재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6개월가량 전기를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밤에 불을 켤 수도 없고 냉장고가 돌아가지도 않으며 푹푹 찌는 가자 지구의 여름에 선풍기조차 틀수가 없다. 그러나 그 누구도 숨조차 쉴 수 없는 집에서 밖으로 뛰쳐나와 공기를 들이마실 수 없다. 이스라엘의 폭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찌는 듯한 무더위와 불도 들어오지 않는 암흑 속에서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폭격만이 가자 지구 전체를 흔들고 있다.

 

반복되는 폭발은 의심할 여지없이 대혼란을 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유리창이 깨지고, 무서운 아이는 겁에 질린 부모의 팔에 안겨서 소리를 지른다. 노인들은 심장 마비로 쓰러지고, 임신한 여성들은 계속되는 유산으로 몸이 망가져 간다. 끝없는 절망, 식량과 물을 비축하려는 안간힘... 라디오도, 텔레비전도, 휴대전화도, 컴퓨터도 쓸 수가 없다. 더구나 이 악몽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더구나 유일한 발전소까지 파괴되어버린 이번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이 썩어가는 한편, 남아 있는 유일한 음식은 요리를 필요로 하는 곡물이다.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스로 요리를 하지만 국경이 모두 봉쇄된 현재 가스가 들어올 리 만무하다.

 

부엌의 프로판 가스가 떨어지면 음식을 할 수 없게 된다. 특히 가난한 팔레스타인인들이 매일 먹는 유일한 음식인 렌즈콩, 후무스, 빵을 요리할 수 없게 된다. (인구 밀도가 높은 가자 지구에서는 장작이나 석탄을 구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참상보다 더 큰 비극이 있다. 바로 물을 마실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자 지구의 공공 수도 공급은 전기로 이뤄지는데, 현재 수도꼭지는 말라버렸다. 하수 시스템도 없다. 자, 다시 한번 말하자면 이스라엘의 발전소 파괴로 가자 지구 전체에 최소 6개월간 전기 공급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가자 지구의 대수층은 이미 바닷물과 하수, 그리고 과도한 펌프질(지금은 버려진 이스라엘 점령촌의)로 오염된 상태이며 부적절한 하수 체계를 갖추고 있다. 식수로 사용하려면 전기로 작동되는 설비로 정화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사용하기 전에 최소한 끓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전기나 가스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가자 지구의 사람들은 앞으로 6개월간 전기와 가스를 공급받지 못한다.

 

정화되지 않은 물을 마신다는 것은 곧 콜레라와 같은 질병을 의미한다. 가자 지구와 같이 인구 밀도가 높고 위생에 쓰일 연료나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콜레라가 한번 발생하면, 마치 들불처럼 삽시간에 퍼져 나간다. 그러나 전기가 없는 상태에서는 환자들이 쏟아져 나와도 병원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결국, 사람들은 살 수 없게 된다. 이웃한 그 어느 국가들도 수 백 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흡수할 자원을 갖고 있지 않다. 실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팔레스타인 난민의 대량 유입은 예컨대 이집트 같은 나라를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 것이다.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서안 지구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갈 수가 없다. 가자 지구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자 지구 주민들은 국경을 넘어 이집트로 갈 수도 없고 서안 지구를 통해 요르단으로 갈 수도 없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의 신분증을 소지한 그 어떤 이들도 서안 지구로 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1백 만 명 이상의 민간인들은 지금 덫에 갇혀 있다. 집에서 옴짝달싹 하지 못한 채 이스라엘의 폭격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에게 병에 걸리거나 심지어 죽게 할 수도 있는 오염된 물을 먹이면서.

 

이 엄청난 인도주의적 재앙은 국제 사회의 눈 가리고 아웅 하기에 의해 더욱 추동되고 있다.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 전체가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폭격이 자신들의 사회를 파괴하고 있는 소리를 들으며 웅크려 있는데,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물론 이스라엘이 납치된 군인을 구출하고 싶어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납치 군인의 구출은 대다수 민간인들이 고통 받지 않는 방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속편한 소리만 해대고 있다.

 

이스라엘의 폭탄이 가자 지구의 모든 도로들을 파괴시키는 동안, G8 정상들은 “우리는 이스라엘이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극도의 자제력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읊어댔다. 중동에서의 새로운 “대게임”에서 주요한 위치를 점하고 싶어 하는 러시아는 어떤가? 러시아 외무부는 “자국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방어하고자 하는 이스라엘의 권리와 의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마치 샬리트 상병이 이 모든 파괴의 정당성을 부여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인권의 전통에 강력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고상한 유럽은 어떤가. 인권법의 강력한 옹호자라 자부하는 유럽연합은 고작 “EU는 중동 지역의 악화되는 안보와 인도주의적 상황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중얼거렸다. 다소 기운 없어 보이는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표현은 “우리는 심각하게 화가 나 있다”의 외교적 코드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의 “깊은 우려”는 곧 다시금 로드맵의 실패를 드러내는 냉정한 순간을 표현하는 것이다.

 

중동 문제에 있어서 이와 같은 비현실적 외교적 거품들은 예외라기보다는 하나의 규범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불쾌한 사실들과 대면해야 한다. 서유럽 민주주의와 가장 근접해 있다고 주장하는 그 ‘민주 국가 이스라엘’이 지금 1 백 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해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이러한 대량 학살 정책의 구실로 납치된 샬리트 상병을 내세우는 것은 마치 1976년 남아공의 소웨토 봉기를 다루던 언론이 살해당한 백인 의사를 우려먹었던 것처럼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스라엘은 전쟁 범죄로 불릴 만한 일들을 지속적으로 자행해 왔다. 대대적인 주택 파괴, 몇 주간의 통행금지, 테러 예방이라는 명목하의 무기한 구금, 대규모 영토 몰수, 팔레스타인인들의 올리브 과수원과 농지 파괴, 수감자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고문, 사법행형제도 바깥에서 자행되는 살해, 민간인 지역에 대한 공습, 대량 학살 등. 이 모든 것은 제네바 협약에 위반된다. 이스라엘 군사 점령 하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일상적인 학대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러나 가자 지구 안에 갇혀 스스로 방어할 수도 없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유일한 전기 공급원을 파괴한 행위는 전례 없는 야만적 행위다. 이러한 방법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나치가 사용했던 바르샤바의 게토와 똑같다. 이러한 상황을 반드시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적 관점에서 지금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은 우리 모두를 암흑 속으로 밀어 넣게 될 것이다.

 

- 원문 출처 : Palestine Chronicle
- 번역 : 다다(팔레스타인평화연대)
- 사진 : Electronic Intif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