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성이란 자유의 이념이 살아 있는 선의 모습을 한 것이다. 거기에서는 선이 자기의식 속에서 스스로를 알고 의욕하는 동시에 자기의식의 행동을 통하여 현실성도 획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한 자기의식은 인륜적 존재를 스스로의 절대적인 기반이며 스스로를 이끌어가는 목적으로 삼고 있으니, 결국 인륜이란 자유의 개념이 현존하는 세계로서 눈앞에 있을 뿐 아니라 또한 자기의식의 본성이 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 303, 304쪽
인륜적 실체가 그의 개념과 하나가 된 모습을 하고 독자적인 자기의식으로 나타날 때 그것은 하나의 가족 그리고 하나의 민족을 이루는 현실적인 정신이다. - 317쪽
가족은 정신의 직접적 실재성으로서 사랑이라는 감정상의 통일을 기초로 성립된다...사랑이란 한마디로 나와 타자의 일체성을 의식하는 것이다. - 321쪽
결혼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인륜적인 관계이다...결혼을 단지 시민적인 계약으로 이해하는 것 또한 미숙한 생각... - 324쪽
남성은 분열을 떠안은 채 자각적인 인격의 독립과 자유로운 보편성에 대한 지와 의욕을 지닌 정신적인 존재이며...남성이 외부와의 관계에서 강력하고 활동적이라고 한다면 여성은 수동적이고 주관적이다. - 332쪽
인륜적 실체가 왜 가족으로 먼저 나타나는 지에 관한 얘기는 없습니다. 그리고 헤겔에게 있어서 결혼이나 남성/여성은 ‘oo인 것’으로써의 결혼이나 남성/여성이 아니라 ‘oo이어야만 하는 것’으로써의 결혼이나 남성/여성인 것 같습니다.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거지요.
스스로가 특수한 인격으로서 저마다의 목적을 안고 있는 구체적인 인격이 욕구의 전체를 부둥켜안고 자연의 필연성과 자의로 엉켜 있는 나날을 살아가는 것, 이것이 시민사회의 한쪽 원리이다. - 그러나 특수한 개인은 본질적으로 타인의 특수성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여기서는 각기 저마다 다른 특수한 개인에 의해 인정받는가 하면 동시에 단적으로 보편성의 형식에 따라 매개된 존재로서만 인정받음으로써 욕구가 충족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성의 형식이 시민사회의 또 하나의 원리이다. - 355, 356쪽
추상법에서 도덕으로 발전한 이념은 인륜성이 이르렀고, 인륜성은 가족을 시작으로 시민사회에 이르렀습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기적인 목적을 실현하는 데는 그와 같이 공동성에 의한 제약이 따르므로, 여기에 전면적인 상호의존의 체계가 성립’(357쪽)하는 거지요.
우리가 흔히 시민사회하면 그래도 좀 뭔가 있어 보이고 좀 합리적일 것 같고 뭐 그런데 헤겔의 입장은 이기적인 목적과 공동성이 공존하는 것입니다.
그의 눈앞에 놓여 있는 이 무수히 많은 개개의 사안으로부터 사태의 핵심에 있는 단순한 원리...이렇듯 언뜻 보기에 산만하고 무사상적인 듯한 것이 그 자체에서 움터나오는 어떤 필연성에 따라 지탱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이 필연적인 것을 발견하는 것이 국가경제학의 대상이며, 또한 이 학문은 온갖 우연성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서 법칙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사상에 영예를 안겨주는 학문이다. - 367, 268쪽
사태의 핵심, 단순한 원리, 필연성, 법칙 등은 학문을 하는데서 중요한 것이겠지요.
욕구라는 것은 직접 그 무언가를 욕구하는 사람들에게 의해 안출(案出)된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욕구가 생겨남으로 해서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에 의해 안출된다...욕구의 충족은 서로가 타인의 욕구나 노동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 욕구나 그것을 충족시키는 수단의 성질이 되는 추상화는 또한 개개인 사이의 상호관계를 규정하게도 된다. - 370쪽
욕구가 어떻게 발생하게 되는지를 설명합니다. 인간 욕구의 충족이 타인의 노동에 의존하고 이를 통해 사회 관계를 맺는다고 말합니다.
