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를 보게 되는데 그 가운데 중요한 것 하나가 석유입니다. 석유는 정말 우리 생활 곳곳에 쓰이지요. 자동차도 가게하고, 발전기도 돌리고, 옷도 만들고, 플라스틱 제품도 만들고, 도로도 만들고. 그렇게 쓰임이 많은 만큼 석유를 차지하려는 다툼도 심해집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패배하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석유의 안정적 공급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지난 해였나요? 전 세계적으로 석유 가격이 120딸러, 130딸러를 넘어 150딸러에 이를 때가 있었습니다. 미국과 많은 언론이나 흔히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석유가격 폭등이 수요/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생긴 일이니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석유 생산국들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수요/공급이 아니라 석유를 둘러싼 금융 자본의 놀음 때문이었죠. 석유에 금융 자본이 대거 몰리면서 석유 가격은 올라갔고, 결국 각종 펀드니 투자회사니 하는 것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렸죠. 물론 그 피해는 석유의 최종 소비자들이었구요. 가난한 이들의 난방비를 올려서 부자들이 주머니를 채운 셈이지요.
앤써니 샘슨의 [석유를 지배하는 자들은 누구인가]는 20세기 초 중동 지역에서 석유가 발견된 이후 1970년대까지 석유를 둘러싸고 국가와 기업들이 무엇을 했는지를 말해주는 책입니다. 최근의 자료를 없지만 70년대까지의 얘기만으로도 석유 경제/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56년에 발생한 수에즈 전쟁은... 앤써니 이든 수상은 영국의 권익을 지킨다는 명복으로 전쟁을 시작했는데, 이 권익의 대부분은 석유가 차지하며 사실 석유는 수에즈 운하 교통량의 3분의 2 이상을 점하고 있었다. - 188쪽
몇 년 전부터 소말리아 앞 바다에 해적이 나타난다면 떠들썩하지요. 한국군도 해군을 파병하였구요. 소말리아 앞바다를 지나고 위쪽으로 가면 수에즈 운하가 있지요. 세계 석유 운반선의 30%가 이 길을 지나간다고 하구요.
미국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유럽보다 훨씬 쌌고 휘발유세도 적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시민들은 도시를 탈출하여 주거를 교외로 옮기고 눈부신 생활야식의 변화를 이룩하여 미국에서도 석유는 큰 걱정 없이 잘 팔렸지만, 그래도 석유회사들은 자동차와 경합되는 수송 수단을 없애버리려고 획책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처음으로 교외화가 진척된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처음에는 자동차나 프리웨이(무료 고속도로)가 아니고 전차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1930년 말이 되자 ‘제너럴 모터스’는 지방 석유회사인 소칼과 파이어스턴과 짜고서, 철도 회사를 매수하여 곧 철도망을 폐쇄해 버렸던 것이다. - 208쪽
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미국이라는 나라는 참...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소비하고,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계속하면서 국내적으로는 가난한 이들의 삶과는 관계없이 오직 거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겠네요. 해수면이 올라가고 섬나라들이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어도 석유가 가져다주는 이윤에 중독된 미국은 기후 변화에 나 몰라라 하고 있구요.
세계 정치에 대해서 잘 알고 싶은 사람은 경제 뉴스를 관심 있게 보고, 그 가운데서도 석유 나 가스와 관련된 뉴스를 잘 보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국가는 기업을 위해 움직이고, 기업은 이윤을 위해 움직이니 이윤이 많이 나는 곳에서 정치는 움직이게 될 거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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