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여러 작품들

최충언 - 달동네 병원에는 바다가 있다

순돌이 아빠^.^ 2009. 12. 5. 20:49

지 난 금요일에는 제가 활동하고 있는 ‘경계를 넘어’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회원인 안동권님의 직장이자 집을 방문했습니다. 책 쓰는 문제에 대해서 의논을 할 것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찌 사나 싶어 직접 집을 찾아갔습니다. 사무실 식구들한테는 회원 가정방문 갔다 오겠다고 했구요.
 
그 리고 ‘책으로 여는 세상’이라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안동권님에게서 이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중국집에서의 맛있는 저녁 식사와 함께요. 책을 선물 받고 이틀 이 지난 일요일, 널어 두었던 빨래를 걷고 청소를 하고, 토요일에 9년 만에 만난 친구가 먹으라며 챙겨 준 떡을 꺼내 먹으며 책을 폈습니다.
 
책 내용은 부산의 한 달동네에서 의사 생활을 하고 있는 글쓴이가 병원에서 환자들과 부딪히고, 환자들을 치료하며 겪고 생각했던 것을 적은 겁니다. 여느 의사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 병원에서 의술을 폈다는 거지요. ‘닥터 노먼 베쑨’을 읽으며 자기 삶의 길을 다시 생각하기도 하구요. 또 카톨릭 센터에 설치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진료소에서도 활동을 하고,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에 방울토마토를 사 들고 가기도 한다는 거지요.
 
세 사람
 
이 책을 통해서 세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글을 쓴 한 의사이지요.
 
공공 의료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까 어렵게 사는 장애인 환자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는 치료를 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가난한 이웃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병원 문턱은 언제쯤 낮아질는지.... 의료복지 사회는 정말 그림의 떡이다. 돈보다 사람과 노동이 먼저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 26쪽
 
어찌된 일인지 한국 사회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기 보다 돈 많이 버는 직업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아파서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고, 아프니깐 의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의사라는 사람들을 그다지 신뢰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몸이 안 좋아 찾아 갔으니 이것저것 의논도 하고 물어도 보고 싶지만, 공장에서 물건 찍어 내듯 후딱후딱 일처리 당하고 나면 약간 어리둥절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기분으로 병원 문을 나서기도 하구요.
 
그래서 전 이 책이 좋았습니다. 의사라는 사람이, 그것도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려는 의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환자들을 대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으니깐요. 그리고 가난하다고 치료 받지 못하는 사회를 보며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해야 하는 의사로써의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으니깐요.
 
이 책을 통해 만난 두 번째 사람은 지지리도 가난한 환자들입니다.
 
저는 살이 찢어져도 병원에 갈 돈이 없어서 스스로 상처를 깁는다는 얘기가 영화 <식코>에나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그런 일이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더라구요. 또 의사가 환자 치료는 물론 밥을 제대로 먹는지 안 먹는지도 챙겨야 하고, 뭐라도 챙겨 먹으라고 환자에게 돈을 건네는 일도 있더라구요.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다는 것! 피부색이 달라도, 가난한 집에 태어나든,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든 그 어떤 상황에서 태어난다고 해도 사람은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다. - 86쪽
 
정말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걸까요? 이 세상은 가난한 사람에게도 나눠줄 사랑을 가지고 있을까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주지 못하는 것이면 우리라도 우리가 가진 삶의 노력이든 시간이든 마음이든 함께 하며 살면 좋겠네요.
 
이 책을 통해 세 번째로 만난 사람은 제가 인도의 한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입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가난하다면 정말 찢어지게 지지리도 가난한 사람들이지요. 남들은 불가촉천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갖지 못해 살기 어렵다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말 하루 먹는 것이, 더 맛있는 것을 못 먹어서가 아니라 정말 하루 먹는 것이 문제였던 사람들...
 
살이 썩어 들어가는 병을 가졌지만 해 줄 수 있는 거라고는 찾아오면 소독약 발라주고 서로 웃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 추운 겨울에 여름에 입었던 홑겹 옷을 입고 와서는 오들오들 떨던 아이, 상처가 생겼는데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귀에 벌레가 살던 아이, 어제 살아 있었는데 오늘 죽어 있던 결핵 환자
 
그리고... 시내 병원에 가서 한국 돈 2,3만원이 있으면 갓 태어난 아이를 살릴 수 있었지만 그냥 죽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
 
글쓴이의 말처럼 가난은 나라님도 어찌 못한다는 것은 부자들이 자신의 것을 내어놓기 싫어서 만든 말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도 마음껏 치료 받는 세상이 온다면 그것이 한국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곳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태어난 것이 죄가 아니라 기쁨이 되고, 살아있는 것이 고통이 아니라 행복이 되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