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것들/스치는생각

2010년을 시작하며

순돌이 아빠^.^ 2010. 1. 3. 09:05

 

<홍순관 - 힘내라 맑은 물>



좋은 한 해 맞으라고 문자도 오고 편지도 오는 걸 보면서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나 보다 하지만

사실 2009년 12월31일 밤 12시에도 이라크니 팔레스타인이니 하고 있었고

2010년 1월1일 아침부터 미국이니 전쟁이니 하고 있었던 제게는

무언가 새로운 것이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제 문득 '그래, 아무리 그래도 새해가 시작되었는데 나도 새해를 기념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 보자' 싶어

'뭐로 기념을 하지?'하고 있는데 문득 이 글이 떠올랐습니다.


선생님은 낚시질은 하되 그물질은 않았으며, 주살질은 하되 잠든 새를 잡지는 않으시더니.


공자의 삶이 담긴 [논어]라는 책 '술이'편에 나오는 글입니다.

제가 아는 것이 짧아 배병삼이라는 분이 쓴 [한글 세대가 본 논어]에 나오는 풀이를 좀 더 읽겠습니다.


물고기든 새든 꼭 필요한 만큼만 취할 뿐, 그 죽음을 오락이나 놀이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물질을 하다보면 필요없는 물고기까지 다 잡게 되지만 낚시질은 필요한 만큼만 잡고 그칠 수 있고, 또 주살에는 화살 끝에 줄이 매달려 있으니 그 한정 너머의 새는 잡지 않게 된다. 그리고 잠든 새를 잡지 않음은 새에게도 피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며칠 전에 테레비 뉴스를 보는데 한국 기업들이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업을 수주했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아마 오랜 병으로 누워계시던 부모님이 다시 거동을 하셔도 그리 기뻐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같은 날 뉴스 시간 뒷 부분에는 몇몇 식당에서 연어의 색깔을 좀 더 빨갛게 보이게 하려고 넣어서는 안되는 약품을 넣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우리는 먹을 것에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집어 넣는 것을 보고 '아니, 아무리 돈도 좋지만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넣어서야 되겠어! 저런 것들은 싹 잡아서 총살을 시켜야 돼'라고 흥분을 합니다.

그러면 돈 좀 벌겠다고 무슨 병을 일으킬지, 그 병이 어떻게 세대를 넘어 유전될 지, 한 번 큰 일이 벌어지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게 될지 불안하기만 한 원자력 발전소를 수출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며

원자력 발전소를 수출했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물질적 부는 생활의 필요를 채우는데 그치는 것이 좋겠지요.

활의 필요를 넘어 끝없는 욕심을 채우고, 누가 더 많이 가졌는지 자랑하고,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계속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남이 힘들여 일한 것을 빼앗지 않습니까.


많이 가진 자들은 더 많이 가지기 위해 힘과 돈을 씁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더 많이 가지는 것이 마치 모두를 위해 좋은 것인냥

다른 이들의 머리속까지 바꿔 놓습니다.


그러면 조금 가진 자들은 많이 가진 자들이 시키는대로 하면 나도 많이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누가 굳이 시키지 않아도 많이 가진 자들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가지지 못한 자들의 삶을 외면합니다. 


정말 많이 가진 자들의 말대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가 되고,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가 되면 우리의 행복과 만족감은 4배로 커질까요?


잠을 잘 때 필요한 방은 하나입니다.

하루에 배를 채우는데 필요한 것은 세 끼입니다.

아무리 제 몸이 귀하다고 속옷을 열 벌씩 입고 다니는 사람은 없습니다.

목마르다고 금가루를 삼키는 사람도 없겠지요.


누워 자지도 않을 방을 백 개씩, 천 개씩 가지고 있는 사람의 방을 몸뚱아리 하나 마음대로 누일 곳 없는 사람이 쓰도록 하는 것이 좋은 세상이겠지요.

젖가락질 한 번도 갈 수 없을 만한 산해진미를 차려 먹는 이들의 밥상을 하루하루 끼니 걱정하는 사람들 앞에 놓는 것이 이 사회가 바로 가는 것이겠지요.

다른 누구도 입을 수 없는 비싼 옷이라고 자랑하는 것보다는 추운 겨울 몸을 따스히할 옷이 필요한 사람들의 삶이 더 소중한 것이겠지요.

살아 있는 곰의 쓸개를 빨아 삼키는 것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마주 앉아 따뜻한 국화차 한 잔 나누는 것이 더욱 향기롭지 않겠습니까.


달이 예쁘다고 그 달을 따서 제 집에 걸어 놓겠다며

깊은 밤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요?


필요치 않은 것을 갖기 위해 남들을 괴롭히고 억누르는 삶이 행복할 수 있다면

연어를 붉게 보이기 위해 넣은 약품을 먹고도 우리는 건강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보지 않아 모르겠는데 공자도 물고기를 잡아 먹긴 먹었나 봅니다.

물고기를 먹지 않은 것이 아니라 먹기는 먹는데 꼭 필요한 만큼만 먹었나 봅니다.

새를 잡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잡기는 잡는데

그 방법이 적절한 것인지 아닌지를 생각했었나 봅니다.


개인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우리가 가진 삶의 목표가 올바른 것인지, 정말로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인지

그 목표를 이루는 방법이 정당한 것인지, 너도 나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인지를

조금 더 생각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거친 밥을 먹고 맹물 마시며, 팔뚝 접어 베개 삼아도 즐거움은 그 가운데 있다네. 의롭지 않은 부귀는 내게 뜬구름과 같나니. - [논어], '술이'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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