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책

[책]노암 촘스키의 [숙명의 트라이앵글]을 읽고

순돌이 아빠^.^ 2010. 6. 23. 19:39

이 책의 주된 내용은 1982년에 있었던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관한 것입니다. 이 당시 이스라엘이 붙인 작전명이 '갈릴리의 평화'였지요. 우습죠?


오랜 옛날 이야기라구요? 맞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이 워낙 큰일이고 중요했고, 또 지금도 그 때의 상황과 크게 바뀐 게 없으니 과거의 일로만 취급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1982년 6월, 이스라엘은 레바논 침공을 언제나처럼, 또다시 시작했습니다. 늘 하던 일을 규모만 키워서 또 한 거지요. 포탄을 퍼붓고, 사람들을 죽이고, 고문하고, 감옥에 가뒀지요. 그 과정에서 죽은 사람이 최소 2만 명가량 된다고 합니다. 아무렇게나 죽이고 아무렇게나 묻어 버려서 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모르지요.

 

정말 그런 일이 있었냐구요? 우리는 왜 그걸 모르고 있었냐구요? 미국인이나 프랑스인, 이스라엘인들이 그렇게 죽었다면 우리도 쉽게 기억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누군가 보기에는 살아도 그만, 없어주면 더 좋은 팔레스타인인과 레바논인이었던 거지요.

 

그 전쟁은 PLO를 “뿌리 뽑기 위한” 목적과 더불어 이스라엘을 “차기 레바논 대통령 선거에서 레바논 의회 구성원들의 투표 방향까지도 결정”할 수 있는 “레바논의 경찰”로 만들겠다는 목적 아래서 진행될 것이다. - 385쪽

 

팔레스타인을 무력으로 강제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맞서 팔레스타인의 정당․사회단체 등이 연합해서 만든 조직이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입니다. 1982년 당시 PLO의 주된 역량이 레바논에 있었지요. 쉽게 말해 일본을 점령한 조선이 조선 독립권을 때려잡겠다고 중국을 침공한 거지요. 그러면서 중국에 친일본 정부를 세우려고 했던 겁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지상전은 이스라엘이 선호하는 전쟁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죽기 살기로 싸우는 팔레스타인인들과 레바논인과 맞서다 보면 자국 병사들의 사망도 많아지고, 그러면 이스라엘 정부 차원에서는 자국인들에게서 욕을 먹기 쉬우니깐요. 그래서 미국이 베트남에서 그렇게 했듯이 폭탄을 퍼붓는 겁니다.

 

하비브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은 PLO 전사들이 떠난 후에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안전이 보장될 거라고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분명히 보증했다. 하비브 특사는 레바논 총리에게 “우리 정부는 (이스라엘의) 이런 확약들이 빈틈없이 지켜질 거라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썼다. 하비브의 편지를 인용하면서 밀튼 비오르스트는 미국이 한 약속은 민간 주민들을 아무 보호도 없이 남겨 놓은 채 “베이루트에서 철수하겠다는 PLO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 723쪽

 

폭격과 학살이 계속되는 동안, 이스라엘이 PLO와 레바논인들과 지상전에서 맞장뜨기는 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미국이 개입한 소위 ‘협상’이 벌어집니다. 이스라엘이 폭격과 살인을 멈추는 조건으로 PLO 활동가들을 레바논에서 떠나게 만들었지요. 그러면서 미국은 만약 PLO가 떠나면 남아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과 PLO의 가족들은 ‘우리가 보호해 줄게’라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약속을 지키면 미국이 아니게요.

 


미국+이스라엘+레바논 우익의 합작품. 사브라, 샤틸라 학살

 

미국이 키우고 미국이 무장시키고 미국이 돈을 쥐어 준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이 키우고 이스라엘이 무장시키고 이스라엘이 돈을 쥐어 준 레바논 우익 군사 조직을 샤브라와 샤틸라라는 두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집어넣습니다. 목표는 남아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주로 노인과 여성과 어린이)들을 싹쓸이 하게 위해서였죠. 결과는 3일 동안 3천여 명을 죽였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해 소위 ‘국제사회’의 정치인들, 지식인들, 언론인들은 이스라엘의 침공을 테러리스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거지요.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떠난 난민촌에 들어가 칼을 휘두르며 팔다리를 자르는 것이 그들이 보기에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인 셈이지요. 그리고 그런 태도는 지금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티파다

 

1987년 12월에는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항쟁)가 벌어집니다. 인티파다가 시작되고 저자가 팔레스타인을 방문합니다.

