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832

부천시립합창단, 멘델스존, <사도 바울>을 듣고

1.새 집, 새 소리 제가 부천아트센터에서 연주를 들은 날이 2023년5월25일, 그리고 부천아트센터가 개관한 날이 5월19일. 그야말로 새깔깔이 집 구경을 간 셈이죠. 공연장이 참 아늑한 느낌이어서 좋았어요. 뭐랄까…무대의 나무 색깔이나 은은한 조명과도 닮은 편안한 느낌이었어요. 왠지 좌석도 조금 더 넓은 것도 같고 ^^ 지휘자를 잘 보려고 합창석에 앉았어요. 근데 이게 정말 좋은 선택이었어요. 지휘자를 잘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연주자 한 명 한 명의 모습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더라구요. 어떤 악기 소리나 나며 그게 누가 연주하고 있고, 어떤 악기인지도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더라구요. 제 시각과 청각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왼편으로부터 지휘자와 현악기들, 가운데로 관악기와 합창단, 그리고 맨..

아름다움과 살고 싶다는 욕망

베토벤의 곡을 건반으로 누르고 있으면 많은 것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여러가지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소리들이 내 삶의 어두웠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고, 그것이 떠오름으로써 위로하게 합니다. 또한 이 소리들이 내게 이야기 하는 것도 같습니다. 작곡가가 느꼈던 떨림과 울분을. 그래서 자꾸 건반을 누르게 됩니다. 내일 레슨이 있어서 연습 때문에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는데, 건반을 누르다보면 그 소리를 자꾸 듣고 싶어집니다. 어떤 때는 더 자세히 잘 듣고 싶어서 얼굴을 건반 가까이 바싹 갖다 대기도 합니다. 찻집에서 마주 앉은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해 고개를 돌려 귀를 그 사람 쪽으로 갖다대는 것과 비슷합니다. 사실 고개를 들고 있다가 숙인다고 해서 그 정도의 거리 차이로 소리가 더 잘 들리고 안 들리고가..

바흐와 현의 위로

https://youtu.be/QGd81cE5yLU Stuttgart Chamber Orchestra - Bach; Goldberg Variations 속이 확 뒤집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정말 입에서 하고 싶은 말을 마구 쏟아져 나오려는 걸 꾸욱 참았습니다. 괜히 하고 싶은 말을 했다가 일이 커지면 더 피곤할 것 같아서요 이리저리 말이 오가면 그리 좋지 않은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따라 나도 그리 될 것 같아서요 순돌이를 데리고 산책을 했습니다. 기분이 적당히 좋지 않으면 음악을 들으며 풀기도 하는데 기분이 많이 좋지 않으면 음악도 잘 안 들려요. 그저 그 생각에 빠져 욕을 하기도 하고 씨발 대기도 하지요 라디오를 그냥 틀어 놓고 있는데 마침 제 마음을 안정시키는 음악이 나왔습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

구자범, <베토벤-교향곡 9번> 연주를 듣고

제가 살면서 ‘이곡이 이런 곡이었어?’라는 생각을 했던 때가 크게 3번 있습니다. 첫번째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입니다. 워낙 유명한 곡이어서 라디오에도 자주 나오고, 연주회장에서도 심심찮게 연주합니다. 콘서트홀에서 이곡 연주를 들으면서도 저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https://youtu.be/uT_ZhhQeudY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그러다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연주를 듣고 ‘어? 이곡이 이런 곡이었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보지도 않은 러시아의 넓은 평원이 제 앞에 그림처럼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직접 연주를 들을 수는 없고 음원으로 듣는데도, 다른 사람의 연주를 직접 들을 때보다 더욱 생동감이 느껴지더라구요. 두번째는 베르디의 레퀴..

