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아드 아부칼릴As'ad AbuKhalil의 [빈 라덴, 이슬람 그리고 미국의 새로운 ‘테러리즘과의 전쟁’Bin Laden, Islam and America's new 'war on terrorism']
이 책을 덮으며 괜히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책이 제 작은 손에 쏘옥 들어올 정도로 작으면서도 마지막 장을 덮는데 마음이 짜안 했기 때문이겠지요. 점심 때 먹었던 고추가 떠오르네요.
엉뚱한 생각들
9․11이 벌어지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영국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도 꾸란을 연구하기 시작 했다네요(19쪽 참고). 너무 당연한 얘기인 것 같지만 조금도 당연하지 않습니다. 9․11을 중동 지역 출신 사람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2002년에 주한 미군이 한국인 청소년 2명을 탱크로 깔아 죽인 일이 있었습니다. 일명 미선이 효순이 사건이지요. 이 사건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우리는 성경을 펴고 기독교에 대해서 연구해야 할까요? 이스라엘이 왜 팔레스타인으로 식량과 의약품을 싣고 가는 국제 구호선을 공격했는지를 알기 위해 유대교에 대해서 알아야 할까요?
작가는 중동이나 이슬람에 관해서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쯤 들어 보셨을 법한 버나드 루이스 같은 소위 ‘전문가’들을 비판합니다. 예들 들어 이들은 무슬림이나 이슬람은 수세기 동안 변하지 않았고, 9세기 아랍 문헌을 해석하면 현재의 팔레스타인인들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18쪽 참고)고 생각하는 거지요.
냉전 시기 동안 무슬림들의 이상한 정치 행동 대부분은 이슬람 때문이 아니라 공산주의 때문이라고 여겨졌다. - 20쪽
종교간 충돌이니 문명간 전쟁이니 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만약 지금 소련이 살아 있다면 자유진영:공산진영의 투쟁이라고 했겠지요.
이슬람과 아랍을 악의 근원인 것처럼 하고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내세우면서도, 미국은 여성 억압으로 치자면 세계 최상위원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독재 정권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지요. 자신에게 충성하면 착한 무슬림이 되고, 자신에게 대항하면 종교에 빠진, 이성이라고는 없는, 잔인하고 야만적인 무슬림이 되는 겁니다.
지금 그들이 부르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또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키운 것도 미국과 그의 친구들이지요. 1950, 1960년대 중동 지역에서 소련으로 대표되는 좌파와 나세르로 대표되던 아랍 민족주의 운동이 강할 때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지역 내에서 좌파와 민족주의 운동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슬람 조직들을 키우고 지원했습니다.
흔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흔히 무자히딘이라는 이슬람 조직들을 키웠죠. 탈리반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힘을 빌었구요. 하지만 지금 소련은 없지만 탈리반을 제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죠. 팔레스타인에서는 1980년대 이스라엘이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 비종교적인 팔레스타인인 연합 조직)를 약화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안에서 이슬람 운동을 키웠지만 지금은 하마스나 이슬람 지하드 등과 싸우고 있지요.
어떤 경우는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과 같은 국가들이 당시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좌파의 성장을 막기 위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직접 지원했었다. 당시에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곧 전략․전술적으로 급진화 할 것 알 수 없었다. - 60쪽
우습죠? 세상 일이란 게 참 알 수 없는 거에요.
미친 짓
작가는 이 책을 9․11이 벌어지고 얼마 안 있어 출판했습니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작가가 당시 미국의 분위기를 한탄합니다.
USA 투데이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49%가 아랍 출신 시민들에게 특별 신분증을 발급하는데 찬성한다고 했다...어떤 항공기 조종사와 승객들은 중동 사람으로 보이는 남성들의 비행기 탑승을 거부 했다. - 82쪽
(미국은)9․11 이후 1,200명이 넘는 아랍인과 무슬림을 체포하였다. 이후에 미국 정부는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 단지 1명이 비행기 납치범과 관련 있다고 인정했다. - 86쪽
끔찍하죠? 도대체 중동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외모로 구별한다는 겁니까?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이 피살 되자 한국에 있는 이슬람 사원에 협박 전화가 걸려 오곤 했다.
사진은 당시 한국 경찰이 이슬람 사원에 대한 경비를 강화 했던 모습.
이런 걸 광기라고 광란이라고 하는 거지요. 미친 짓입니다. 이성이나 합리적 판단은 마비된 채 오직 힘으로 자신들이 적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겁니다.
나는 은행에서 돈을 훔친 적도 없고 횡령한 적도 없다. 나의 행동이나 종교를 통해 테러리즘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생각이나 대화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난 왜 감옥에 갇히고, 사슬과 출입문들 때문에 고통을 받아야 하나... - 97쪽
이집트의 한 작가의 글입니다. 단지 무슬림이고, 단지 아랍인이라는 이유로 미국과 여러 국가들은 이들을 괴롭힙니다. 그 결과는 무엇이겠습니까? 미국에 대한 더 많은 증오와 더 많은 투쟁이겠지요.
미국에게는 빈 라덴이 살아 있느냐 죽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살아 있으면 빈 라덴을 죽이겠다고 국방 예산을 증액하자고 하면 되고, 죽었다고 하면 새로운 적을 만들면 됩니다. 어디서 ‘빈 로덴’이라도 만들어 오겠지요.
끝도 없고 결론도 없는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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