 

내장 기관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고 다섯 군데에 총상을 입어 허리 아래가 마비된 남자는 우리가 그의 곁을 떠나려 할 때 부드럽게 말했다. “만약 당신들이 조국을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희생해야 합니다.” 열세 살 소년은 이슬람 사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근처 시위 현장을 벗어나려던 도중에 “고무탄환”(고무로 둘러싸인 강철 탄환)에 맞았다고 말했다. 기분이 어떤지 묻자 소년은 “바람보다 더 높다.”고 대답했다. 그런 감정은 어떠한 수사나 분노도 없이 수많은 고통을 견뎌 왔고 그보다 더한 고통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의기양양했으며,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 901쪽

 


무엇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이스라엘 탱크를 향해 돌을 던지게 만들었을까?

 

폭격과 살인, 24시간 통행금지, 돌 던지는 청소년들의 팔에 돌을 내리쳐 팔 부러뜨리기, 국외 추방과 고문 등의 탄압 속에서도 팔레스타인들은 자유를 향한 몸짓을 멈추지 않았지요. 이들은 이스라엘에 맞서 싸운 것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 자립, 팔레스타인 사회 내부의 부정적 요소들과의 투쟁, 피해 입은 이웃들에 대한 상호부조 등을 실천했습니다. 그러니깐 1980월 5월 광주 항쟁 과정에서 태어났던 공동체가 팔레스타인에서도 탄생했던 거지요.

 

67년에 점령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뿐만 아니라 48년에 점령한 이스라엘 지역의 팔레스타인인, 곧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아랍인들도 저항을 계속했으며 이들에 대한 억압도 계속 되었습니다.

 

당시 고등법원은 <평화를 위한 진보 리스트(PLP. 아랍 변호사 모함메드 미아리와 이스라엘 방위군 퇴역장성인 이스라엘의 아랍 연구가 마티 펠레드가 이끌던 소규모 아랍․유대인 정당)>가 제기한 선거 참여권 이의 신청을 심의했다. 그러나 법원은 옹색한 기술적 이유를 들어 이의 신청을 3대 2로 기각했다. 결정적인 쟁점은 PLP 정강에 적힌 “모든 시민, 즉 유대인과 아랍인의 지위를 동급에 놓는다.”는 항목이 이스라엘의 유대인과 아랍인 시민권자들 사이의 완전한 평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도브 레빈과 메나헴 엘론 두 판사는 이런 언질만으로도 PLP를 금지시킬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 929~930쪽

 

아랍인과 유대인의 평등을 주장한다는 이유만으로 한 정당의 선거 참여를 거부한 거지요. 이게 소위 말하는 ‘중동 유일의 민주 국가 이스라엘’의 민주주의입니다. 미국이 중동 지역의 깡패 경찰로 키우고 있는 이스라엘이구요.

 

노암 촘스키, [숙명의 트라이앵글]

 

세상에는 참 책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나았을 책도 있고, 있으나 없으나 그만인 책도 있습니다. 어떤 책은 꽤 괜찮은 책인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책은 많은 사람들이 꼭 읽어 봤으면 하는 책이 있습니다. 제게는 [숙명의 트라이앵글]이 그 경우입니다. 그러니깐 읽었던 두껍고 무거운 책을 또 읽지요. ^.^

 

처음 번역해서 출판한 책에 번역 문제가 많아 출판사에서 다시 번역을 하겠다고 했을 때 제가 능력만 되었다면 하겠다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가 그런 능력이 되지 않아 친구가 하게 되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능력이 없었던 게 천만다행입니다. 방대한 분량, 저자의 애매하고 기~일다란 문장 등을 생각해 보면 번역자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1천 쪽이 넘는 분량(다행히 글자가 큼지막함)이어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천천히 다 읽는다면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될 겁니다. [해적과 제왕]이란 책에서 저자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가 아니라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로 봐야 한다고 했던 이유도 알게 될 거구요. 팔레스타인인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려는 이들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미국과도 맞서는 까닭도 알게 될 거구요.

 

중요하지는 않지만, 제가 그동안 몇 권 읽어본 노암 촘스키의 책 가운데 [숙명의 트라이앵글]을 으뜸으로 꼽는

이유도 아실 겁니다.^.^

 

국제정치에 대한 여론조작에 대해 잘 설명한 노암 촘스키와 에드워드 허먼의 [여론조작]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전혀 모르시는 분이 읽기는 조금 어려울 거고, 대강이라도 아시는 분이 읽으시면 좋을 겁니다.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은 물론 중동지역, 국제정치에 관심 있으신 분들과 국제 여론이나 언론이 어떻게 왜곡 되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읽으셔도 좋을 겁니다.

 

책값이 너무 비싸다구요? 만약 이 책을 처음부터 다 읽고 나서도 책값이 비싸 아깝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혹시 제가 막걸리라도 대접할지 아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