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담긴 여러 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글은 [오이겐 뒤링 씨의 과학 변혁]과 이 글의 핵심 요약 정리판인 [유토피아에서 과학으로의 사회주의의 발전]입니다. 후주에서는 ‘반 뒤링’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저술 [오이겐 뒤링 씨의 과학 변혁](“반-뒤링”)은 맑스주의의 가장 중요한 저작에 속한다. 이 저작에서 엥겔스는 처음으로 다음과 같은 맑스주의 세계관을 완결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변증법적 유물론 및 역사적 유물론, 정치 경제학, 과학적 사회주의. - 535쪽
인연 따라 살지요
제가 보기에 중요한 문장이 많은데 그 가운데 하나를 볼까요.
사물들을 정지하고 생명이 없는 것으로, 각각 별개로, 계기적이고 병존적인 것으로 고찰하는 한에 있어서는, 우리는 확실히 사물들에 있어서 어떠한 모순과도 부닥치지 않는다....그러나 우리가 사물들을 그 운동, 변화, 생명, 상호 작용 속에서 고찰하자마자,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는 여기서 즉각 모순에 빠지게 된다. 운동 자체가 곧 모순이다...이러한 모순이 부단히 정립되면서 동시에 해결되어 가는 것이 곧 운동이다. - 135쪽
가슴 떨리게 좋은 말입니다. 예를 들어 남성이 여성을 지배한다고 할 때 이때의 남성은 여성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게 되고, 여성은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게 되지요.
남성지배라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의 말씀이나 명백한 진리 속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겠지요. 문제도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생겼고 그 해결 방법도 이 둘의 투쟁을 통해서 찾을 수 있겠지요.
오늘이 내일을 품고 있는 겁니다. 그 꿈틀 거리는 움직임 속에요.
원래 그래라거나 처음부터 그랬다는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시작된 때가 있고 그것이 그렇게 된 이유가 있는 거지요. 저는 영도다리 밑에서 주워온 것이 아니라 저희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 속에서 태어나게 된 거지요.
세상에 저 혼자 사는 것 없이 모두 인연 따라 태어나고 죽는 거지요.
엥겔스
원래 그래라거나 변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면 세상 참 재미없습니다. 강자는 늘 강자이고 약자는 늘 약자이고 세상의 문제는 풀리지 않을 거니깐요.
만약 박정희 시대 때 모든 한국인들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우리는 여전히 저녁때가 되면 가던 길을 멈추고 태극기가 있는 방향을 향해 서서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올리고 살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인간이 태어나고 죽듯이 세상이란 것도 태어나고 변하고 죽는 때가 있다고 믿었고, 그들의 행동이 세상을 바꿨지요.
여기서 우리는 다시 같은 모순을, 즉 당연히 절대적인 것이라는 표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간 사유의 성격과 오직 제한적으로만 사유하는 개별 인간들에 있어서의 이 사유의 실재성 사이의 모순을, 오로지 무한한 과정을 통해서만, 우리에게 있어서는 적어도 실제상 끝이 없는 인간 세대의 무한한 연속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모순을 접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간의 사유는 지고한 동시에 지고하지 않으며, 그 인식 능력은 무제한적인 동시에 제한적이다. 소질, 소명, 가능성, 역사적인 최종 목표로 볼 때는 지고하고 무제한적이다; 개별적 실행 상태와 그때그때의 현실로 볼 때는, 지고하지 않고 제한적이다. - 97쪽
사랑이라는 감정이 먼저 있고 나서 이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찾아보고 생각해 보고 나서 ‘사랑’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이겠지요. 개념이나 인식은 이렇게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찾아내고 밝혀가는 것입니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었지요. 원자가 제일 작은 것인 줄 알았는데 이 또한 쪼개지더라는 겁니다.
인간의 인식이라는 것은 늘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인식을 포기하고 신에게 의지하는 것입니다. 풀기 어려운 문제는 모두 그 분이 그렇게 만드셨다고 하면 모든 게 풀립니다.
다른 방법은 앞의 글과 같습니다. 비록 제한적이지만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거지요. 그래서 예전엔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잘못 알았던 것은 바로 잡게 되지요.
멋지지 않아요? 세대와 세대를 이어 몰랐던 것을 알아가고, 풀리지 않았던 것을 풀어간다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와 긍정이요. ^.^
진짜 달라지기 위하여
사회주의에 대한 공포 가운데 하나는 모두가 똑같아 지는 것은 아니냐는 겁니다. 모두 똑같은 집에서 똑같은 것을 먹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등등.
제 생각은 오히려 사회주의가 자본주의 보다 개인의 개성이나 다양성을 더욱 확대할 거라 생각합니다.
누군가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고 하지요. 그래서 작곡 공부를 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집과 옷, 식료품, 의료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열라 일해야 합니다. 아침 일찍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미어터지는 버스를 타고 출근해서 밤늦게 피곤한 회식까지 마치고서야 집에 와서 겨우 몸뚱이를 눕히게 되지요. 음악과 작곡이요? 저승에서나 가능할지...
하지만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인간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많은 것들을 공유하기 때문에 각자의 노동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죽도록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음악을 하던 춤을 추든 할 수 있는 거지요. 자본주의의 획일적인 삶의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제대로 가능한 거지요.
복합 노동의 더 높은 임금이라는 중요한 문제 전체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사적 생산자들의 사회에서는 자질을 갖춘 노동자의 양성 비용을 사인(私人)이나 그 가족이 부담한다; 그러므로 자질을 갖춘 노동력의 더 높은 가격도 우선적으로 개인의 것으로 된다: 숙련된 노예는 더 비싸게 판매되며, 숙련된 임금 노동자는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 사회주의적으로 조직된 사회에서는 사회가 이 비용을 부담하며, 따라서 그 결실, 즉 복합 노동에 의해 산출된 더 큰 가치도 사회에 귀속된다. 노동자 자신은 더 이상을 요구할 권한이 전혀 없다. - 221쪽
한국에서 점점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학력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던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요. 의사가 되거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 비용을 감당할 만한 능력이 되어야 합니다. 평등이요? 배고픈 개에게나 던져 주세요.
사회주의에서도 의사나 과학자 등 다른 이들에 비해 노동 과정이 좀 더 복잡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교육을 받고 기술을 익히는 과정은 사회가 준비하고, 능력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그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돈 많은 집에서 돈 많이 들여 대학 나와서 의사가 되고, 내가 돈 많이 들여 의사가 됐으니 환자들에게서 진료비를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되는 교육 과정을 사회가 제공 했으니 의사가 된 사람은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고 남들과 어울려 생활하면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도 돈이 많다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의사를 부러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개별 의사의 인격과 아픈 이를 고치는 능력을 보고 칭찬을 하겠지요. 허준이 돈이 많아서 존경 받았던 건 아니잖아요. ^.^
방대한 분량의 책을 제가 모두 이했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번역에 관한 것입니다. 25쪽에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원인과 작용도 개별적 경우에 적용될 때만 그러한 것들로서의 타당성을 갖는 표상들이라는 것...
여기서 ‘원인과 작용’이라는 말이 좀 애매해서 독일어판은 찾아 봐도 모르니 영어판을 찾아 봤습니다. 해당 문장에는 ‘cause and effect'라고 되어 있어서 ’원인과 작용‘이라고 하기 보다는 ’원인과 결과라고 하는 것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25쪽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작용’이란 말이 나오거든요. 제가 틀렸으면 번역자께 죄송. ^^
맑스-엥겔스 문서 창고 참고 : http://www.marxists.org/archive/marx/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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