국가의 본래적인 시초와 그 최초의 건립이 결혼의 도입과 나란히 농업의 도입과 때를 같이 하게 되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농업의 원리는 토지의 조성과 함께 배타적인 사유재산을 수반하면서 정처없이 떠돌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야만인의 유랑생활을 사법(私法)에 의한 안정된 상태와 욕구 충족이 보장된 상태로 전환하는가 하면, 이와 함께 이성간의 사랑이 결혼에 한정됨으로써 이렇게 다져진 기반이 그것 자체 내에서 공동의 지속적인 결합으로 확대되어 욕구는 가족에 대한 배려로, 점유는 가족재산으로 확대되어 갔기 때문이다. - 380쪽
여기서 결혼을 가부장제와 관계해서 이해한다면, 국가의 탄생을 가부장제와 사유재산의 관계를 통해 이해하는 것은 좋은 방법 같습니다.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을 참고해도 좋을 듯.
개개인의 의식이 교양을 쌓으며 보편적인 형식에 따라 사유하게 될 때 자아는 보편적 인격으로 이해되고 모든 사람은 동일한 인격이 된다. 인간은 유대교도, 가톨릭, 프로테스탄트, 독일인, 이탈리아인 등등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인간임으로 해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 387쪽
이 문장은 인간이 교양과 사유를 통해 보편적 인간이 된다고 하는 점에서는 사회 체제를 배제한 사유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특수적 인간이 보편적 인간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이렇듯 바다를 통한 폭넓은 연계는 식민의 수단도 제공해준다...이를 통하여 시민사회 인구의 일부는 새로운 토지에서 가족의 원리로 복귀할 수 있는가 하면 이로 인하여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생산물에 대한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게 된다. 시민사회는 식민지 건설로 나서게 마련이다. - 433쪽
식민과 가족, 시장을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는데 가족 부분을 빼고 식민과 시장을 연결해서 사고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레닌은 [제국주의론]에서 제국주의를 시장 개척과 원료 공급을 연결해서 설명하지요.
직접적 인륜성이 시민사회의 분열을 경과하여 국가에까지 전개되어나가면서 바로 이 국가가 양자의 진정한 기초로서 스스로를 명시한다는 오직 이 전개만이 국가 개념의 학적 증명이다. - 439쪽
학적 증명인지 상상의 결과인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지요. 아무튼 이 책에서 [시민사회] 부분은 읽을 것이 많은 곳입니다.
제3부 인륜성 - 3장 국가
국가란 인륜적 이념의 현실태이다. - 거기에서는 인륜적 정신이 명명백백하고 명석한 실체적 의지로 나타나고 스스로를 사유하고 인식하며 또한 이렇게 인식하는 것을 인식하는 한에서만 그 자신을 성취한다...국가는 객관적 정신이므로 개인은 그가 오직 국가의 일원일 때만 객관성과 진리와 인륜성을 지닌다. 여기서는 합일을 이루는 것 그 자체가 개인의 진실한 내용과 목적이며 개인의 사명은 공동의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다. - 441쪽
근대국가의 본질은 공동적인 것이 특수성의 완전한 자유와 개인의 행복으로 결합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것...그러므로 보편적인 것은 실현되어 있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체성도 활력에 넘치는 발전을 해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 453쪽
국가에 대한 헤겔의 말이 맞는 지를 떠나, 개인이 공동 생활을 영위하는 게 꼭 국가를 통해야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지요.
이성의 법칙과 특수한 개별적 자유의 법칙이 융합하여 나의 특수한 목적이 공동적인 것과 동일화한다는 데 있으니, 그러지 않고서는 국가는 허공에 떠버릴 것이다...국가의 견실함은 바로 지금 이야기된 특수성과 공동성이라는 두 측면의 동일성에 있는 것이다. - 460쪽
여기서 국가라는 것만 뺀다면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특수성과 공동성의 관계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문장입니다. 두 측면의 ‘동일성’인지 ‘통일성’인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지요.
직무나 활동을 관장하고 운용하는 개인은 그 자신의 직접적인 인격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자격에 따라 거기에 종사하게 되어 있으므로,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가는 외적이며 우연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국가의 업무와 권력은 사유물일 수 없는 것이다. - 501쪽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국가의 업무와 권력은 헤겔의 생각과는 달리 사유화 되어 있지요. 그것이 왕과 같은 개인에게 사유화 되어 있던, 아니면 특정 계급에게 사유화 되어 있든 말입니다. 헤겔의 생각을 어떤 이상적인 사회에서의 일로 여긴다면 의미 있는 말이 될 겁니다.
