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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리는 아프가니스탄 - 워싱턴, 군벌 그리고 침묵의 선전]을 읽고

순돌이 아빠^.^ 2010. 1. 25. 09:05

한번쯤 아프가니스탄이란 말을 듣거나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 생각하실 일이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그 짓을 하는 것은 잘못됐어. 하지만 그래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사는 건 좀 나아졌겠지’라고 생각을 하신다면 저는 이렇게 여쭤보고 싶네요. ‘혹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 관해 뭔가를 들었거나 읽었거나 보신 것이 있으신가요?’ 만약 제 물음에 ‘그런 건 없지만 그래도 탈리반보다는 미국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라는 답을 하시게 된다면 어쩜 여러분의 머릿속은 미국이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에 오염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만든 ‘생각의 함정’에 푹 빠져 버린 거지요.

 

아프가니스탄을 이해는 몇 가지 방법

 

1. 시간

 

1) 1979년 소련 침공 이전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는 영국과 러시아의 경쟁 무대 가운데 하나였고, 이후에는 미국과 소련이 서로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했지요. 79년 소련 침공 이전까지 소련의 정치·경제적 지원을 많이 받았었구요. 소련 침공 이전까지 20세기 아프가니스탄을 들여다보면 아프가니스탄이 탈리반만 있다던가, 마치 숨소리도 변화도 없는 죽어 있는 사회가 아니라 여러 가지 정치·사회적인 입장을 갖고 이리 저리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에요. 왕이 사회개혁을 이끌기도 했다가, 공산당이 집권을 하기도 했다가 하니깐요.

 

2) 1979년 소련의 침공과 무자헤딘의 승리


79년에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지요. 79년에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서 89년에 철수할 때까지 소련군과 무자헤딘(전사) 조직들 사이에 전쟁이 계속됩니다. 물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무자헤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세력이 대 소련 저항에 참여 했지요. 미국과 파키스탄은 무자헤딘 조직들을 만들고, 키우고, 돈과 무기를 손에 쥐어졌지요. 미국은 자신이 베트남에서 당했던 것처럼 소련을 엿 먹이고 싶었고,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에 친파키스탄 정권을 세우고 싶었답니다.


그렇게 시작된 전쟁이 지금 30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하면 우리가 흔히 2001년 미국의 침공부터 생각하는데, 미국을 중심으로 놓는 것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놓으면 79년에 시작된 전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거지요. 그리고 그 때 미국이 무장시킨 무자헤딘 또는 군벌들이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에서 노략질을 하고 있구요. 그 때 무자헤딘의 돈벌이로 성장하기 시작한 아프가니스탄의 아편 생산·판매가 지금도 룰루랄라 세계를 중독 시키고 있구요.

 


2009년 12월 27일 아프가니스탄 쿠나르 지역에서 미군이 살해한 아프가니스탄인들


3) 무자헤딘 그리고 탈리반 정권


89년에 소련이 물러나고 친소 정권을 남겨 놓지만 얼마 못 가서 무자헤딘들에게 무너집니다. 이 조직들은 카불의 정권을 놓고 지들끼리 전투를 벌여서 카불 주민들은 죽거나 도망가고 생활의 터전은 부셔지죠. 아프가니스탄에서 아주 잔혹한 여성 억압 정책이 본격화 된 것은 미국과 파키스탄이 키운 무자헤딘 조직들이 권력을 잡고 있을 때부터죠. 탈리반은 그들의 정책을 이어 받은 거구요. 아무튼 이제는 무자헤딘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군벌이라고 하죠. 군벌들이 권력을 잡고 있을 때 탄생한 것이 탈리반입니다. 탈리반의 성장 초기에는 군벌들을 무장해제도 하고, 그동안 벌어지던 여성에 대한 폭력도 줄면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환영을 받기도 했었다네요. 물론 잠깐이지만 말입니다.


97년에는 미국 석유 기업 유노칼이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잇는 석유/가스 수송관 건설 사업을 본격화하지요. 그런데 98년에 아프리카에 있던 미국 대사관이 공격을 받고 미국은 보복 삼아(?)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합니다. 유노칼의 사업이 중단된 것은 당연하구요. 이때부터 미국은 유엔을 동원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경제봉쇄와 함께 북쪽으로 쫓겨 가서 북부동맹을 만들었던 군벌들을 지원하지요. 경제봉쇄의 영향으로 - 이라크에서 그랬던 것처럼 - 탈리반이 약화되기는커녕 식량과 의약품 등의 부족에 시달려야 했던 아프가니탄인들만 힘겨운 시간을 보냈죠.

 

4) 미국의 침공


9·11이 몇 년도에 터졌지요? 2001년이지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10월7일부터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시작합니다. 물론 아프가니스탄과 탈리반은 9·11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요. 그렇게 시작된 전쟁이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지원하는 하미드 카르자이와 군벌들은 카불의 권력을 잡고 있고, 아프가니스탄 곳곳은 미국과 친미 세력, 탈리반과 친탈리반 세력 간의 전쟁터가 되어 있구요.

