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것들/스치는생각

바람과 불륜에 대하여

순돌이 아빠^.^ 2010. 9. 1. 09:15

 

제가 사는 동네에 배드민턴 동호회가 있는데, 자주 거기서 동네 사람들과 운동을 합니다. 운동 짬짬이 수다도 떨고 끝나고 같이 밥을 먹기도 하지요.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는데 간간히 듣게 되는 게 ‘바람’에 관한 것입니다.

 

강요배, [입추]

 

누구누구가 바람이 나서 어찌 되었느니, 누구누구는 바람이 나서 결국 다른 데로 이사를 갔느니 하는 것들입니다. 이런 일에 대해 무슨 사명감이라도 느끼는 듯 남의 얘기를 여기 저기 퍼뜨리는 것뿐만 아니라 욕을 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혼과 가정

 

결혼한 사람이 결혼 상대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나쁜 일인가요?

 

선거 할 때는 한나라당도 찍고 민주당도 찍고, 야구를 하면 롯데 자이안츠를 응원하기도 하고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기도 하고, 밥을 먹을 때는 김치찌개를 먹기도 하고 된장찌개를 먹기도 하는데 왜 사랑은 한 사람하고만 해야 하나요? 죽을 때까지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인가요?

 

결혼 할 때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하겠다고 약속 하지요. 그런데 그 약속을 잘 보시면 ‘오직 한 사람’만도 있지만 ‘사랑’도 있습니다.

 

결혼하신 많은 분들이 정말 처음 그 약속대로 서로를 아끼고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고 있나요? ‘한 사람’에 대한 약속을 깨기 이전에 이미 ‘사랑’에 관한 약속을 깬 것은 아닌가요?

 

맨날 술만 먹으면 어린 아이를 두들겨 패는 아빠가 있다고 하지요. 보다보다 못한 이웃 사람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사회 복지 기관에서 피해 아동을 아버지에게서 떼어 내 보호하기로 했다고 하지요.

 

이것이 가정을 깨는 건가요? 물론 과거의 가정을 깨는 겁니다. 하지만 과거의 가정보다는 새로운 가정이 그 아이의 삶에 더 나을 수 있지 않을까요?

 

가정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며 누구를 위한 건가요? 집안에 텔레비전 있고 냉장고 있듯 기계처럼 서로의 자리만 우두커니 지키고 있으면 그게 가정을 지키는 건가요? 서로가 서로의 감정 없는 기계가 되고 도구가 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 가정을 지키는 건가요?

 

혹시 ‘나는 가정을 지켰어’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서, ‘저 사람은 가정을 깼어’라는 비난을 듣기 싫어서 그 모든 일들이 벌어져도 그저 참으라고만 하는 건 아닌가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껍데기만의 가족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며 살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게 아닐까요?

 

저의 부모님은 고1 때 이혼을 하셨는데, 이혼하시기 전보다는 후가 저에게는 좀 더 안정되고 평화로운 삶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 여러 가지인 것만큼 결혼과 가정, 사랑 등등도 하나의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은 벗어 버리고 다른 옷을 입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겠지요.

 

사랑...

 

사랑은 나와 다른 이와의 관계입니다. 그 관계 속에는 서로에 대한 태도나 감정 등이 들어가 있지요. ‘서로 사랑하며 살겠다’라는 말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설레임을 계속 가지겠다는 말이기 보다 이해하고 존중하는 삶의 태도를 지키겠다는 말이겠지요. 사랑이 없다는 것은 처음의 그 설레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존중의 태도가 없다는 것을 말하겠지요.

 

사랑 없이 ‘결혼’과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랑의 기회를 가로막는 것은 인간에게 족쇄입니다. 인간이 꿈꾸고 행복을 찾고 사랑 속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처음부터 차단하기 위해 ‘결혼’이나 ‘가족’을 이용한다면 이것은 지배와 억압의 도구일 뿐입니다.

 

‘넌 한국 사람이니깐 한국 정부에 무조건 충성하고 복종해야 돼!’와 ‘넌 저 사람과 결혼 했으니 저 사람과만 사랑을 하던 뭐를 하든 해야 해!’라고 하는 것은 같은 말입니다.

 

그래서 이혼은 부끄럽고 감추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지배와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용기 있는 행동이 될 수도 있는 거구요. 사랑 없는 ‘사랑’에 얽매여 삶의 소중한 시간을 그저 버티기보다는 사랑 있는 인간의 관계를 위해 이혼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행복의 길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누군가 ‘바람핀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한다면 그 사람은 ‘사랑? 그게 뭐 중요해? 인생이란 게 때 되면 밥 먹고, 빠구리해서 애 낳고 그게 전부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누군가 ‘이혼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은 ‘나는 세상을 한쪽면만 보는 어리석은 사람이야’라고 밝히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

 

결혼을 한다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 사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나의 감정만 소중하고, 다른 이를 나의 물건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그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벗어난 행동 아닐까요?

 

인간이 더 많은 행복과 더 많은 기쁨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높은 산을 가다 맑은 샘을 만날 때의 기쁨처럼, 단조롭게 반복되는 삶에서 어느 한 사람의 목소리와 작은 행동이 내게 큰 설레임으로 다가올 때 인간은 새로운 삶을 느낄 수 있는 거지요.

 

상대방을 사랑하신다면 상대방이 기쁨을 찾고 행복을 찾는 데 도움이 되면 좋지 않을까요? 그게 어디 쉬운 일이냐구요? 당연히 제게도 그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어렵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겠지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비윤리(非倫理)적인 태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사랑치 못하게 하는 것이 비윤리적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결혼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불륜(不倫)이 아니라 결혼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치 못하게 하는 것이 불륜이지요. 삶의 행복과 기쁨을 찾아가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지요.

 

오늘도 여기저기서 ‘00이와 △△이가 바람 폈대’라고 떠들고 다니시는 분들, 오늘도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이가 불륜을 저질렀대’라고 욕하고 다니시는 분들, 그렇게 다니셔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다른 이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남 험담하는 것을 즐겨하시면 스스로 초라하고 옹졸한 사람이 되는 지름길을 걷게 되는 겁니다.  

 

오지랖 넓은 행동 그만하시고 오늘을...

 

껍데기가 아니라 속, 헛된 말과 행동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말과 행동,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아끼며 존중하는 관계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하루로 만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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