인격성과 주관성이란 무한히 자기를 자기와 관계시키는 가운데 오직 단적으로 진리를, 더욱이 자기와 가장 가까이 와닿는 직접적인 진리를 인격으로, 즉 자각적인 주체로 삼고 있으니, 바로 이 자각적인 존재가 그대로 일자(一者)이다. 이렇게 해서 국가의 인격성은 오직 하나의 인격, 즉 군주로서만 현실적인 것이다...군주의 개념이란 군주는 결코 연역되거나 파생된 것이 아니라 단적으로 자기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데에 있다...일체의 행동이나 현실상황이 개시되고 수행되는 것은 어떤 한 선도자의 단일한 결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 505. 506쪽
이념이니 개념이니 하는 것들을 객관적 실재로 정립하더니 그 이념이 이제는 군주로 나타납니다. 그 자각적인 주체가 왜 군주여야 하는지에 관한 설명은 없습니다. 이 또한 ‘마땅히 그러한 것’일 뿐이지요.
시민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개인적 이익의 투쟁의 장인 동시에 이 개인적 이익이 공동의 특수한 안건을 놓고 충돌하는 장이기도 하고, 다시금 이 두 측면이 함께하여 국가의 고차적인 견지와 명령에 대해 충돌하는 장이기도 하다. - 521쪽
시민사회와 국가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여기서 시민사회는 기껏 ‘개인적 이익’이나 추구하는 것이라면 국가는 ‘고차적인’ 것이 됩니다.
토지귀족계층이 정치적인 지위와 의의를 지니도록 제도적으로 배치되는 것은 그의 재산이 국가재산에서도, 그리고 상공업이나 이윤 추구나 소유주의 변화에서도 독립해 있고-나아가서는 통치권의 호의나 대중의 호의에서도 독립해 있기 때문이다...완전히 자기 수중에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자는 외적인 사정에 의하여 제약받는 일이 없고 따라서 아무 거침 없이 자유로운 입장에서 국가를 위해 활약할 수 있다. - 542, 543쪽
토지귀족계층이 이윤 추구로부터 벗어나 국가를 위해 일하는 지 아닌 지는 따져봐야 하겠지요.
개개인이 공동의 안건에 관하여 자기의 판단과 의견과 제언을 가지고 이를 표명하는 형식적, 주관적인 자유는 여론이라고 일컬어지는 큰 테두리에서 나타난다. 거기에는 절대적 보편성을 지닌 참으로 실체적인 것이 그와 대립되는 다수자의 독자적이며 특수한 의견과 한데 얽혀있다...실로 오늘날 타당성을 지녀야만 하는 것은 더 이상 강압적인 힘에 의한 것이어서는 안되고, 그렇다고 습관이나 습속에 의한 것이어서도 안 되며, 결국은 식견과 근거에 의한 것이어야만 한다. - 552쪽
학문이란 적어도 그것이 학문인 이상은 결코 사념이나 주관적인 견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그의 서술도 능란한 말투나 암시 또는 말로 드러낼 듯 말 듯한 기법을 본질로 하는 것 또한 아니며, 오히려 의의나 의미가 분명하고 확실하게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까닭에 학문은 여론에 편승하는 그런 부류에 속하지는 않는다. - 559쪽
여론은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습니다. 다수의 여론이기 때문에 무조건 맞는다는 것은 없지요. 여론이 여론인 것은 맞는지 틀린지가 판가름 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론입니다. 여론을 학문적 진리로 삼으려는 시도는 학문과 관련 없는 행위겠지요.
개념이나 철학은 한낱 우연성이라는 관점은 없애버리고 단적인 우연성을 가상으로 하여 이 가상으로서의 우연성 속에서 우연의 본질인 필연성을 인식한다. - 564쪽
필연성을 찾되 하나의 필연성이나 법칙에 모든 것을 종속시키려 해서는 안 되겠지요.
전쟁을 통하여 “국민의 윤리적 건전성은 온갖 유한한 생활조건에 유착되지 않는 냉정을 유지하는 데서 제대로 보존되는데, 이는 마치 바람의 움직임이 바닷물이 썩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과도 같다. 오래도록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바다가 부패하듯 이 지속적인 평화나 심지어 영구적인 평화는 국민을 부패시킨다...대외관계에서 비롯된 전쟁이 승리로 장식되었을 때 이것이 국내의 소란을 방지하고 대내적으로 국위를 확립시켜주는 그런 경우를 들 수 있다.” - 565쪽
평화가 국민을 부패시킨다는 주장만 있을 뿐 왜 부패시키는 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시민들을 통제, 관리하기 위해 전쟁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절대적 부정이라는 극한 상태를 거쳐 자기 내면으로 떠밀려들어온 정신은 그것을 절대적 전환점으로 하여 자기 내면을 무한히 긍정하며 신의 본성과 인간의 본성과의 통일의 원리를 획득하고 자기의식과 주관성의 내부에 나타난 객관적 진리와 자유의 화해를 실현한다. 이 화해를 완수할 임무를 떠맡은 것이 게르만족의 북방의 원리이다. - 590쪽
할렐루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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