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을 펼 때도 그렇고 2권을 펼 때도 책 맨 앞에 나와 있는 이 한마디가 사람 마음을...
우리의 영원한 벗 박종철 동지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학문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자들의 치짱꺼리? 출판사의 일꺼리? 생각할 줄 모르는 이들의 조롱꺼리?
학문이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인간과 세상이 왜 그렇게 움직이고 돌아가는 지를 밝히는 거겠지요. 학자가 학문을 통해 밥을 먹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 무언가 기여를 해야겠지요. 농민이 배고픈 이의 배를 채우고 노동자들이 헐벗은 이들의 몸을 가리듯이 말입니다.
제가 한 때 회계학과를 다닌 적이 있었는데 따지고 보면 회계학은 학문은 아니지 싶습니다. 돈 관리하는 기술이지 돈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그것이 어떻게 생겼고 움직이는 지를 찾는 것은 아니니깐요. 행정학과를 다닌 적도 있었는데 행정학도 따지고 보면 학문은 아니지 싶습니다. 회계학이 그렇듯 국가 조직이나 공무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 하는 기술에 대해 생각할 뿐이지요. 운전기술이지 운전학은 아니듯이 말입니다.
독재와 민주주의
어떤 사람들은 맑스나 엥겔스 하면 차분히 생각하는 사람이기 보다는 선동이나 하는 붉은 계열의 사람일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이 보기에는 이들이 셰익스피어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겠지요. 맑스와 엥겔스가 셰익스피어를 논하다니 싶은 거지요.
물론 셰익스피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구체적으로, 학문적으로 연구할 대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다음은 제1부의 간략한 개요이네. 덩어리 전체는 다음과 같이 6권으로 나뉘어질 것이네 : 1.자본에 대하여. 2.토지 소유. 3.임금 노동 4.국가. 5.국제 무역. 6.세계 시장. - ‘맑스가 맨체스터의 엥겔스에게’, 선집 2권 518쪽
맑스가 IMF를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맑스는 자신의 계획 가운데 국가나 세계 시장과 같은 많은 부분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꼴까닥 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일찍 가셔도 될 분들은 오래 오래 살던데...
선집 1권에 비해 2권에서는 ‘1848년에서 1850년까지의 프랑스에서의 계급 투쟁’ ‘독일 농민 전쟁’ ‘독일에서의 혁명과 반혁명’ ‘루이 보나빠르뜨의 브뤼메르 18일’ 등 이론보다는 실제로 있었던 노동자․농민들의 투쟁과 같은 여러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여러 당이 있듯이 온갖 집단들이 이런 저런 투쟁을 펼치는 과정도 많이 나오구요.
프랑스의 사례에서 보면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비슷한 경우들이 있더라구요. 예를 들어 ‘왕정을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쟁취하자’고 하면서 부르주아들이 노동자들을 꼬시더니, 왕정이 무너지고 자신들이 권력을 잡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노동자들을 두들겨 패는 거지요.
민주당이 한나라당 집권을 막아야 된다, 민주주의를 살리자며 열심히 노동자들을 꼬셔대더니 집권을 하고 나서는 열라 두들겨 팼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1987월 6월 항쟁을 통해 군사정권을 무너뜨리자고 하더니 노동자들이 7․8․9월에 투쟁을 벌이니 모른 채 하며 쌩 깠던 소위 ‘민주화 세력’처럼 말입니다.
말하다 보니 독재와 민주주의라는 말이 나왔네요.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 독재는 계급 차별 일반의 철폐로 가기 위한, 이 계급 차별이 근거하고 있는 전체 생산 관계들의 철폐로 가기 위한, 이 생산 관계들에 조응하는 전체 사회적 연관들의 철폐로 가기 위한, 이 사회적 연관들로부터 기인하는 전체 이념의 변혁으로 가기 위한 필연적 경과점이다. - 맑스, ‘프랑스에서의 계급 투쟁’, 선집 2권 94쪽
좌파들은 독재보다는 민주주의를 더 선호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왠 ‘계급 독재’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쓰냐구요?
제가 프랑스의 역사나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 잘 몰라서 맑스의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요. 그냥 맑스의 말로 생각을 해 보면, 왕정 세력과 부르주아 세력 그리고 프롤레타리아 세력이 이리 저리 치고 박고 죽이고 죽는 상황에서는 이런 말이 나올 법 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 집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1천 채 넘게 가지고 있다는 기사를 몇 년 전에 본 적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 ‘우리 모두 나눠 씁시다’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어요? 이건희와 이재용이한테 ‘너네들이 죽을 때까지 한 달에 1천만 원씩 쓸 돈 빼고 나머지는 가난한 사람들한테 주자’라고 하면 ‘그래 좋은 생각이네. 왜 이제야 얘기했어?’라고 할까요?
