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착취.폭력/지배.착취.폭력-책과영화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4]를 읽고

순돌이 아빠^.^ 2010. 7. 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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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글에 아름답다는 말을 붙일 수 있다면 이들의 글이 아름답다고 해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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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공동체

 

이 책에서 중요한 글이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프랑스에서의 내전] 첫 번째 초고’와 ‘프랑스에서의 내전. 국제 노동자 협회 총평의회의 담화문’이지 싶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사회주의 운동(공산주의라고도 하고 꼬뮌주의라고도 하는데 여기서는 그냥 사회주의라고 하지요)이 어떤 세계를 추구하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꼬뮌-그것은 사회를 통제하고 제압하는 대신에 사회 자신의 살아 있는 힘으로서 사회가 국가 권력을 다시 흡수하는 것이다;그것은 억압의 조직된 힘 대신에 자기 자신들의 힘을 형성하는 인민 대중 자신이 국가 권력을 다시 흡수하는 것이다;그것은 인민 대중의 적이 인민 대중을 억압하기 위하여 휘둘러 온 사회의 인위적 힘(인민 대중의 억압자들이 전유하고 있는)(인민 대중에 대립되고 반대하여 조직된 인민 대중 자신의 힘)을 대신할 인민 대중의 사회적 해방의 정치적 형태이다. - ‘[프랑스에서의 내전] 첫 번째 초고’ 가운데, 18쪽

 

사회주의 운동에 대해 흔한 생각 가운데 하나는 이 운동은 국가 권력을 장악하여 무언가를 해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란 무엇입니까? 국가는 지배 계급이 다른 계급을 억압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는 다르지 않냐구요? 사회주의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자 계급이 자본가 계급을 억누르기 위한 도구지요.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머리 위에서 국가가 우리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농민․여성․장애인․학생 등 사회의 각 집단이 연합해서 사회를 운영해 가는 거지요. 그렇게 해서 지배 도구로써의 국가는 사라지고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위한 행정 기관으로써의 정부만 남겠지요.

 

모든 프랑스가 스스로 활동하고 스스로 통치하는 꼬뮌으로 조직되고, 상비군은 인민의 민병대로 대체되며, 국가 기생자의 무리들은 제거되고, 성직자의 위계제는 학교 선생으로 대체되며, 국가의 재판관들은 꼬뮌의 기관으로 전화할 것이다;국민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권은 전능한 정부의 손에 있는 술책이 아니라 조직된 꼬뮌들의 신중한 표현으로 될 것이다;국가 기능은 전반적인 국민적 목적을 위한 몇 가지 기능으로 축소될 것이다. - ‘[프랑스에서의 내전] 첫 번째 초고’ 가운데, 20쪽

 

“국가에 의한 국민 교육”은 완전히 배척되어야 한다...거꾸로 국가가 국민에 의한 아주 엄격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 ‘고타 강령 초안 비판’ 가운데, 388쪽

 

사회주의 운동이 국가를 장악하려는 것은 그게 꿈이어서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자본가 계급을 억누르고 결국에는 해체하기 위한 거라는 거지요. 전쟁 애호가들의 총과 탱크를 거둬서 놀이기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무기를 거둬들여야 하는 거지요.

 

국가가 국민에게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말, 참 재미나죠? ^^ 자동차가 사람에게 운전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해서 움직이게 만드는 거지요.

 

자유라는 말

 

맑스와 엥겔스의 글을 읽어 보면 이들은 도서관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현실의 치열한 투쟁 과정에서 자신의 사상을 펼쳤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서 좋은 얘기 들었다 욕먹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바꾸닌입니다. 이 책에 실린 ‘인터내셔널의 이른바 분열’ ‘바꾸닌주의자들의 활동상’ 등의 글에서 바꾸닌과 아나키스트들을 욕합니다.