 

2. 외부의 여러 가지 힘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게 왜 중요하냐구요? 아프가니스탄 오른쪽에는 중국이 있고, 위쪽에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가 있지요. 왼쪽에는 이란이 있구요. 중국, 러시아, 이란, 이 가운데 미국과 사이가 좋은 나라가 어디죠? 하나도 없지요. 과거에 영국과 러시아, 미국과 소련이 힘 대결을 벌였던 것처럼 지금은 미국과 몇몇 국가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놓고 으르렁거리는 거지요. 미국이 탈리반을 공격하자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침공이 나쁠 것도 없었어요. 탈리반이 미웠거든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것은 주변 국가들과의 경쟁과 함께 중앙아시아와 카스피해 지역에 무진장 묻혀 있는 석유/가스를 잡수시려는 의도가 있지요. 이러나저러나 지 뜻대로 판세를 움직이려면 군사기지를 박아야죠. 말로만 가지고 됩니까? 힘이 있어야지요. 까부는 것들이 있으면 조지겠다는 겁니다.


몇 십 년 째 으르렁거리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을 놓고도 으르렁거리지요. 지도로 보면 아프가니스탄 곁에 파키스탄이 있고, 그 옆에 인도가 있지요. 예를 들어 파키스탄의 군부를 중심으로 탈리반을 지원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에 친파키스탄 정권을 세우려 한다면, 인도는 반대로 카불에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려고 하지요. 이란은 이란대로, 사우디아라비아는 또 사우디아라비아대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조직들을 지원하고 있구요. 아프가니스탄이 그냥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힘들이 오가는 아프가니스탄이 된 거지요.

 

3. 정치 세력

 

1) 미국과 나토, 동맹국

미국은 미국이고, 유럽 국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유럽으로 공급되는 석유/가스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라도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 하겠지요. 하지만 유럽 국가들 가운데서도 일부는 미국의 정책에 아주 적극적인 반면 일부는 미국이 하자고 하니깐 군대를 보내기는 했는데 굳이 나서서 전투를 하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지요. 2010년에 한국도 ‘형님 하시는 일인데 제가 도와 드려야지요’ 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보내려 하고 있구요.

 

2) 하미드 카르자이와 군벌들

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하미드 카르자이인데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인간이 있는지 없는지 대부분은 몰랐답니다. 말 그대로 미국이 만들어 낸 작품이지요. 현 정부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군벌들입니다. 온갖 노략질과 폭력을 행사하던 이들이 이제는 양복을 입고 장관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었지요. 그렇다고 지 버릇 어디 남 주겠습니까?

 


이스마일 칸(왼쪽) + 라시드 도스툼(오른쪽). 이와 같은 범죄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권력을 잡고 있다.


3) 탈리반, 헤크마티야르, 알 카에다

무자헤딘 조직 가운데 하나가 헤크마티야르가 주도하던 것이 있었는데, 지금 헤크마티야르는 미국과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탈리반을 비롯해 많은 파키스탄 조직들이 탈리반을 지원하면서 파키스탄 정부와 싸우기도 하고 파키스탄인들을 괴롭히기도 하고 있지요.

 

4) 민주·진보 진영

아직은 힘이 약하기도 하고 잘 드러나지도 않기도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세력입니다. 여러 정당과 사회단체, 시민들과 학생, 언론인과 지식인 등이 아프가니스탄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조직을 만들고 거리 시위도 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집회가 벌어지냐구요? 한국에서도 벌어지는데 아프가니스탄이라고 못 할 것 없겠지요. 여성들도 여성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지요.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관심을 가져 오셨던 분들은 RAWA라는 여성 단체나 말라라이 조야라는 사람에 대해서 들어 보셨겠지요. 아프가니스탄의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은 살해와 폭력 위협 때문에 비공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몇 가지 얘기 할 것

 

이 책 [피 흘리는 아프가니스탄 - 워싱턴, 군벌 그리고 침묵의 선전Washington, Warlords, and the Propaganda of Silence]은 1장에서는 미국 침공 이전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책, 2~4장까지는 미국의 침공으로 파괴되고 부서진 아프가니스탄, 군벌+꼭두각시 정부의 수립 등에 대해서 나와 있습니다. 5~7장까지는 흔히 여성해방을 위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미국의 선전과 실제 상황과의 차이에 대해서, 또 미국 언론들의 침묵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요.

크게 2가지의 논쟁점을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첫째는 미국이 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느냐는 것인데요, 많은 얘기 가운데 하나가 이 침공이 유노칼·아프가니스탄 관통 파이프라인과 관련이 있으며 9·11이전에 이미 준비 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구요. 두 번째는 미국의 침공도 문제인데 앞으로 그러면 어떻게 해야겠냐는 겁니다. 여러 가지를 얘기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유엔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을 파견해서 탈리반과 군벌로부터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보호하자는 겁니다. 외국의 점령은 끝나야 하지만 군벌들이 무장해제하기 전까지는 남아 있어야 된다는 거지요. 두 문제 모두 토론해 볼만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