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추상법
자기를 자기에게서 구별하는 인격이 다른 인격과 관계 하는데, 여기서 두 개의 인격은 오직 재산 소유자로서 서로 마주 대하고 있다...정신적인 숙련, 즉 학문, 예술, 종교적인 행위(설교, 미사, 기도, 공납에 대한 축복) 그리고 발명 등등과 같은 것조차도 그것이 계약의 대상이 되고 매매가 이루어질 때는 공인된 물건과 동일시된다. - 127, 133쪽
‘인간 사회’라는, 별 문제 없을 것 같은 말도 따져 보면 애매한 말입니다. 인간이란 무엇이며, 사회란 무엇인가가 뚜렷하지 않은 거지요. 막연한 인간 사회보다는 헤겔의 이야기가 훨씬 발전된 것입니다. 그것이 맞거나 틀리거나 인간이 재산소유자로서, 인격으로서 관계를 맺는다는 겁니다. 여기서 재산은 돈과 집 같은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도 포함하구요.
어떤 하나의 물건을 두고 그것은 곧 자기 것이라고 할 때의 소유자의 의지야말로 소유를 뒷받침하는 첫 번째 실질적인 토대이다...나와 물건이 함께 어우러져서 양쪽이 동일화하려면 어느 한쪽이 성질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살아 있는 의욕적인 존재이며 참으로 긍정적인 존재인데, 이에 반하여 물건은 자연적인 것이다. 따라서 몰락해야만 하는 쪽은 물건이고 나는 스스로를 보존하게 되는데, 요는 이것이 유기체가 지니는 장점이며 이성이다. -156쪽
소유의 실질적인 토대가 인간과 물질과의 관계인지, 아니면 인간과 인간의 관계인지는 더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헤겔은 자유로서의 인간, 의욕과 의지를 가진 주체로서의 인간, 물질을 지배하는 인간에 대해서 말합니다. 하지만 이 관계가 때로는 반대 방향으로 나타납니다.
공장에서 인간은 기계의 움직임을 보조하고 기계의 속도와 작업 방식에 맞춰 노동을 합니다. 생산관계 속에서 노동자는 의지나 감정을 지니지 않은 사물이 되어 버립니다.
물건의 이러한 보편성의 단순한 규정방식은 그 물건 하나의 특수성에서 생겨나며 따라서 이 특수한 성질은 동시에 사상(捨象)되는데, 물건의 이러한 보편성이 곧 물건의 가치이다...물건의 완전한 소유자로서 나는 물건의 사용에서뿐만 아니라 물건의 가치도 소유하게 된다...소유에서는 질적으로 규정된 방식에서 생겨나는 양적인 규정이 곧 가치이다...가치의 개념을 고찰한다면 물건 그 자체는 단지 표지로 간주될 뿐이며 물건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그것이 갖는 값어치만큼의 것으로 통용된다. - 162, 163쪽
여기서 동일한 그대로의 소유물이란 가치를 뜻하는데, 이것은 계약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 외견상 온갖 질적인 차이가 있다 해도 서로 동일하며 이것이 바로 물건 속에 있는 보편적인 요소이다. - 183쪽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것이냐에 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만, 앞의 문장은 가치에 관한 중요한 지적입니다.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사는데, 이 관계가 곧 물적 관계이자 재산 소유자로서의 인격적 관계입니다.
재산 소유자는 서로가 가진 재산을 가지고 계약, 거래, 매매, 교환을 하게 되는데 교환의 기준이 필요하겠지요. 누가 손해 보고 교환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교환은 등가 교환이 기본입니다.
쌀과 닭고기를 교환할 때 쌀 1kg과 닭고기 500g를 맞바꾸게 되는 기준이나 수단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찾은 것이 가치입니다. 나중에 마르크스가 상품을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나누지요.
앞의 문장에서 동일하며 보편적인 요소라는 것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면 물적 교환뿐만 아니라 다른 인간의 교류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는 논리입니다. 자본가-노동자, 남자-여자, 교사-학생 등 지배-피지배 관계로 특수화 되어 있는 인간이 지배체제를 해체함으로써 특수를 사상(捨象)하고 동일적이며 보편적인 존재로 교류를 할 수도 있겠지요.