“자유, 삶의 참 빛이여!”…베토벤 교향곡 ‘합창’ 우리말로 듣기까지

예술의 전당이 정말 어이 없는 이유로 사전 검열을 해서 공연 진행을 방해하다니... 윤석열과 김건희 패거리들이 예술의 전당을 장악한 것인지...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1090880.html “자유, 삶의 참 빛이여!”…베토벤 교향곡 ‘합창’ 우리말로 듣기까지 국내 최초 ‘합창’ 교향곡 우리말 공연 www.hani.co.kr

채은이를 위한 연주

피아노 학원을 오가는 사람은 대부분 초딩들이에요. 피아노 학원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게임도 하고 소리 지르며 싸우기도 하고 그래요 ^^ 한 방에 들어가 연습을 하고 있으면 수많은 아이들이 오가며 저를 쳐다봐요. 방문의 상당 부분이 유리로 되어 있거든요. 아예 여럿이서 문 앞에 서서 구경을 하기도 해요. 아저씨가 자기네들 있는 공간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게 신기한가 봐요. ㅋㅋ 처음에는 그렇게 쳐다보는 게 신경 쓰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냥 그런가보다 해요. ^^ 하루는 한 아이가 문을 똑똑하는 거에요. 그래서 쳐다봤죠. 그동안 아이들은 그냥 구경만 했지 방에 들어오거나 말을 거는 일은 없었거든요. 무슨 할 말이 있나보다 해서 문을 열었어요. 한 2초가량 그냥 쳐다만 봤죠. 아이 : 저기… 순돌이아빠 : (..

베토벤, 그리고 내 젊은 시절의 우울과 혼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을 배우고 있어요. https://youtu.be/Vnm9pkKZ_6c Beethoven: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étique". 라두 루푸 샘 : 연습은 어떠셨어요? 순돌이아빠 : 아...(악보를 가리키며) 제 젊은 시절, 20대 30대 때 제가 세상을 이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샘: 그렇죠... 순돌이아빠 : 이 소리들을 듣고 있으면 눈물이 자꾸 나요. 샘 : 아… 순돌이아빠 : 제 젊은 시절 가졌던 우울과 불안과 혼란, 분노 같은 것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샘 :아… 순돌이아빠 : (7개의 건반을 동시에 누르며) 이 첫음만 들어도 벌써… 샘 : 정말 그렇죠… 연습을 하며 일부러 첫 음을 듣기 위해 귀를 건반 가까이 대기도..

국립오페라단의 베르디, <맥베스>를 보고

국립오페라단의 베르디 를 보았습니다. 극이나 노래도 그렇고, 무대나 의상, 소품 같은 것들도 확확 다가오는 작품이었습니다. 커다란 눈처럼 생긴 무대 장치는…에 나올 법한 우리 개인 개인이 어찌하기 어려운 더 큰 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더 큰 힘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거지요. 곳곳에 펼쳐지는 붉은 색은…죽고 죽이는 비참한 인간의 모습 같기도 하고, 운명과도 같은 늪에 빠진 인간의 처절한 모습 같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아예 그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한번 그 길, 권력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고 나니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거지요. 예전에 서울시오페라단이 했던 를 보았을 때는 뭐랄까…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가 죄책감과 고통을직접 표현하는 것이 크게 와 닿았다면…이번엔… 인물들의 자..

베토벤 ‘합창’ 금지 논란 ‘대구시 종교화합 자문위’ 폐지키로

이슬람 사원을 짓는다고 그 앞에서 돼지 고기 파티를 벌이는 한국 사람도 있고 우상 숭배라며 불상을 폭파시킨 탈리반도 있는 게 우리 사는 세상이지요. 종교의 문제도 있을테고 타인에 대한 존중이나 수용의 문제도 있을 테지요 신이나 하느님이란 말이 들어갔기 때문에 베토벤이나 베르디의 작품을 공연하지 말라고 한다면 불상이나 석탑도 모두 국보와 보물에서 제외해야겠지요 저에게는 종교가 없습니다. 그래도 바흐의 종교 음악도 좋아하고 조용한 절을 찾아 쉬는 걸 좋아합니다 신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신을 믿는 사람들을 무조건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신을 믿는 건 그분들의 삶이고 신을 믿지 않는 건 저의 삶일 뿐인 거니까요 https://www.hani.co.kr/arti/area/yeongnam/10896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