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자락의 그림자까지 그림자에 스민 숨결까지 / 김형수 / 문학동네
사람은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말로, 소리로, 몸짓으로 표현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그림입니다. 그리고 그림은 색과
선으로 모양을 꾸며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렇다고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색과 선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색과
선은 자신의 마음과 머리 속에 있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기 위한 수단일 뿐, 중요한 것은 그리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무엇을
표현하느냐겠지요.
이 책은 수묵화 화가인
김호석의 작품을 김형수라는 사람이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자신이 느낀 것을 적은 책입니다. 수묵화 하면 꽃이나 풀, 산과 물을 그린
조선시대 작품을 생각하기 쉽지만 김호석의 작품은 현재의 인간과 역사에 대해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예를 들어 위의 김호석의
작품 [분노를 삭이며]는 한 장의 그림을 통해 그림 속 사람이 살아온 세월, 그 사람이 살아내어야만 했던 세상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특히 할아버지의 옷은 흐리게 표현된 반면 얼굴과 목, 손은 주름까지 아주 세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 책 작가의
말처럼 ‘혀가 깨물려 피가 다 나도록 울분을 누른 끝에 짧게 한 차례 끄응 하는 소리를 질러야 하는 삶’(183쪽)을 표현한 듯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말이 ‘전신사조’입니다. 전신사조는 물체를 그려서 그 이면에 자리한 정신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김호석의 ‘윤이상’ ‘단재 신채호’ 같은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언가를 생각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한겨레에서
주최한 ‘매그넘 코리아’라는 전시회에 갔었습니다. 사진의 거장들이 한국을 찍었다고 해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전시회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전시회를 가니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거장인지는 모르겠는데 작품들은 한국 사회에나 한국인들에 대한 애정도, 열정도, 이해도
없는 작품들이 수두룩했습니다.
키재기_꿈꾸기 / 김호석 요즘 제가 활동하고 있는
경계를넘어라는 단체에서 10월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8년을 맞아 몇 가지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화가가 그림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그림 속에 담긴 이들의 정신을 드러낸다면 활동가는 자신의 활동 속에
자신의 정신을 드러내는 것일테니깐요. 때 되면 벌이는, 이제는 익숙해진 활동이기 보다 억압 받는 이들의 자유를 향한 깨어있는
정신의 실천이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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