가치를 특정하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의 추상적인 면을 놓고 표현하게 되면 그것이 곧 화폐이다. 화폐는 일체의 사물을 대표한다. 그러나 화폐는 필요나 욕구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다만 필요나 욕구를 표지로 나타낸 것에 지나지 않으며, 화폐 그 자체는 다시금 특정한 가치에 따라 지배된다. 이 가치를 추상체로서의 화폐는 단지 표현해줄 뿐이다. - 164쪽
화폐라는 것은 그밖에 갖가지 자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어떤 특수한 자산이 아니라 그밖의 다른 자산 전반에 통하여 보편적인 것이다. - 532쪽
화폐에 관한 중요한 지적입니다. 화폐가 무엇인지, 교환에서 화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말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가 그토록 중요한 이유도 일체의 사물을 대표하고, 화폐 소유자가 물질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진리를 성립시키는 기본요건은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현실로 존재하는 모습이 바로 이 개념에 합치되어야만 한다는데 있다. - 218쪽
절대적 개념의 존재로의 전화 - 511쪽
현실로 존재하는 모습이 개념에 합치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개념이 현실로 존재하는 모습에 합치된다고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헤겔의 개념에 대한 개념으로 보면 헤겔의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제2부 도덕
도덕의 입장은 의지가 단지 본원적으로 무한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무한을 자각하는 한에서의 의지의 입장이다. 의지가 자체 내로 반성하여 본래 있는 그대로의 직접적인 의지와 그 속에서 전개되는 갖가지 내용과의 동일성을 자각하게 될 때 인격은 주체로 규정된다. - 221쪽
‘직접적인 추상 개념으로서의 의지. 인격성과 의지의 현존재인, 직접 눈에 보이는 외적인 물건. - 추상적 또는 형식적인 법. 권리의 영역’(113, 114쪽), 곧 추상법은 내적인 반성을 거쳐 도덕에 이르게 됩니다.
엄격한 법에서는 내 신조나 내 의도가 무엇인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의 이 도덕 장에서는 의지가 자기규정과 동기, 기도가 무엇이었는지가 문제가 된다...인간이 지니는 이와 같은 자기 내면의 신념 속으로는 그 누구도 침입할 수 없다...인간의 가치는 그의 내면적인 행동에 따라 평가된다는 점... - 222쪽
미개한 인간은 강자의 폭력이 난무하고 온갖 자연력이 지배하는 대로 모든 것을 거기에 떠맡겨버리는가 하면, 아이들은 도덕적 의지라곤 전혀 갖지 않은 채 단지 부모의 뜻을 빠를 뿐이다. 그러나 교양을 쌓고 내면화해가는 인간은 자기가 행하는 모든 것 속에 자기 자신이 깃들어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 223쪽
추상법에서는 소유를 통하여 스스로를 구현하고자 하는 내 의지와의 관계 속에서 타인의 의지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어떤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도덕 차원에서는 타인의 복지도 긴요한 문제로 대두되는바, 이상과 같은 긍정적, 적극적 관계는 도덕의 경지에 와서 비로소 대두되기에 이른다. - 228, 229쪽
인간을 외적인 재산 소유자로서만 아니라 내면적 존재로 이해하고, 그 내면 속에서 도덕의 존재를 발견합니다.
주관적 또는 도덕적인 의지를 외면화하는 것이 행동이다. - 229쪽
주체란 무엇이냐고 한다면 바로 이 주체의 일련의 행동이다. - 246쪽
인간의 의지를 중심으로 행동을 바라보고, 행동을 중심으로 주체를 바라봅니다. 내면과 의지에 따른 주체의 규정과 함께 사회적 관계나 위치에 따른 주체의 규정이 필요하지 싶습니다.
선은 의지의 개념과 특수한 의지가 통일된 이념이다...선은 자유의 실현이며 세계의 절대적인 궁극목적이다. - 255쪽
세계가 선을 목적으로 삼는다는 것은 좀 더 생각해 봐야할 부분이겠지요. 이러나저러나 헤겔의 생각을 계속 따라가 보지요.
의지는 생래적으로 선한 것이 아니라 오직 그의 노동을 통해서만 스스로의 참모습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선은 주관적 의지를 결한 상태에서는 하나의 추상물에 지나지 않는바, 주관적 의지를 통하여 비로소 선에는 그 결여된 실재성이 갖추어지게 되어 있다...선이란 의지의 실체성과 보편성 속의 의지의 본질로, - 즉 의지가 진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이런 까닭에 선은 단적으로 오직 사유 속에 그리고 사유를 통해서만 존재한다. - 257, 258쪽
헤겔에게 있어 노동이란 물질에 변형을 가해 가치를 생산한다는 의미를 넘어 인간 활동 전반을 말하는 가 봅니다. 그리고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헤겔에게는 선 또한 사유 속에서만 자신을 전개해 갈 수 있나 봅니다.
선과 주관적 의지가 구체적으로 일체화한 이 양자의 진리가 바로 인륜성이다...주관적인 선과 객관적,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선과의 통일이 바로 인륜성...법적인 것과 도덕적인 것은 어느 쪽도 저마다 독립해서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륜적인 것을 대들보처럼 그 기초로 삼고 있어야만 한다. - 298, 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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