한국에서 누군가 만약에 부자들이 가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하자라고 한다면 그분들께서는 ‘법과 질서’를 강조하시면서 ‘이 무슨 빨갱이 같은 소리냐’ ‘사회를 혼란으로 빠뜨리자는 것이냐’라고 하시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법과 질서라는 것을 그 분들 또는 그 분들의 대리인들이 만드셨다는 겁니다. 부자들의 재산을 지켜 줄 법과 질서는 있어도 가난한 환자의 건강을 지켜줄 법과 질서는 없는 거지요.
만약 우리 사회에 부자의 재산보다는 가난한 환자의 건강을 더 우선시 하는 법과 질서가 들어서 있다면 그분들께서는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악다구니를 쓰지 않으시겠지요. 오히려 그 분들이 ‘혁명’을 주장할 겁니다.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한다고 할 때 그분들께서 늘 말씀하시는 게 주식시장 ‘안정’과 ‘안정’적 해외투자 유치인 것은 그 분들에게는 시민들의 ‘안전’한 먹거리보다는 자신들이 투자한 주식 가치의 '안전‘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보나빠르뜨는 12월 10일 회를 정식으로 해산시키고 육군 장관 오뿔을 해임함으로써 자기 손으로 속죄양을 조국의 제단에 바쳤다..."프랑스는 무엇보다도 평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보나빠르뜨가 자신을 조용히 내버려두라고 요구한 셈이 된다. - 맑스, ‘루이 보나빠르뜨의 브뤼메르 18일’, 선집 2권 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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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을 보면 가끔 ‘대통령 보다는 왕이 되고 싶어 하는 남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법이나 의회보다는 자신의 말이 더 큰 힘을 갖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거지요. 다만 촛불집회와 같은 큰 반발을 한 번 겪어 봤기 때문에 쉽게 그러지도 못하고 애만 타는 거지요.
노예에게 자본주의란 무엇이었을까?
요즘 천안함 사건을 두고 난리입니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은 무엇이고 왜 천안함이 폭발했는지 보다는 빨갱이, 북한, 도발, 안보와 같은 말들만 난무 합니다.
이명박 정권이 내세우는 안보란 무엇입니까? 정말 5천만 국민들을 위한 안보일까요? 아니면 자기 정권의 안보가 마치 온 나라와 국민의 안보인 것처럼 하는 것일까요?
맑스와 인도
맑스가 쓴 ‘영국의 인도 지배’ ‘영국의 인도 지배의 장래의 결과’ ‘인도의 봉기’와 같은 글들은 여러 차례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영국이 힌두스탄에서 사회 혁명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하게 된 동기로 작용한 것이 천하기 그지없는 이익일 뿐이었고 또 그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취한 방법도 우둔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아시아의 사회 상태의 근본적 혁명 없이 인류가 그 사명을 다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국이 저지른 죄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그러한 혁명을 일으킴으로써 영국은 역사의 무의식적 도구 노릇을 하였던 것이다. - 맑스, ‘영국의 인도 지배’ 가운데, 선집 2권 417쪽
우리가 인도 사회의 역사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번갈아 나타난 정복자들의 역사일 뿐인데, 이 정복자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변화도 없는 이 사회의 수동적 기초 위에 자신들의 제국을 건설하였다. 그러므로 문제는 영국이 인도를 정복할 권리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가 영국인에게 정복되는 것보다 투르크 인, 페르시아 인, 러시아 인에게 정복되는 것이 더 나은가 어떤가 하는 것이다. 영국은 인도에서 이중의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 파괴의 사명과 재생의 사명 - 낡은 아시아 사회를 파괴하는 것과 서구적 사회의 물질적 기초를 아시아에 구축하는 것 - 맑스, ‘영국의 인도 지배의 장래의 결과’, 선집 2권 419~420쪽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면서 했던 말들과 많이 비슷한 것 같지요? 맑스가 다른 글에서 영국의 농민들이 양에게 땅을 빼앗기고 도시에서 강제 노동에 동원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하는 말과는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영국의 사례는 ‘역사가 그렇게 되었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지만 인도의 사례는 ‘안타깝지만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요.
이를 두고 어떤 이는 맑스의 생각이 식민주의적이었다고 하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며 맑스를 방어하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의 생각은 맑스의 한계였다고 생각합니다. 맑스가 노동자 하면 여성은 빼고 남성을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맑스는 글 곳곳에서 유럽과 아시아, 문명과 야만 등으로 세상을 나누고 있지요. 홉슨이 [제국주의론]에서 영국 제국주의를 비판하지만 그 역시 피식민지인들을 야만인이라고 합니다. 지금 한국 사람들이 아프리카 하면 가지는 흑인, 가난, 무식, 전쟁, 질병과 같은 생각들과 비슷한 거지요.
