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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마드 라시드Ahmed Rashid의 [탈리반Taliban]을 읽고

순돌이 아빠^.^ 2010. 4. 18. 13:25

 

올해 그러니깐 2010년 7월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보내기로 했고, 파병 병력 지원자를 모집하는데 모집 분야에 따라 9.6: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들이 어떤 이유에서 지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부도덕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잘 모르고 그랬다거나 돈 때문에 그랬다는 것은 변명은 될 수 있지만 자신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될 수 없습니다. 잘 몰랐기 때문이든, 돈 때문에 그랬든 자신의 의지로 떼강도에 끼어든 것은 분명하니깐요. 물론 더 큰 책임은 한국 정부, 더 더 큰 책임은 미국 정부에게 있겠지요.

 

아프가니스탄하면 늘 나오는 말이 탈리반입니다.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탈리반을 잡겠다고 하고, 탈리반을 악의 화신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이나 탈리반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요? 혹시 미국과 탈리반은 이란성 쌍둥이 범죄자들은 아닐까요?

 

탈리반의 탄생과 성장

 

198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이 물러나자 그동안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소련과 싸웠던  군벌들은 아프가니스탄 곳곳을 나눠 가진 채 싸움질을 계속했습니다. 끊임없는 전쟁과 폭력, 약탈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을 괴롭게 만들었지요. 이런 과정에서 1994년에 등장한 것이 탈리반입니다. 탈리반이라는 말은 탈리브(학생)라는 말에서 나온 ‘학생들’이라는 뜻이라네요. 이들이 주로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에 있던 난민촌 이슬람 학교 출신들이었기 때문이랍니다.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사진_RAWA

 

난리통에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온 부모들과는 달리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은 거의 없는 사람들이었지요. 난민촌에 살면서부터 여성들과는 분리된 채 형제애를 강조하는 이슬람의 분위기에서 성장했습니다. 여성은 유혹하는 존재라고 배웠던 거지요.

 

탈리반은 이슬람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겠다고 했지요. 탈리반 탄생 초기에 사람들이 군벌들의 괴롭힘을 탈리반에게 호소하면 탈리반이 나서서 군벌들을 박살내기도 했답니다. 탈리반이 보기에 다른 군벌이나 무자헤딘(전사) 조직들은 잘못된 또는 나쁜 무슬림이라는 겁니다.

 

1996년이 되면 탈리반이 카불을 장악하는데 이 때 발표한 포고령의 일부를 잠깐 보지요.

 

- 여자들은 어지간하먼 집 밖에 나가지 마라. 만약 나갈라먼 화려한 옷 입지 말고 화장도 마이 하지 마라
- 여자 환자는 여자 의사한테 가라. 만약 남자 의사가 필요한 경우는 가까운 친척과 같이 가라. 남자 의사는 치료가 필요한 부분 말고는 다른 부분을 보거나 만져서는 안 된다.

 

포고령에는 여성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음악과 연날리기를 금지한다, 영국과 미국식 머리 모양 하지 마라, 꼭 기도해야 된다 등 온갖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실제로 탈리반은 이런 내용을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강요했습니다. 여학교 문을 닫았고, 여성 노동자들을 해고했습니다. 음악과 춤도 자취를 감췄구요.

 

탈리반과 세계

 

탈리반이 탄생․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아프가니스탄 오른쪽에 있는 파키스탄의 역할이 컸습니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친파키스탄 정권을 세우고 싶어했지요. 이를 통해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 문제도 해결하고 중앙아시아와 파키스탄을 잇는 무역 통로 및  석유/가스 수송관 건설 등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아프가니스탄/무슬림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탈리반을 지원했습니다. 물론 이 두 국가는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지요.

 

미국의 입장은 무엇이었냐구요? 소련이 물러나기 전까지는 소련을 엿 먹이려고 온갖 무기와 돈을 아프가니스탄에 쏟아 부었지만 소련이 물러나자 나 몰라라 했지요. 내 목적은 이뤘으니 죽이든 부수든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겁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미국의 유노칼이라는 에너지 회사가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잇는 석유/가스 수송관을 건설하겠다고 나서자 미국도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요. 탈리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미국은 잘 됐다 싶었구요.

 

민주주의와 여성인권을 요구하며 파키스탄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인들. 사진_RAWA

 

하지만 미국이 탈리반을 드러내 놓고 지원하는 데는 큰 장애물이 있었는데 탈리반의 반여성정책이 알려지면서 여성운동이 미국 정부를 압박했던 겁니다. 당시 대통령이던 클린턴이 섹스 스캔들에 휘말려 있었고, 선거도 염두에 두어야 했던 미국은 여성운동의 요구를 무작정 무시할 수 없었지요. 대신 유노칼이 탈리반에 대한 지원을 계속 했습니다.

