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마트 폰이 인기입니다. 똑똑한 놈인가 봐요.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그리고 스마트 폭탄이란 말이 있습니다. 미국이 여기 저기 폭탄을 많이 떨어뜨려서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않고 죽이니깐 기껏 하는 말이 ‘걱정 마라. 이제 우리는 최첨단 기능을 갖춘 스마트(똑똑한) 폭탄으로 꼭 필요한 사람만 죽일 거니깐’
하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되나요? 첨단 기능의 부정확함은 물론 미국 스스로도 표적만 죽일 생각이 전혀 없지요. 일단 폭탄을 떨어뜨려 놓고 표적이 걸리면 스마트고 아니면 우연한 사고라고 하는 겁니다. 스마트니 어쩌니 하는 것은 자신의 죄를 가리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한 거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지배하면서 잘 써 먹는 말이 ‘관대한 점령’ ‘테러와의 전쟁’ ‘이스라엘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 ‘이스라엘은 중동 유일의 민주주의 국가’ 등입니다. 작은 주둥이로 하늘을 가리려 하다니...
제닌, 제닌
[아나의 아이들]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한 이스라엘 감독이 여러 해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을 담은 영화입니다.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지요. 이 영화에 보면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의 제닌이라는 지역을 공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2000년 알 아크사 인티파다가 시작되고, 2002년에는 이스라엘이 제닌에 있던 난민촌을 크게 박살냅니다. 여기 저기 포격을 퍼붓고 총질을 해 댔지요. 불도저를 가져와서는 사람이 안에 있건 없건 집을 부셔댔습니다.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큰 부상을 입은 아파프 씨에 관한 증언입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문을 열라고 했습니다. 언니가 문을 열러 나갔고, 곧 수류탄이 터졌습니다. 우리는 구급차를 부르라고 소리치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군인들은 그저 웃고만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파프의 얼굴 오른쪽이 모두 찢겨 떨어진 것과 어깨와 왼쪽 팔에 부상 입은 것을 봤습니다. - 20쪽
이스라엘이 군사공격을 하면서 잘 쓰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인간방패입니다. 말 그대로 팔레스타인인을 방패처럼 앞에 세워 놓고 전투를 벌이는 거지요. 상대방에서 이스라엘 군인을 공격 못하게 말입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나를 발코니의 한 쪽에 세우더니 내 아들은 다른 쪽에 세웠습니다. 그리고 군인들은 총을 내 어깨 위에 올렸습니다. 나는 군인과 얼굴을 맞대고 있었고, 등은 거리를 향하고 있었지요. 그러자 군인이 사격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세 시간 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내 아들도 같은 처지여서 아들은 군인과 얼굴을 마주 하고 있었고, 군인은 아들의 어깨 위에 총을 올려놓고 사격을 했지요. - 28-29쪽
이스라엘 놈들이 악독하다는 소리를 듣긴 들었는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구요? 도대체 저 놈들은 무슨 정신으로 그러냐구요? 불도저로 열심히 팔레스타인인들을 집을 때려 부순 한 이스라엘 군인의 말입니다.
어려웠냐구요? 농담 하는 거겠죠. 나는 모든 것을 때려 부수고 싶었어요. 상관이 한 집을 부수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나는 다른 많은 집을 때려 부술 기회를 얻는 거지요...정말 즐거웠어요. 멈출 수가 없었죠. 멈추지 말고 그 일을 계속하고 싶었어요...75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어떻게 그 일을 계속할 수 있었는지 알고 싶다구요? 저는 불도저에서 내려온 적이 없어요. 스카치 위스키를 계속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피곤하지 않았거든요. - 32-33쪽
때리면서 미쳐가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잔인함도 놀랍지만 이스라엘인들이 자기 자신을 향해서 미쳐간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홀로코스트와 나치 학살, 인종주의의 피해자라고 자신을 말하던 이들이 점점 학살자의 행동과 논리를 닮아가는 거지요.
프랑스 유대인 사회의 주요인물 가운데는 장 마리 르팽(인종주의를 부추기는 극우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고, 어떤 이들은 선거에서 르팽이 이긴 뒤 나타날 긍정적 효과를 환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프랑스 유대인 기구 대표 위원회’의 한 간부는 친이스라엘 선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괴벨스(나치 정치 선전 전문가)의 선전 기술을 사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 45쪽
또 하나 무서운 일은 이렇게 점점 이스라엘과 일부 유대인들이 미쳐가면서, 사회가 군사화 되고 시민의 자유가 줄어가는 것을 이스라엘인들이 당연한 일로 여긴다는 겁니다.(62쪽) ‘자유’나 ‘민주주의’ 보다는 ‘안보’와 ‘군사동맹’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거지요.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하던 주먹질이 이스라엘 좌파나 사회운동 진영에게도 계속되지요.
팔레스타인들이 유대인들을 모두 지중해에 빠뜨릴 능력도, 의지도 없지만 ‘저들이 우리를 죽이려 한다’ ‘홀로코스트를 잊었느냐!’를 되뇌며 과대망상에 빠져 듭니다. 그러면서 극우 정당, 유대교 근본주의 정당들이 힘을 얻어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지요.
(리베르만과 같은 극우 정치인들은)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폭력과 정치 구조에서 아랍인들을 배제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극좌파’를 제거하자고 주장한다. - 86쪽
흔히 이슬람 근본주의와 같은 말로 무슬림의 과격성을 설명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유대교 근본주의자들의 행동을 보면 그야말로 깜짝 놀랄 일입니다. 예를 들어 1995년 이갈 아미르라는 이스라엘인이 당시 이스라엘 총리였던 이츠하크 라빈을 암살합니다. 라빈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오슬로 협정’을 맺고 나서 벌어진 일입니다.
오슬로 협정의 의도도, 내용도, 협정 체결 이후에 벌어진 일들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도움은커녕 괴로움만 더 안겨 줬습니다. ‘평화’ ‘자치정부’와 같은 말들로 겉은 화려했지만 속에는 독이 들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 껍데기뿐인 것조차 이스라엘 극우파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라빈을 꼴까닥 시킨 거지요. 많은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암살자인 이갈 아미르를 영웅으로 여겼구요.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땅, 그 누구도 손대지 못하리라!’가 되는 거지요.
이렇게 점점 미쳐가는 이스라엘 사회에 대한 우려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글쓴이는 이스라엘 신문에 실린 내용들을 통해 보여 줍니다.
전 핵 기술자였던 모르데차이 바누누는 이스라엘의 핵무기 공장에 관한 정보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18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 풀려났다. 석방 다음날 일간 신문인 마아리브가 행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들에게 주어진 선택 문항은 다음과 같다. : 바누누를 계속 감옥에 가둬야 한다, 바누누를 이스라엘에서 추방해야 한다, 바누누를 죽여야 한다. - 105쪽
Michel Warschawski가 쓴 [열린 무덤을 향하여-이스라엘 사회의 위기Toward an Open Tomb - The Crisis of Israeli Society]에는 소수이지만 여전히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인들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인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 글쓴이의 깊은 고민이 보입니다.
영어로 된 책이란 게 안타깝지만(?)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사회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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