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산에 갔다가 [골목길]에 국수 한 그릇 하러 들어갔습니다. 이제는 ‘국수 주세요’라고 할 것도 없이 제가 들어가면 아줌마가 국수를 준비하십니다. 우리집에 있는 것과 똑같이 생긴 노란색 개구리 라디오에서는 오늘이 크리스마스라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합니다.
제가 무 생채 좋아한다고 잔뜩 가져다 주셔서 그걸 반찬으로 국수를 먹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아줌마가 비가 오면 장사가 안 된다고 걱정하셔서, 비가 오든 말든 별 생각 없던 저마저 덩달아 비가 빨리 그쳤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후루룩 냠냠 맛있게 국수를 먹고 일어나며 아줌마와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아줌마 : (흐뭇한 웃음을 지으시며) 맛있게 잘 먹어서 이뻐~~~
미니 : (덩달아 웃으며) 맛있으니깐 맛있게 먹죠~~~
아줌마 : (또 웃으시며) 아이고 그래도 맛있게 잘 먹어서 이뻐~~~
이런 대화를 나누고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골목길을 나왔습니다.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맛있는 거 사 주겠다, 대접하겠다 해서 한 끼에 몇 만원하는 밥을 먹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사주는 사람의 마음과는 달리 제 마음은 되려 불편합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제 자리가 아닌데 앉아 있는 기분이 들어서입니다.
그런 밥보다는 3천원이면 배터지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골목길에서의 국수 한 그릇이 제게는 더 행복한 외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