 

탈리반이 성장하고 아프가니스탄 대부분을 장악하자 주변 국가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슬람 또는 이슬람 정치운동을 생각하면 흔히 탈리반과 같은 모습을 떠올리실 건데 큰 오해이십니다. 탈리반은 이슬람 정치운동의 아주 작은 부분이고, 탈리반의 이슬람 해석은 아주 왜곡된 방식입니다.

 

그런데 탈리반이 이슬람과 이슬람 법(샤리아)을 내세우며 현실에서 힘을 얻었습니다. 각국의 여러 무슬림들에게 탈리반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부패한 이슬람 세력이 아니라 순수한 열정으로 다가온 겁니다. 파키스탄을 비롯해 아랍권, 중앙아시아, 중국 등지의 무슬림들이 탈리반을 지원하고 이슬람 국가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아프가니스탄으로 달려갑니다. 잘못된 신념이 만드는 무서운 현실인 거지요.

 

각국의 무슬림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달려갔다는 것은 거꾸로 탈리반식의 이슬람 운동이 각국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탈리반을 지원했다가 오히려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각 정부에 대항하는 이슬람 운동의 성장을 낫게 되었습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소련 해체와 독립 이후 내부의 이슬람 운동과 전투를 벌이는 일이 자자지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탈리반이 힘을 얻는다는 것은 자국 안에서도 탈리반식의 이슬람 운동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체첸 문제가 걸려 있는 러시아가 반탈리반 동맹을 지원했던 것도 탈리반식 이슬람 운동의 성장을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점령 중단 거리 캠페인

 

탈리반의 성장에 민감하게 대응했던 나라 가운데 하나는 아프가니스탄 왼쪽에 있는 이란입니다. 탈리반은 여러 이슬람 가운데서도 순니 이슬람, 여러 민족 가운데 파슈툰 중심의 사회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탈리반에 대항하는 다양한 민족과 조직들을 쓸어 버렸지요. 탈리반이 보기에 이란은 순니가 아닌 시아 이슬람의 나라입니다. 또 오랜 전쟁과 탈리반의 성장은 이란으로 난민이 몰려들게 했고, 마약과 밀수 등도 활기를 띄게 되었습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보기에는 자신과 적대 관계에 있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탈리반의 성장이 좋은 징조였지요. 탈리반이 이란 외교관까지 살해하자 이란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이란은 아프가니스탄 안에 있는 친이란 세력에게 무기와 돈도 계속 제공 했구요.

 

이처럼 탈리반 문제는 아프가니스탄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국가들과 미국, 러시아까지 얽힌 국제 문제입니다. 이것을 거꾸로 말하면 탈리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프가니스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다른 나라들까지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말하겠지요.

 

아흐마드 라시드의 탈리반

 

탈리반이 문제가 많으니 미국이 쳐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미국은 외부에서 쳐들어온 세력이고 탈리반은 침략자에 맞서는 저항세력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둘 다 잘못된 생각입니다. 저의 판단 기준은 미국이냐 탈리반이냐가 아니라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삶입니다. 그 기준으로 보면 미국도 탈리반도 아프가니스탄인들을 괴롭히는 무리들일 뿐입니다.

 

 

아흐마드 라시드Ahmed Rashid의 [탈리반Taliban]의 1부(1~5장)는 1994년 탈리반의 탄생에서부터 이들이 아프가니스탄 남부에서부터 성장하여 카불을 장악하고 북쪽에서 반탈리반 동맹과 전투를 버리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2부(6~10장)에서는 탈리반과 이슬람의 관계, 탈리반의 조직, 여성 정책, 마약 문제 등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3부(11~16장)에서는 탈리반과 중앙아시아, 미국, 파키스탄, 이란, 사우디아라비다 등의 관계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석유/가스 수송관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말합니다.

 

저처럼 아프가니스탄이나 탈리반에 대해서 잘 모르셨던 분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읽다 보시면 ‘아하, 이런 게 말로만 듣던 탈리반이구나’ ‘아하, 그래서 미국이 9․11과 관련 없는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구나’ ‘어! 한국도 관련이 있었네.’ 하실 겁니다. 책 앞 쪽에 있는 지도를 들춰보면서 읽으면 내용이 좀 더 쉽게 이해될 겁니다.

 

독일 파시즘이 그렇고 미국 제국주의도 그렇듯 탈리반은 하나의 현상이라는 겁니다. 과거-현재-미래의 어느 지점에 있다는 의미에서 현상이고, 자신은 물론 주변과의 관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의미에서 현상입니다. 현상이기 때문에 변한다는 것이고, 인간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 관련 자료

  

- 근본주의의 충돌 / 미토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6000078720

 

- 탈리반 / 박종철 출판사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5022415


- 다극화 체제, 미국 이후의 세계(가운데 4장) / 시대의 창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401803

 

- Bleeding Afghanistan

http://foreign.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1583227318


- Descent into Chaos

http://foreign.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014311557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