 


우리 속의 나, 나들이 모인 우리


 

무정부, 그것은 사회주의 제도들로부터 단지 레테르만 취하는 그들의 선생 바꾸닌이 즐기는 대단한 주장이다. 모든 사회주의자들은 무정부라는 말을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프롤레타리아 운동의 목적인 계급의 폐지가 일단 달성되면, 대다수인 생산자를 얼마 되지 않는 소수인 착취자들의 멍에 아래 붙들어매는 데 이용되는 국가 권력은 소멸할 것이며, 정부의 기능은 단순한 관리 기능으로 전화할 것이다. 동맹은 사태를 거꾸로 받아들인다. 동맹은 프롤레타리아 대오 내의 무정부를 착취자의 수중에 집중되어 있는 강력한 사회적, 정치적 힘들을 타파할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선포한다. 이러한 구실 아래 동맹은, 낡은 세계가 인터내셔널을 분쇄하려고 애쓰고 있는 순간에, 인터내셔널에게 조직을 무정부로 대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인터내셔널의 이른바 분열’ 가운데, 148쪽

 

아나키즘을 무정부주의로 번역하는 것은 꼬뮤니즘을 공산주의로 번역하는 것만큼 약간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위의 글에서 ‘동맹’은 아나키스트들의 조직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프루동, 바꾸닌, 크로포트킨 등 아나키즘 관련 인물들의 글을 읽어 보면 좋은 말이 많습니다. 아나키즘에서 주장하는 자율, 자유, 연대 등의 가치는 아주 훌륭한 생각입니다.


 


크로포트킨의 책, [만물은 서로 돕는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사회에서 실현할 것이냐는 거죠. 현실에서 보면 자신을 아나키스트로 내세우며 ‘내가 낸데’식으로 자유와 개인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 때의 자유는 아주 파편화된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을 최고의 가치로 존중해야 한다는 식의 자유입니다.

 

그렇지 않은 조직, 방침, 집단 등의 말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못돼 먹은 것들이 되는 거지요. 선거와 같은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지배자들의 놀이터에 끼어드는 것이니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합니다.

 

이런 식의 태도는 아나키즘 운동, 비폭력 운동, 대안 운동 등의 일부로 곳곳에 존재합니다.(괜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일부’임을 강조합니다.)

 

남녀 노동자들이 국가가 설립한 학교의 교사에게 교육을 받느니 차라리 읽고 쓰고 셈하는 법을 모르는 것이 낫다...‘우리 계급이 십자가에 못박히고 우리 종족이 사라질지라도, 영구 불변의 원리들은 더럽혀지지 않을 것이다!’ - ‘정치 문제에 대한 무관심’ 가운데, 269쪽

 

제가 답답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도 이라크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이 많지 않은 힘을 가지고 열라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비폭력’과 ‘평화’를 내세우며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하는 소리입니다.


 


 

폭력이 아니라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아직 세계가 그런 세계가 아니고 힘과 힘의 충돌이 필요한 때에 갑자기 하느님의 나라에 온 듯이 하는 겁니다. 산 자의 목숨 보다 ‘말씀’이 중요한 거지요.

 

개인과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은 백번 옳은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제대로 써야겠지요. 내 맘대로가 개인의 자유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 않을까요?

 

억압적이고 획일화된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를 찾는 것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파란 신호등에 길을 건넜는데 오늘은 빨간 신호등에서 건너고 싶다고 하는 게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것일까요?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울 때는 조직, 계획, 통일된 행동이 필요할 때도 있지 않을까요? 억압이 없는 세계를 원하지만 자기 이익을 위해 타인을 괴롭히는 이들을 억압해야 하지 않을까요? [노자]에서 소규모 공동체를 강조해도 지배 계급의 착취와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묵자]의 선택도 중요한 게 아닐까요?

 

맑스와 엥겔스의 글만을 가지고는 19세기 유럽에서 사회주의자들과 아나키스트들 사이에서 어떤 투쟁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어렴풋이 짚어 보는 것으로는 맑스와 엥겔스의 생각에 공감이 많이 됩니다.

 

조지 오웰의 글 ‘카탈로니아 찬가’, 켄 로치의 영화 ‘랜드 앤 프리덤’에 보면 스페인 내전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이때의 상황은 인터내셔널의 투쟁과 비슷할 뿐, 오히려 소련식 사회주의자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자유로이 발전하는 개인은 무시하고 국가와 조직의 권위만을 최고로 내세우는 이들,

사회와 연대의 의미, 현실에서 힘과 힘의 충돌은 잊은 채 파편화된 개인의 자유만을 내세우는 이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유로운 개인들이 연합하는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길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