맑스의 인도에 관한 얘기에서 좀 더 생각해 볼만 한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 사회의 역사란 없으며...우리가 인도 사회의 역사라고 부르는 것은 번갈아 나타난 정복자들의 역사일 뿐인데’라는 글을 잘 생각해 보면 좋겠다 싶습니다.
여기서 역사란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사회 구조 변화의 역사인 셈이지요. 제가 학교 다닐 때 한국의 역사라고 하면서 ‘태정태세문단세’하면서 조선 시대 왕들의 이름을 열심히 외우고 시험을 쳤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의 과거를 보면 마치 수많은 왕들이 바뀌면서 대단한 변화가 있었던 것 같지만, 이를 달리 보면 왕이 지배했다는 것에 변함이 없는 시대였을 뿐이지요.
그렇게 보면 조선의 왕이 지배하나 일본의 왕이 지배하나 왕이 지배하기는 마찬가지고 단지 지배자의 이름이 한국말이냐 일본말이냐 하는 정도겠지요. 이것을 달리 말하면 무지랭이들 입장에서는 자기 민족에게 지배당하고 두들겨 맞느니 할 수만 있다면 다른 민족과 함께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게 더 낫다는 겁니다.
일본의 지배를 평가할 때 명성황후니 고종이니 덕혜옹주니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사회 구조와 무지랭이들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느냐 아니냐는 거지요.
일본의 조선 지배, 영국의 인도 지배가 나쁘다면 단순히 다른 민족이 권력을 잡아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는 진짜 나쁜 이유를 찾아서 극복할 때만이 인간이 다른 인간을 지배하지 않고 서로 연대하며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겠지요.
사람과 책
제가 이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정치 경제학의 비판을 위한 기본 개요의 서설’ 가운데 ‘3. 정치 경제학의 방법’ 부분입니다.
구체적인 것이 구체적인 까닭은, 그것이 많은 규정들의 총괄이며 따라서 다면성의 통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것은, 그것이 현실적 출발점이고 그러므로 또한 직관과 표상의 출발점임에도 불구하고 사유 속에서는 총괄의 과정으로서, 결과로서 나타나지 출발점으로서 나타나지는 않는다...추상적인 것으로부터 구체적인 것으로 상승하는 방법이란 사유를 위한 방법, 즉 사유가 구체적인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정신적으로 구체적인 것으로서 재생산하는 방법일 뿐이다...실재적 주체는 전과 다름없이 두뇌의 밖에서 그 자립성을 유지하고 있다...이론적 방법에 있어서도 주체, 사회는 항상 표상에 전제로서 나타나야만 한다. - 맑스, ‘정치 경제학의 비판을 위한 기본 개요의 서설’ 가운데, 선집 2권 461~462쪽
이 또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인가 싶지도 하고, 제 짧은 머리로 이 복잡한 말을 다 이해 할 수도 없지만 왠지 거시기 하게 좋은 말 같습니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신문 광고
얼마 전에 한 신문을 보니 어떤 분들이 텔레비전 드라마에 동성애가 나오는 것을 놓고 이에 반대하는 광고를 냈더라구요. 참 돈도 많으셔...
그들이 동성애에 반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놀랍게도 출산율 저하였습니다. 남자가 남자끼리 하고 여자가 여자끼리 하면 애는 누가 낳겠냐는 거에요. 이 얘기의 황당함을 잠깐 뒤로 하고 요즘 인구 주는 것에 대해 난리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인구 주는 게 왜 문제인가요? 도대체 그 인구란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만약 인구 주는 게 문제라고 하는 이유가 한국말 잘하는 한민족 출신의 노동자들이 줄어드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하는 거라면(아니라면 제 말을 접어야 하구요), 문제의 핵심은 인구가 아니라 노동력이겠네요. 자본이 써 먹을 노동력 말입니다.
또 노동력이 중요한 이유는 물론 이윤 때문일 거구요. 이명박과 이건희가 인간을 널리 사랑하셔서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는 건 아닐테니 말이에요. 지들이 키울 거도 아니구요.
그렇게 따지고 보면 인구라는 말 속에서 중요한 것은 몇 명이냐 출산율이 얼마냐가 아니라 자본, 노동, 이윤과 같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총인구와 출산율을 통해 바라봤던 인구를 자본, 노동력, 이윤과 같은 말들을 통해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말을 하다 보니 길어졌네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을 이리 짧은 말로 정리해도 되나 싶구요.
이 책은 종교의 경전이 아니에요. 맞는 말도 있고 틀린 말도 있지요. 하나의 민족이나 국가에게 해당하는 얘기인 것도 있고, 모든 민족이나 국가에게 해당하는 얘기도 있지요. 저처럼 독서대에 올려놓고 읽다가도 뜨거운 국 냄비 받침으로 쓰는 놈도 있을 거구요.
사람의 생각이고 책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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