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동네 한 형님이 이번에 또 이사를 하게 됐습니다.
집 주인이 전세 계약 기간 끝났으니 전세값을 3천만 원 올려달라고 했다네요.
월급 받아 사는 사람에게 3천만 원이야 엄청 큰돈이겠지요.
돈이 없으니 집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집을 구하려면 돈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 당연한 듯 여겨지지만
사실 돈과 집의 관계가 그렇게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누구는 집을 여러 채 가지고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고
누구는 집이 없어 이리저리 떠돌고 이사 때문에 골치가 아픈 것은
있는 집마저 함께 나눠 쓰지 않고
살지 않는 자가 살지 않는 집을 소유한 채
살 집이 필요한 사람이 그 집에서 살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앞의 그 형님의 경우를 따져 봐도 문제의 해결은 간단한데
어차피 주인이야 그 집 없어도 사는 데 문제없는 거라면
그 형님이 그냥 그 집에서 계속 살면 되고, 전세값을 올려줄 필요도 없습니다.
없는 집 만들어 내라는 것도 아니고 기왕 있는 집 그냥 쓰면 되잖아요.
하지만 이 사회는 집 가진 자가 집 없는 자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소위 말하는 공권력을 사용합니다.
그 형님이 기왕 있는 집 그냥 쓰겠다고 눌러 앉으면
법이란 놈은 벌금을 때리고 나중에는 힘으로 끌어낼지도 모르지요.
사람의 생활보다 집 가진 자의 돈벌이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집 가진 이가 집 없는 이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어
집 없는 이가 집 가진 이에게 생돈을 가져다 바쳐야 합니다.
집 가진 이들이 사장이니 주주니 하는 지위를 갖고 있는 기업에 가서 일하고 번 돈을
또 집 가진 이들에게 가져다주는 거지요.
돈이 없어 집이 없는 게 아니라
힘이 없어 집이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무주택자인 것은 무능력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체제가 잘못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배고픈 이에게 밥이 필요하듯 잠자는 이에게는 집이 필요합니다.
기왕 있는 집, 그냥 나눠 쓰는 사회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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